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박물관 – 박물관과 유니버설디자인 ②

고영준_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박물관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사례

다양한 관람객들을 포용하기 위해 많은 박물관들이 노력을 하고 있다. 박물관시설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넘어 전시, 프로그램 등을 취약계층 들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휠체어사용자, 청각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그동안 박물관 이용이 아주 곤란했던 시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을 포용하기 위한 사례. 그리고 치매노인 대상 프로그램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성인용 기저귀교환대, 장루·요루장애인용 변기를 설치한 박물관도 있다.

다음 소개하는 국내외 박물관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례에서 박물관이 모든 방문객을 위한 문화시설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리적 접근성이 상당히 개선된 가운데 다목적화장실, 성인용 기저귀교환대, 장루·요루장애인변기 등의 설치를 통해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소수이용자들을 수용하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시관람 측면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박물관내에서의 이동, 전시내용 이해를 위해 스마트폰 앱 활용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발달장애 등 인지장애인의 전시 관람을 위한 서비스와 범 세계적인 고령화추세 속에서 치매노인을 박물관에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도 늘고 있다.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1980년대 초부터 장애인의 접근성에 관심을 가져왔고, 이때 처음으로 접근 평등 부(Access & Equality Division)라는 접근성 담당부서가 만들어졌다. 전시 체험에 있어서 시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대영박물관의 접근성 프로그램은 특히 시각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시각장애인용 안내책자(tactile book)이다. 단순히 점자로만 설명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물의 구조를 알 수 있게 입체로 만들어져 있어서 전시를 보다 즐길 수 있게 한다.

대영박물관의 이집트조각상에 대한 촉각드로잉(tactile drawing)과 점자정보 (출처: 대영박물관)

오디오 기기를 통해서 음성으로도 형태, 색상, 크기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관람객들이 이집트 조각 전시장 내 9개의 조각품을 만져보고 음성안내를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데스크 위에 놓여있는 로만 브리튼(Roman Britain)등 전시물을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만져보며 관람할 수 있는 “핸즈 온 데스크(Hands On Desk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평가결과 거의 모든 이용자들이 손으로 만져서 전시물을 느껴본 것이 박물관이용 경험의 질을 높여주었다고 응답했다.

노인과 약시자를 위해서는 큰 글자 가이드(large print guide)를 제공하고 PDF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주변소음 없이 소리를 명확하게 전달해주는 인덕션 루프(induction loops)가 매표구에 설치되어있으며 사전예약자에게는 수화통역과 수화통역장면 및 자막이 포함된 비디오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박물관 내에는 덜 붐비는 곳과 혼잡해서 감각을 자극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 민감한 자폐증관람객 등을 위해 가도 될 곳과 피해야 할 곳을 표시한 감각지도(sensory map)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성소수자를 위한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queer) 투어이다. 자원봉사자에 의해 운영되는 이 투어에서는 욕망, 사랑, 정체성주제와 관련된 전시를 관람한다.

치매노인대상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추억의 여행가방 (출처: 리버풀박물관)

리버풀 박물관 (Museum of Liverpool)

리버풀박물관은 2019년 영국에서 장애인 접근성 면에서 가장 우수한 박물관으로 선정되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장애인 화장실의 설치와 전 직원 대상 장애인식교육 때문이었다.휠체어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전 층에 있고 1층에는 성인용 기저귀교환대를 갖춘 화장실이 하나 있다. 2층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있다. 성중립화장실은 트랜스젠더 뿐만 아니라 유아, 지적장애인, 중증지체장애인 등과 성별이 다른 개호인이 함께 화장실을 가야할 때 도움이 된다. 2층에는 기도실도 마련되어 있다. 대부분의 영상콘텐츠에는 자막이나 수화통역이 제공된다.

안내데스크에 점자안내책자가 구비되어있으며 박물관 곳곳에 점자가 부착되어 만져볼 수 있는 물건들이 비치되어있다. 안내데스크에는 안내견을 위한 물그릇이 마련되어있다. 자폐증 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자폐증·학습장애가 있는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투어도 제공된다.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촉각 층별 안내판이 부착되어있고 촉각 그룹투어도 제공된다. 소리에 민감하거나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관람객을 위해 귀보호대, 팝업 텐트와 조용한 공간 등이 마련되어있다.

또한 “추억의 집(House of Memories)”이라는 치매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소장품을 활용하여 치매환자의 기억들을 상기시킬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는 “추억의 여행가방(memory suitcase)”이 포함된다. 추억의 여행가방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리버풀 철도 포스터, 음악 및 패션기념품, 동전 및 지폐와 같은 것들을 담은 일반 가방과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카리비안 추억, 리버풀 아이리쉬 커뮤니티 추억과 같은 특별한 테마를 다룬 가방이다.

