모두가 누리고 모두가 즐기는 박물관 – 유니버설 박물관 또는 통합 박물관을 향하여 ②

배융호_한국환경건축연구원 유니버설디자인복지연구실 이사

컴-인 가이드라인 표지

COME-IN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

컴-인 가이드라인은 박물관 운영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먼저 통합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통합(inclusiton)은 남성 혹은 여성 등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한다는 것과 모든 사람은 사회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컴-인 가이드라인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모든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둘째, 박물관과 미술관 측은 장애인의 요구와 필요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하여 장애인과 대화를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셋째,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모델은 장애인의 장애는 개인의 손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장벽에서 온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델이다

넷째, 장애인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독려하기 위하여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하고 제거해야 한다.

다섯째, 장애 이슈는 인권, 평등한 기회와 다양성 이라는 광의의 주제 안에 분명하게 포함시켜야한다

여섯째,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통합적 실천을 위한 기본이 되어야한다

일곱째, 박물관과 미술관의 모든 활동에 장애 이슈가 포함될 수 있도록 가장 좋고 통합적이며, 실천적인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여덟째, 이 과정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이며, 성취가능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은 박물관 정책과 전략 계획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 방법은 고위 경영진이 주도해야한다.


가이드라인의 첫 번째 기본 개념이 통합이라면, 또 다른 기본 개념은 접근성(Accessibility)이며, “접근성 또는 장벽으로부터의 자유는 장애인의 평등과 사회 참여를 위한 핵심 조건”이다. 접근은 다시 물리적 접근, 정보와 의사소통의 접근, 사회적 접근, 경제적 접근으로 분류되며, 사회적 접근의 경우 장애인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참여할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노동, 스포츠와 레저 등 모든 사회 활동에 참여할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적 접근은 박물관을 포함한 건축물, 도로, 교통수단 및 실내외 시설에 대한 접근을 의미하며, 특히 지체장애인 등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은 물리적 접근이 중요하다. 박물관의 경우 “모두를 위한 디자인” 또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같은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은 중요하다. 물리적 환경과 제품 및 서비스는 다른 조건과 다양한 능력 및 필요를 느끼는 광범위한 이용자들이 어려움 없이 간단히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정보와 의사소통의 접근은 전자 서비스와 응급 서비스를 포함한다. 시각·청각 장애인 등 감각 장애인 또는 발달장애인은 정보 취득과 의사소통에서의 어려움을 느낀다. 건물 등에서의 정보와 의사소통의 접근에 대한 준비를 예로 들면, 점자 안내표지판,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안내판 등이다. 더 나아가 안내 서비스와 수어 통역은 공공시설 및 공중이용시설에서 제공 가능해야 한다.

사회적 접근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태도에 대한 것이다. 건물 출입구의 계단과 같은 물리적 장벽과 함께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통합되기 위하여 교육, 노동, 레저 및 스포츠 등의 모든 사회활동에 참여할 동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장애실천계획에서는 “이러한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의 참여는 건물의 접근성 뿐 아니라 감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들도 예술과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점자, 시각 정보 및 음성 안내가 제공되어야 하며, 문화 행사에서 장애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증진되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접근은 박물관이 장애인 및 동행인에게 무료입장, 요금 감면, 우선 입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동일한 요금을 받는다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동행인은 무료입장으로 해야 한다.

또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장애에 대한 바른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the handicapped, the disabled”(장애인) 대신 “people with disabilities, disabled people”(장애를 가진 사람)를 사용하고, “able-bodied”(정상인) 대신 “non-disabled”(비장애인) 등으로 용어를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박물관에서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박물관 관람 과정을 순환 고리로 연결하여 각 지점마다 제공해야 하는 접근성의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이 과정은 사전 준비-도착-입구-안내데스크-물품보관소-전시공간-화장실-기념품판매점-방문후의 정보제공 및 의사소통의 단계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물리적 접근, 정보 및 의사소통의 접근, 사회적 접근, 경제적 접근의 상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박물관의 준비

우리는 지금까지 유니버설 디자인과 컴-인 프로젝트를 통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박물관은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1) 물리적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BF 인증)의 인증기준 등의 기준이 있다. 이 가운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기준은 장애인등편의법의 기준 이상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기준 중 유니버설 디자인에 가장 가까운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2) 정보 및 의사소통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이 부분 역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기준을 준수한다면 기본적인 접근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3) 발달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부터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픽토그램과 그림으로 된 소개를 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발달장애인을 위한 홈페이지를 별도로 제작할 수도 있다. 또한 박물관에 비치하는 팜플렛이나 소개서도 발달장애인을 위해 그림과 쉬운 용어로 설명된 자료를 비치해야 한다.

