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누리고 모두가 즐기는 박물관 – 유니버설 박물관 또는 통합 박물관을 향하여 ①

배융호_한국환경건축연구원 유니버설디자인복지연구실 이사

유니버설 디자인의 7가지 원칙(Center for Universal Design 홈페이지)

재발견의 장소

“박물관은 잃어버린 장소가 아니라 새롭게 재발견의 장소이다(A museum is a place where nothing was lost, just rediscovered…)”

– 미국의 작가, Nanette L. Avery-

박물관은 역사적인 유물, 문화재, 미술품 등 인류의 소중한 자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박물관의 전시물을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영감을 얻고, 과거의 유산을 체험하고, 역사를 배운다. 그래서 미국의 작가, 애버리는 박물관을 “재발견의 장소”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박물관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발견의 즐거움을 누리고 즐기지는 못한다. 장애, 나이, 언어, 문화 등의 이유로 우리는 때로 박물관 앞에서 장벽을 만나고 멈추게 된다.

필자는 박물관을 좋아해 해외에 갈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다니곤 했다. 미국에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미국 자연사 박물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했고, 영국에서는 대영박물관을, 프랑스에서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했다. 이 박물관들은 아주 오래된 박물관과 미술관이지만, 최근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람을 위해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의 노력은 장애, 나이, 문화, 언어 등의 장벽을 넘어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적용과 통합의 관점(Inclusion)의 적용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과 통합(Inclusion)의 관점이 추구하는 방향은 같다. 다만, 그 강조점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단차가 없어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출입구

유니버설 디자인과 7가지 원칙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용자의 능력, 경험 등의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보편성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박물관은 가능한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하며, 미국의 장애인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Ronald L. Mace)에 의해 시작되었다. 메이스는 1990년에 유니버설디자인센터를 설립하였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설계와 디자인을 추구하였고, 이 센터를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세우게 된다. 유니버설디자인 센터(Center for Universal Desgin)의 7가지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칙은 공평한 이용(Equitable Use)이다. 디자인은 다양한 신체 능력의 이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용자들에게는 가능한 동일한 방법을 제공해야 하고, 특정 이용자를 분리하거나 특정화하지 말아야 한다. 계단이 있는 출입구를 만들고 그 옆으로 휠체어 사용자 등을 위한 경사로를 만드는 것보다 계단이 없고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단차 없는 출입구를 만드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첫 번째 원칙의 예이다.

둘째 원칙은 이용의 유연성(Flexibility in Use)이다. 디자인은 다양한 개인의 선호와 능력을 충족시켜야 한다. 다양한 이용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모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른손잡이를 위한 가위보다는 양손으로 다 이용할 수 있는 가위 등이 두 번째 원칙의 예이다.

양손으로 다 사용이 가능한 가위

셋째 원칙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용(Simple and Intuitive Use)이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경험, 지식, 언어 능력과 관계없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불필요하게 복잡하도록 디자인하거나 설계하지 않아야 하며, 사용자의 기대 및 의도에 맞게 디자인해야 하고 정보를 제공할 때는 정보의 중요도 순으로 배열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로만 안내하는 매뉴얼 보다 그림 등을 사용하는 매뉴얼 등이 세 번째 원칙의 예이다.

넷째 원칙은 인지하기 쉬운 정보(Perceptible Information)이다. 디자인은 주변 환경이나 사용자의 감각능력(시각, 청각 및 촉각 등)과 관계없이 효과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필수 정보에 대해서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의 다양한 방법을 두 가지 이상 사용하여 제공해야 하며, 최대한 읽기 쉬운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공항이나 항공기 내에서, 또는 열차 안에서 안내 방송과 전광문자 안내판으로 동시에 주요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네 번째 원칙의 예이다.

다섯째 원칙은 오류에 대한 대비(Tolerance for Error)이다. 디자인은 위험을 최소화하고 사고나 의도치 않은 돌발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 오류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내용, 가장 접근이 쉬운 내용부터 정렬하거나 위험 요소들은 사전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 위험이나 오류에 대해 주의를 미리 주는 것도 중요하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되돌리기나 취소 기능이 다섯 번째 원칙의 예이다.

\한글 워드 프로그램의 되돌리기 기능

여섯째 원칙은 신체 피로의 최소화(Low Physical Effort)이다. 디자인은 최소한의 신체적인 힘을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이용자가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합리적인 힘만을 필요로 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동일한 행동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나 자동식 보도의 경우 특별히 사용범을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스위치나 버튼 대신 터치로 작동하는 터치식 독서등이나 고리식 손잡이 등도 여섯 번째 원칙의 예이다.

마지막, 일곱째 원칙은 접근성의 보장(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이다. 디자인은 사용자의 접근과 조작과 사용을 위해 적절한 공간과 크기를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요소에 대하여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용자 모두에게 시야를 확보해야 하며,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이용자 모두가 편안하게 손을 뻗어 닿을 수 있어야 하고, 손으로 쥐는 부분의 다양한 크기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휠체어와 같은 보조기구나 활동지원과 같은 인적 지원 서비스를 받는 경우를 고려하여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여야 한다. 지하철역의 넓은 개찰구는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디자인으로서 일곱 번째 원칙의 예이다.

이처럼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언어 등 다양한 사용자의 조건에 관계없이 건축물, 도시환경,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EU의 컴(COME-IN) 프로젝트

모두를 위한 박물관의 두 번째 흐름은 통합 관점에서의 박물관이다. 통합의 관점을 적용한 박물관은 장애와 비장애의 통합을 추구한다. 다양한 장애와 능력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의 전시물을 경험하고 박물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유럽연합(EU)은 통합(Inclusion)에 기초한 통합 박물관 프로젝트인 ”컴-인!“(COME-IN!)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컴-인(COME IN)은 ”광범위한 통합을 향한 박물관 공개 접근을 위한 협력“(Cooperating for Open access to Museums – towards a widEr INclusion)의 약자이다.

컴-인 프로젝트는 소규모 박물관들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중앙 유럽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컴-인 프로젝트는 박물관 운영자들에게 가이드라인과 교육용 핸드북을 통한 7가지 실천 전략과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컴-인 프로젝트는 박물관, 장애인단체, 학계, 교육기관 및 정책입안자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박물관이 대중에게 더욱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박물관의 접근성을 증진할 전략을 수립하고자 했다.

컴-인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현재보다 더 광범위한 대중이 중앙 유럽의 문화유산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모든 장애인(일시적 장애인을 포함하여)을 위한 모든 문화 장소, 특히 소규모 박물관의 접근성에 초점을 맞춘다.

컴-인 프로젝트의 전략과 정책은 「유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2010-2020 유럽 장애 전략」에 기초하여 수립되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30조(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 및 체육활동에 대한 참여)는 ”당사국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며, 장애인에게 다음의 사항을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공연장, 박물관과 같은 문화 활동 또는 서비스를 위한 장소에 대한 접근과 국가적으로 문화적 중요성을 가진 기념물과 명소에 대한 접근의 향유…. 등“의 보장을 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컴-인 프로젝트는 바로 장애인권리협약의 이러한 조항에 근거하여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였다. 컴-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슬로베니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