런던박물관의 감각지도 (출처: 런던박물관)

런던 박물관 (Museum of London)

자폐증 관람객을 위해 귀보호대를 안내데스크에서 빌려준다. 아침 탐험가 (Morning Explores) 행사가 자폐아동을 둔 가족을 위해 특별히 마련되어있다. 이 행사는 일반관람객 개방 전인 8:30-10시 사이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 방문에 앞서 박물관 감각지도(sensory map)를 다운 받아서 조명이 밝은지, 어두운지, 시끄러운 곳인지, 냄새가 나는 곳인지 등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치매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런던의 추억(Memories of London)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치매친화적인 자료들과 다양한 관련 행사들이 포함된다. 행사 중의 하나는 치매 친화적인 투어이다. 이것은 매월 1회 개최되는데 치매초기 관람객이 보호자와 함께 투어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상상을 유발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억과 음악(Memories and music)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5세 이하 아동 및 가족들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유아와 노인이 놀이 등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서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외로움을 덜 수 있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어린이집과 협력하여 운영된다.

메리로즈 박물관의 학습장애인을 위한 삽화수록 안내서 (출처: 메리로즈 박물관)

메리로즈 박물관(Mary Rose Museum)

메리로즈 박물관은 영국의 포츠머스의 역사가 오래된 선착장에 위치한 역사박물관으로 16세기 해군함 메리로즈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관부터 박물관을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도록 시도했다. 안내책자가 큰 글자(large print)로 제공되고 점자지도도 구비되어있다. 일부 유물은 만져도 된다. 유물보존을 위해 평소에는 박물관의 조도를 낮게 유지하지만 이로 인해 관람이 힘들 경우 직원에게 요청하면 도움을 준다. 전시장이 어두워서 관람하기 곤란한 약시자를 위해 매월 특별히 조도를 높이는 “Relaxed Opening”모닝이 열린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전시공간에는 배경소음을 차단하고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또렷하게 전달해주는 오디오 루프 시스템(audio loop system)이 설치되어있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재생되는 영상콘텐츠에 대해서는 자막을 제공한다. 역사가 오래된 선착장의 거의 모든 곳은 접근 가능하지만 일부는 유물 보존을 위해 접근을 제한하기도 한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선착장까지 500미터 떨어져 있는데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차량(buggy)이 운행된다.

장애인화장실내에 천장 호이스트(hoist)와 성인용 기저귀 교환대가 갖추어져 있다. 학습장애자들이 전문 가이드의 안내로 직접 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으며 삽화가 수록된 프로그램 안내책자가 마련되어있다.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오디오가이드를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앱도 제공된다.

베를린 미술관(Berlinische Galerie)

베를린 미술관은 베를린 소재 현대미술, 사진, 건축모형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촉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안내지도가 약시나 전맹인을 위해 제공된다. 또 17개의 주요 소장품에 대해 오디오가이드를 제공한다. 이 앱은 자동으로 오디오포인터를 작동시켜서 전맹 및 약시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전시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상설전시물 중에서 7개의 작품모형들은 만져서 감상할 수도 있다. 섬유, 목재 등으로 제작된 모형들은 원작의 특유의 재질감을 전달해 준다.

상설전과 특별전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드에 의한 터치투어가 정기적으로 제공된다. 청각장애 관람객을 위해 수화통역 가이드투어가 정기적으로 제공되고 전시회 개막식도 수화 통역된다. 다양한 장애인 방문객의 니즈에 맞춘 정기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교육프로그램에는 터치투어, 수화통역제공 투어 그리고 학습장애인들을 위한 투어가 포함된다. 일부 이벤트에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이벨리티 앱을 이용해서 길찾기를 하는 모습

루마 아를르 아트센터(LUMA Arles Art Center)

2021년 프랑스 아를르에서 개관한 루마 아를르 아트센터는 전시장, 워크샵, 도서관, 150석의 강당과 카페를 갖추고 있다. 루마 아를르는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들의 길안내에 도움을 주지만 박물관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령, 역사가 오래된 박물관의 외관을 손상시킬 수 있고 휠체어사용자 등 이동약자들에게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루마아를르는 장애인 방문객의 접근성향상을 위해 물리적 해결안 외에 다양한 장애유형에 맞게 고안된 이벨리티(evelity)라는 네비게이션 앱을 도입했다. 이벨리티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박물관뿐만 아니라 지하철정거장, 교육시설, 병원 등 실내외장소에서의 길 찾기 할 수 있게 개발된 앱이다.

