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장벽 허물기 ②

원종필_국립장애인도서관 관장

5. 도서관 장애인서비스

물론 도서관에서 장애인서비스를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법적 근거를 충분히 활용하여야 한다. 즉, 법체계에서 제시된 최소한의 의무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도서관 장애인서비스와 관련된 법적 근거는 매우 중요한데, 도서관 장애인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률 및 이념적 근거로 도서관법, 저작권법, 마라케시 조약,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모두 네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① 도서관법 – 지식정보격차의 해소

「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의 도서관 접근권이 명확하게 법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공공도서관 범주에도 장애인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도서관’을 포함시킨 것과 제8장 지식정보격차의 해소를 추가해 장애인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을 분명히 명시하였다. 즉, 「도서관법」 은 지식정보 취약계층인 장애인에게 도서관이 지식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토록 함으로써 도서관의 책무를 분명하게 적시하고 도서관은 모든 국민이 신체적·지역적·경제적·사회적 여건에 관계없이 공평한 지식정보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명시했다. 또한 도서관법 제45조에서 장애인에 대한 도서관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하여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두도록 명시하였다. 이 법률을 근거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설립되었으며, 그간 민간의 영역에서 주로 담당해오던 도서관 장애인서비스가 비로소 국가적인 정책사항으로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② 저작권법 – 장애인 대체자료 제작·배포

도서관이 장애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대체자료를 구비하는 것이다. 대체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기존의 저작물을 장애인이 열람 가능한 형태로 재생산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재제작과정은 저작권 문제와 부딪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작권법 제33조 등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저작물의 복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에서도 저작권자들로 하여금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출판물 또는 영상물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 장애인서비스를 위한 대체자료를 제작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가의 제작비용이다. 인쇄본 신간소설을 음성파일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육성으로 녹음을 하거나 컴퓨터로 텍스트를 인식하여 기계음성을 생성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출판물의 디지털파일이 제공된다면 제작비용뿐 만 아니라 제작 속도측면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도서관법에서는 제45조 제3항에 필요시 도서관자료 발행 및 제작자에게 국립중앙도서관에 디지털 파일형태로도 납본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요청할 수 있는 도서관자료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료로 변환 및 제작이 가능한 자료로 정의하였다.

③ 마라케시 조약 –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

마라케시 조약은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160개 회원국과 50여 개 비정부기구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2013년 6월 27일 채택되었다. 마라케시 조약은 국가의 허가를 받은 기관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체약국 간에는 그러한 포맷 사본의 수출입을 허용하도록 체약국들로 하여금 자국 저작권법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의 예외를 두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약이며 우리나라는 2014년 6월 조약에 서명했지만 당사국으로써의 이행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④ 유엔장애인권리협약 – 표현과 의견 및 정보 접근의 자유

도서관 장애인서비스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모든 장애유형을 포괄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인권협약이다. 이 협약은 21세기 최초의 국제 인권법에 따른 인권조약이며,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협약에 비준하였다.

도서관과 관련된 조항은 장애인의 표현과 의견 및 정보 접근의 자유를 규정한 제21조와 문화적 삶과 레크리에이션, 여가 및 스포츠 참여를 규정한 제30조이다.

6. 도서관, 그 높은 장벽 허물기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설립 이후 장애인 서비스를 위한 도서관의 정책, 서비스, 조직, 시설 그리고 법체계 등을 정비하고 2009년 장애인도서관서비스 선진화 방안에 의한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장애인정보누리터 설치 및 운영, 대체자료 제작 및 보급, 장애인종합목록 DB 구축, 대체자료 상호대차 실시, 대체자료 제 작용 디지털 파일 납본제 도입, 저작권법 개정, 웹 DAISY 저작툴 개발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장애인 도서관서비스를 위한 편의제공만으로는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일 수는 한계가 있다. 최근 장애인 정책이 장애인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에서 인권과 평등 그리고 사회참여라는 아젠다가 진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수행해야 할 도서관에서의 장애인도서관정책 역시 이와 같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차별 감소와 시민생활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 구축은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도서관의 장서와 활동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접근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시각, 신체, 발달, 인지, 학습장애로 인하여 인쇄물을 읽을 수 없는 사람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노인계층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일원으로 포함하는 사회정책, 법과 제도, 지방자치단체, 장애인단체 등의 참여와 협력을 유도하고 도서관 내부적으로는 장애인도서관을 포함하여 공공, 학교, 대학도서관을 포괄하는 협력체제 속에서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도서관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의견이라고 하겠다. 2020년 장애인 독서활동 실태조사에 장애인의 도서관서비스에 대한 의견 분석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를테면 독서 장소로 도서관이 낮게 나온 이유가 ‘거리상 요인보다 도서관을 이용함에 있어서 오는 불안감’은 대체로 장애인은 도서관 직원과의 심리적/정서적 영역에 대한 불안이 높았다는 결과는 장애인이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심리적 불안감까지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도서관 직원의 장애인 응대교육 또는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 강화나 장애인 당사자를 사서로 고용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도서관서비스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의 다각화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으로 영상도서가 손쉽게 송출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도서관별 영상도서감상실을 시범 운영하도록 촉진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도서관 1수어가능자 확보, 또는 영상전화기 설치를 통해 지역의 수어통역센터와 영상통역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수어 서비스

발달장애인의 경우, 집중도가 낮거나 문해력 등의 문제로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문해력을 고려한 쉬운 안내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쉬운 언어로 구성된 안내는 다문화인이거나 문장 이해력이 낮은 사람, 인지력이 저하된 고령장애인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도서관 운영 방식이다. 최근 은평구립도서관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공간인 ‘시끄러운 도서관’을 운영해 당사자 및 그 가족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도서관은 26개의 좌석을 듬성듬성 배치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공간의 여유를 주었고, 발달장애인 등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등의 운영을 유도했다. 또한 장애유형별 다양한 대체자료와 점자·음성·영상 자료, 촉각·큰 글자, 독서 보조기기도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다. 이처럼 ‘모두가 누리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해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로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기’, 등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책자에 대한 응답이 없는 것은 독서에 의지가 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장애물로 인식될 것이기에 발달장애인의 장애특성에 맞도록 대체자료로서의 읽기 쉬운 책의 제작이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은 도서관 직원들이 본인을 기피한다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도서관 직원들 또한 장애인을 도서관 이용자로 어떤 방식으로 응대하야 할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런 만큼 장애인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도서관 장애인 서비스 홍보나 장애이해교육 등을 장애인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진행토록 함으로써 도서관을 경직된 도서관 분위기를 정서적 접근이 용이하도록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성인기의 장애인(5.5%)과 비장애인(23.9%)의 도서관 이용률의 격차가 무려 18.4%인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리적 접근성 못지 않게 정서적 접근성 개선을 통해 도서관이 갖는 엄숙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지양하고 도서관 직원과의 소통 및 이해를 원활히 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이나 영상통화가 가능한 보조기기 등을 배치해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도서관을 찾는 장애인의 접근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장벽을 자연스럽게 허물게 될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가, 또 도서관을 찾아가는 장애인의 걸음이 가벼워지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모두를 위한 도서관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