4) 도슨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도슨트는 전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와주지만, 장애인들은 도슨트로부터 적절한 해설을 듣기가 쉽지 않다. 먼저 장애인의 자리 배치가 중요하다. 휠체어 사용자는 도슨트로부터 제일 가까운 앞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기 때문에 앞에 다른 사람이 서 있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가려서 도슨트를 볼 수도 없고, 도슨트가 해설하는 전시품도 볼 수 없게 된다. 수어통역이 필요한 청각장애인은 수어통역사가 제일 잘 보이는 위치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수어통역사는 도슨트 바로 옆에 서서 수어통역을 해야 도슨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전달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도슨트의 말이 잘 들리는 위치에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슨트에 대한 교육과 안내에서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5)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모든 영상은 자막과 음성해설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영상, 전시실에서 상영하는 영상 등 모든 영상에는 반드시 자막과 음성해설을 제공해야 하며, 음성이 제공되는 전시에는 자막이 제공되어야 하고, 글자로 정보를 제공하는 전시는 QR코드, 오디오가이드 등을 통해 음성 또는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6) 박물관 내의 카페, 식당, 기념품판매점 등의 내부 시설에 대해서도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단차 없이 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0.9m 이상의 통로 확보, 테이블과 분리되는 의자로 구성된 좌석, 그림으로 된 메뉴판 등이 필요하다.

7) 박물관의 상영관 등 관람시설이 있을 경우 휠체어 사용자용 관람석 설치, 화면해설과 자막 제공이 필요하다. 휠체어 사용자용 관람석은 스크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너비 0.9m 이상, 길이 1.3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고 비장애인 동반인과 함께 자리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상영하는 영상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이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8) 박물관 내의 전시대의 높이도 중요하다. 휠체어 사용자의 경우 전시물이 높을 경우 볼 수가 없다. 따라서 가능한 전시대의 전시물은 0.8m 이하로 전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9) 박물관의 대지 위치 선정에 있어서, 차량과 보행 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과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쉬운 저상버스 운행 노선과 잘 연계되는 위치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과 잘 연계되는 위치의 박물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있는 지역의 경우 지하철, 도시철도, 경전철역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위치에 박물관이 있다면 더욱 좋다. 지하철이 없는 지역의 경우 버스 정류소와 가까운 곳이 좋다. 이때 고려할 점은 저상버스(low floor bus) 노선과 연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시내버스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와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들은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10) 모두를 위한 박물관 건축 매뉴얼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매뉴얼이 있다. 서울시에서 제작한 『서울특별시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 등을 참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이이나 매뉴얼 등은 일반적인 건축물에 대한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박물관에 특화된 내용이 부족하다. 따라서 박물관을 필요한 내용들과 기준들을 제공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 건축 매뉴얼』의 개발이 필요하다.

11)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한 아이디어들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바닥마감과 명도 차이가 나는 색상의 띠 또는 안내 사인이 바닥에 연속적으로 설치될 경우 청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시관은 빨간색으로 바닥에 연속선으로 안내하고, 화장실이나 레스토랑 등은 노란색으로 바닥에 연속적으로 안내한다면 누가나 쉽게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꼭 바닥이 아니더라도 벽 색상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2가지 이상의 감각을 통한 정보 제공도 매우 유용하다. 박물관의 안내 사인과 음성안내를 함께 제공한다든가, 박물관의 모든 영상에 자막과 화면해설이 함께 제공된다면 모든 사람이 쉽게 그러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감각에 장애나 제약이 있는 이용자라도 다른 감각을 활용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2) 촉각 또는 모형전시관의 설치는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의 전시 서비스이다. 실제 전시된 유물이나 전시품을 만져볼 수 없으므로 실제와 동일한 크기와 질감으로 모형을 만들고 그 모형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모형을 만들어 놓고 직접 만져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의 만질 수 있는 전시물

모두를 위한 박물관은 장애인 뿐 아니라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모든 사람들이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수준의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만들 때가 되었다.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의 세계를 즐기고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