이벨리티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휠체어사용자, 인지장애인 등을 고려하여 만들어졌으며 복잡한 장소에서 GPS를 사용하는 것처럼 단계별로 안내를 해준다. 전맹 및 시각장애인에게는 보이스 오버(VoiceOver)와 톡백(TalkBack)스크린 리더를 이용하여 음성안내를 한다. 이동약자에게는 엘리베이터 위치를 포함한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인지장애자들에게는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편안하게 길안내를 해준다.

시각장애인이 촉각과 음성안내를 통해 프라도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하는 장면(출처: 프라도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Prado Art Museum)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프라도미술관은 2013-2016행동계획을 수립하여 박물관 공간과 전시물에 대한 보편적 접근개선을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회화작품들은 시각장애인들을 배제하고 시력이 있는 사람들의 감상의 대상이 되어왔다. 하지만 프라도 미술관에서는 고야, 베라스퀘즈와 같은 회화걸작들을 3D프린터로 복제한 6개의 작품을 ‘Touching the Prado’라는 이름으로 전시해서 시각장애인관람객들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 특별전시와 더불어 박물관 컬렉션 중 53개의 작품들에 대해 음성안내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4점의 걸작들에 대한 설명은 특히 상세히 제공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전시실, 강연장 등에 수화통역과 청각보조장치인 히어링루프(hearing loop)가 제공된다. 또한 음성안내, 수화통역, 스페인어자막이 포함된 영상으로 52개의 소장품을 안내하는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프라도미술관은 300점 이상의 작품설명을 한글을 포함하여 10개 국어로 소개하는 음성안내기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시각장애인, 어린이 등 다양한 관람객이 과학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눈송이의 촉각모델(출처: 보스톤 과학박물관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보스톤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 Boston)

휠체어로 접근이 가능한 화장실이 다수 설치되어있으며 가족화장실도 한군데 설치되어있다. 안내데스크에 요청하면 높이조절가능 성인용 기저귀교환대를 갖춘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박물관 지도와 가이드를 담은 외국어 안내서를 안내데스크에서 얻을 수 있다. 이동약자를 위해 성인용·어린이용 수동휠체어, 전동스쿠터, 유모차가 구비되어있다.

전맹이나 약시자들은 아이라(Aira)라는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한 뒤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위를 촬영하면 아이라 회사 직원이 화면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전시작품 설명 등을 음성으로 해준다. 이 서비스는 박물관 내에서는 무료로 제공된다.

앱 외에 전맹 혹은 약시자를 위한 박물관 내부 시설 위치 음성안내도 제공된다. 이것은 박물관 방문 전 건물의 전체상을 파악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자료의 점자본은 안내데스크에서 빌릴 수 있다. 특정 소리에 민감한 방문객을 배려하여 박물관의 일부 화장실에는 핸드 드라이어와 자동 물내림 장치를 두지 않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청취 보조장치가 설치되어있다. 이 장치는 과학박물관의 모든 무대와 강연장에서 실시되는 발표의 소리를 확대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리시버, 헤드셋, 혹은 넥 루프(neck loop)를 로비에 있는 안내데스크에서 대여할 수 있다. 사전 녹화된 발표의 경우에는 자막이 제공된다. 2주 이상 전에 예약을 하면 농아나 난청인을 위한 수화통역과 실시간 컴퓨터 기반 자막이 제공된다.

보스톤 과학박물관은 유니버설디자인의 보급과 적용을 위해 유니버설디자인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전시공간, 편의시설은 물론 프로그램, 교육 등에 적용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가이드라인에는 과학박물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소품 및 자료를 디자인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이 수록되어 있다.

보스톤 미술관(Museum of Fine Art, Boston)

미술관 입구에서 휠체어와 보행보조기(rollator), 접이식 스툴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모든 화장실은 휠체어이용이 가능하고 다목적 화장실이 두 개 마련되어있다. 이곳에는 성인용 기저귀교환대가 설치되어있으며 개호인을 동반하거나 프라이버시가 요구되는 휠체어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다.

전맹이나 약시자를 위해 스마트폰의 앱으로 미술관 내의 이동, 전시내용 파악에 직원을 연결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라(Aira) 앱서비스가 무료로 지원된다. 전농이나 난청인 관람객을 위해서는 네크루프(Neckloop)와 스크린 자막, 청취보조장치, 그리고 FM 청취지원시스템(Assistive Listening Systems)을 제공하고 있다. 자폐증 관람객과 가족을 위한 안내서(Tips for Visitors on the Autism Spectrum and Their Families)도 준비되어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휴대용 스툴을 메인로비에서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모든 화장실은 휠체어접근이 가능하고 가족 화장실이 여러 군데 설치되어있다. 모든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자동 자막을 제공하고 2주 전에 요청하면 공공프로그램에 대해 수화통역과 현장 자막이 제공된다.

‘Create Ability’라는 지적·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한 미술창작 체험 워크샵을 매월 한 번씩 운영하기도 한다. 또 2007년부터 2014년 사이에 알츠하이머병 치매환자와 개호인을 위한 미술감상 투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투어가 시작된 이래 파리 루브르박물관, 바르셀로나 피카소미술관 등 전세계 100개 이상의 박물관 및 문화시설에서 치매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치매환자 보호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치매환자에게 미술프로그램이 단기기억을 요구하지 않고 대신 종종 장기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캐나다 인권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셀프가이드 투어 앱. (출처: 캐다다 인권 박물관)

캐나다 인권 박물관(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

캐나다 위니페그(Winipeg)시에 있으며 인권의식홍보 및 교육을 위해 2014년 개관했다. 개관 준비단계에서 장애인 인권 분야 9명의 전문가, 자문위원, 장애인 활동가로 이루어진 인클루시브 디자인 자문위원회(IDAC)를 구성했다. 각 층에 성 중립적이며 무장애인 다목적 화장실이 하나 이상 설치되어있다. 1층에는 성인용 기저귀 교환대와 전동 호이스트가 구비된 다목적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다른 모든 다목적 화장실에는 유아용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다.

무료 앱을 다운 받아서 셀프 가이드 박물관 투어를 할 수 있다. 박물관 방문 전에 앱을 다운로드 한 뒤 가상 투어를 하면서 공간을 파악할 수 있다. 앱은 영어, 불어, 수화로 제공된다.

각 전시실 및 전시 하이라이트와 건축에 대한 오디오가이드가 제공되며 안내책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풍부하고 인터랙티브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영상들이 마련되어 있다. 앱의 “Near me”모드를 통해 전체 박물관에 위치한 120개 이상의 보편적 접근지점(Universal Access Points)에서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기능은 전맹이나 약시자를 위해 마련되었으나 주요 전시의 하이라이트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관람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은 캐나다의 문화시설에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다.

전농이나 난청인 관람객들에게는 앱으로 전시내용을 수화통역 해준다. 인터랙티브 지도를 이용하여 현재위치, 시설배치는 물론 텍스트기반 방향 표시로 목적지까지 안내받을 수도 있다. 모든 전시는 엄격한 그래픽 표준을 준수하여 내용이 최대한 이해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시에 사용된 서체는 가독성을 고려하여 신중히 선택된다. 서체 크기, 배치, 그리고 심지어 문단의 배치 및 선 길이와 같은 디테일까지도 콘텐츠를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려되었다. 문자와 배경을 구분할 수 있도록 색상대비를 주어서 다양한 조명조건이나 시각적 장애 속에서도 문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

자동음성 더빙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동더빙 기능을 사용하면 원래 영어나 불어가 아닌 영상 속의 나래이션을 관람객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음악의 가사를 제외하고 구술되는 모든 영상의 내용은 영어와 불어 자막이 제공된다. 좌석이 있는 모든 극장과 전시실에서는 벤치 좌석과 등받이와 팔받침이 있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

도쿄 국립 박물관(Tokyo National Museum)

홈페이지는 대, 중, 소로 글자크기 조절가능하고 홈페이지에 accessibility information 탭이 있다. 무장애경로와 접근성 정보를 담은 지도를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본관의 1층의 교육장에 촉지도가 설치되어있다. 촉각으로 각 전시실의 물건들의 특성, 재료와 생산기법을 전달한다. 이것은 시각장애인 관람객들에게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박물관 본관을 비롯한 4개 화장실에 장루·요루장애인용 변기가 설치되어있다.

일본 와카야마 현립 박물관(Tokyo National Museum)

와카야마 현립 박물관은 시각장애인에게 박물관 전시자료를 공유하고 이용을 촉진하는 것도 공공시설로서 박물관의 역할이라고 간주하여, 만질 수 있는 자료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와카야마 공업고등학교와 협력하여, 3D 입체복사 기술 실습으로 전시물 복제품을 작성해, 상설전시실내에 설치하였다. 아울러 활자와 점자, 특수 인쇄 기술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정안인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상설전 도록을 제작하였다.

후쿠오카 시립박물관(Tokyo National Museum)

장애인용 화장실에는 장루·요루장애인용 변기가 설치되어있다. 상설전시관에는 점자, 촉지도에 의한 안내가 제공된다. 전시관, 화장실, 코인로커 등에는 청각장애인을 배려하여 빛으로 화재경보를 하는 장치가 설치되어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1층 안내데스크에서 박물관 관내 안내 점자지도를 대여하고 있으며 박물관의 설비나 서비스에 관한 음성지도도 구비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박물관이 제공하는 것은 ‘보는 것’뿐이었다고 자각하여 전시복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전시를 2015년에 개최하기도 했다. 5배로 확대한 금도장 모형을 비롯하여 청동기시대 무기, 거울 등의 복제품을 마음대로 만져볼 수 있게 함으로써 박물관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였다.

세계문화관 촉각전시 전경(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사용자가 위치한 곳의 전시품에 대해 국, 영, 중, 일 4개 언어로 설명해 주고 전시관 지도, 추천동선 등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상설전시관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 등 일부 전시물의 실물크기모형을 만져보면서 관람할 수 있으며 음성안내와 점자안내도 제공되고 있다. 세계문화관의 6개 전시실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2021년 상설전시관과 세계문화관에 수어 전시 안내 영상제작을 완료했다. 박물관의 문화취약계층 전시 접근성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수어구연자가 각 실을 대표하는 전시품의 모양과 특징, 용도를 알려준다.

수어 전시안내 영상은 청각장애인 방문객에게 전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즐거운 관람경험을 제공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 수어통역전시 해설은 예약을 하거나 하루 3회 각 전시관 앞에서 이용가능하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의 포스터(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반려인 수를 반영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20년 반려견 동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시를 개최했다. 원래 반려인과 개가 함께 미술관에 와서 관람하도록 기획됐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영향으로 언택트로 전시를 오픈하게 됐다. 이 전시는 반려견 동반뿐만 아니라 개가 적록색맹인 점을 고려하여 제작된 그림과 개들을 위한 관람 공간의 마련 등 세심한 배려 때문에도 주목을 끌었다. 이 전시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관 이용자의 범위를 반려동물까지 확장시키려고 시도하였다. 이 글의 서두에서 설명했듯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표방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대상 사용자 범위가 모든 사람을 넘어서 동물을 포함한 ‘모두’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촉각체험구역(출처: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은 문화유산을 촉각과 음성으로 안내하는 무장애 전시 공간을 도입했다. ‘촉각 체험구역’은 장애인. 비장애인 관계없이 누구나 촉각과 음성으로 디지털 문화유산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250여 종의 디지털 촉각 콘텐츠를 촉각 디스플레이를 통해 만져보고, 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입체적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문화유산 15종을 실제 재질과 비슷하게 재현한 촉각 도록도 비치되어 있다.

관람객이 직접 그린 그림을 촉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있다. 관람객이 문화유산 그림을 그리면 디지털 점자로 구현되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촉각으로 정보를 감지하는 패드를 내장한 안내 키오스크도 설치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디지털문화유산나눔방의 정보를 수어와 디지털 촉지도로 안내하여 시각장애인도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다.

맺음말

박물관처럼 다양한 사용자들이 찾는 공공시설은 매우 드물다. 박물관은 어린이,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신체. 인지. 언어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즐기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역사적 유물이나 미술품을 관람하는 곳에서 요즈음은 그것을 넘어서 문화프로그램과 교육을 제공하는 곳으로 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박물관이 보다 많은 이용자들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기 이해서는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이 수반되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적용은 장애인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한 범위를 넘어서 박물관의 물리적인 접근은 물론 전시, 프로그램, 교육 등도 모든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박물관 편의시설 중에서도 가족 동반 방문객 등의 이용객을 위한 다목적화장실이 설치되어야 한다. 장루·요루장애인을 위한 변기, 성인기저귀교환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의 설치가 요구된다. 시각장애인의 박물관이용증가를 위해서 촉각모형의 제작 외에도 박물관 내부공간의 이동을 위한 앱의 활용도 고려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은 물론 실시간 자막제공, 비상시 문자 및 촉각안내등도 요구된다. 발달장애와 같은 인지장애인을 위한 쉬운 전시안내와 고령화치매노인 등 노인이용자의 박물관이용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리버풀박물관의 사례처럼 박물관 직원대상 장애인인식 교육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일 필요도 있다.

박물관의 유니버설디자인은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시설, 전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박물관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될 때 박물관의 이용도는 높아지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