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박물관 – 박물관과 유니버설디자인 ①

<뮤지엄뉴스>에서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주제로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취약계층 접근성 개선을 위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나이, 성별, 장애 등에 차별없이 국민 누구나가 편리하게 문화향유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 첫번째 칼럼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고영준 교수님께서 유니버설디자인은 무엇인지, 박물관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다음호에서는 전세계의 각 박물관에서의 다양한 적용사례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고영준_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유니버설디자인의 대상 사용자

최근 국내박물관들도 문화취약계층의 문화향유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물리적 장애를 없애고 전시공간을 적절히 배치해서 휠체어사용자, 유모차이용자 등이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고 유아동반자를 위해서 수유실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노력의 대부분은 장애인편의증진법의 법적의무 적용수준에 그치고 있다.

박물관이 다양한 사용자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법적의무 기준을 넘어서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제품·환경·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성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외국인 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물관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이용자들의 전체 여정을 고려하여 불편함이 없도록 연구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포함해서 누구나 박물관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어야 하고 박물관에 도착해서는 입구부터 전시실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전시실에 들어와서는 전시물 및 전시내용을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박물관에는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기 때문에 박물관내에서 개최되는 세미나, 워크샵, 교육 등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설·설비·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은 미국유니버설디자인센터(Center for Universal Design)의 소장이었던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에 의해 주창된 개념이다. 로널드 메이스는 과거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된 디자인이 장애인들의 물리적인 장애 해소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장애인들을 비장애인들과 다른 시설을 이용하는 특별한 존재로 인식시키게 된다는 것도 느꼈다. 장애인만을 위한 디자인의 문제점을 알고 난후부터 그는 제품·환경을 디자인할 때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로널드 메이스가 처음 유니버설디자인을 얘기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에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적어서 유니버설디자인의 적용범위에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았었다. 말하자면 유니버설디자인은 제품·환경을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유니버설디자인의 대상이 제품·환경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확대되었다. 유니버설디자인으로 고려해야 할 사용자 범위도 모든 사람에서 동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로 확장되었다. 왜냐하면 공공환경 등에서 반려견 동반을 허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물관의 유니버설디자인은 박물관에서 사용되는 제품, 박물관의 전시시설, 편의시설 등 환경과 전시콘텐츠, 교육프로그램, 홈페이지 등의 서비스를 박물관 입장이 허용되는 모든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영국 등 일부 유럽지역에서는 인클루시브디자인(Inclusive desig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양한 사용자를 포괄한다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디자인을 통해 소외된 계층을 포용한다는 취지는 유니버설디자인과 같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회인 인클루시브 소사이어티(inclusive society)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클루시브 소사이어티는 연령·성별·장애유무·인종·민족·지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이 갖는 중요한 가치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디자인을 하는 행위가 모두를 포용하는 세상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박물관에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다음 유니버설디자인원칙이 박물관의 시설, 전시내용, 프로그램의 유니버설적용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니버설디자인 원칙

로널드 메이스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유니버설디자인 보급을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니버설디자인 7원칙을 만들었다. 그것은,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 사용의 융통성(Flexibility in use),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 use), 인지할 수 있는 정보(Perceptible information), 실수에 대한 포용(Tolerance for error), 적은 신체적 노력(Low physical effort),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이다.

공평한 사용은 누구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등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시각장애인은 박물관을 이용할 수 없다면 공평성에 벗어난다. 또 박물관에 휠체어사용자용 출입구를 일반 출입구의 반대편에 만들었다면 공평성에 어긋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이동거리가 길어짐은 물론 휠체어사용자에게 차별감과 소외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의 융통성은 다양한 사람들의 기호와 능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기기 등이 융통성 있게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박물관 화장실의 세면대가 어른이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어린이가 사용하기에는 높으면 사용의 융통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은 사용자의 경험·지식·언어능력, 혹은 현재의 집중도에 상관없이 제품·환경·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가령, 박물관의 전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인지장애인은 물론 어린이도 이해하기 어렵다면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의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다.

인지할 수 있는 정보는 주위의 조건, 혹은 사용자의 지각능력에 상관없이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를 시각, 청각과 같은 여러 수단으로 충분히 제공하고 필수적인 정보를 최대한 읽기 쉽게 해야 한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여 박물관관람객들이 대피를 해야 할 때 음성이나 소리만으로 정보를 제공해서 청각장애인이 알 수 없다면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원칙에 어긋난다. 박물관 이용정보를 시각적 수단으로만 전달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인지할 수 없다면 그것도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박물관 시설위치 및 안내를 촉지도와 음성으로 제공한다면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원칙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실수에 대한 포용은 사고, 혹은 의도치 않은 행동에 의한 나쁜 결과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품·환경·서비스 등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위험이나 실수를 최소화하도록 기기나 설비를 배열하거나 가장 자주 사용하는 요소들을 가장 접근하기 쉽게 하고, 위험한 것들은 제거·격리시키거나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전시물 중에 관람객이 만지다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가드를 설치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단의 끝부분을 눈에 띄게 한 것은 실수에 대한 포용의 원칙에 부합되는 예다.

적은 신체적 노력은 사용자가 최소한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제품·환경·서비스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연스러운 자세로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고 반복적이거나 지속적인 동작을 가급적 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가령, 힘들 들이지 않으면 박물관 출입문 개폐가 어렵다만 이 원칙에 어긋난다.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은 사용자의 신체크기, 자세, 혹은 이동능력에 상관없이 접근· 조작, 그리고 사용을 위한 적절한 크기와 공간이 제공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가령, 전시품 사이의 공간이 좁아서 유모차가 이동할 수 없다면 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 전시대가 너무 높아서 휠체어사용자나 어린이가 전시내용을 잘 볼 수 없다면 이것도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박물관의 안내사인을 눈높이가 높은 일반성인과 눈높이가 낮은 휠체어사용자 등이 모두 잘 읽을 수 있는 범위에 배치하는 것은 이 원칙에 부합된다.

서있는 사용자와 휠체어사용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안내사인의 범위(출처: 고영준. 사용자중심 유니버설디자인방법 및 사례)

다양한 박물관 이용자와 배려사항

모두를 위한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박물관 관람객들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박물관 관람객들은 정말 다양하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한다. 그들 중에는 신체 건강하고 인지능력이 양호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능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유아를 동반한 사람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장애인이고 장애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휠체어사용자다. 하지만 장애인은 휠체어사용자 말고도 많이 있다. 휠체어사용자처럼 장애가 눈에 보이는 사람들 외에 겉으로는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다양한 장애인을 포함한 사용자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을 실현하는데 무엇보다 요구된다.

먼저, 휠체어사용자부터 살펴보자. 휠체어사용자 중에서 대체로 장애가 덜한 사람들은 수동휠체어, 심한 사람들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한다. 휠체어사용자들은 이동경로 내에 단차, 계단이 있을 경우 이동이 곤란하고 좁은 통로에서는 통행이 곤란하다. 휠체어를 탄 채로 측면이동이 안되고 안내데스크 등에 접근하기 어렵다. 이동 속도가 느려서 긴급 상황 발생 시 빠른 대처가 어렵다. 시선의 높이가 어른에 비해 낮아서 높은 위치의 안내사인을 읽기 어렵고 높은 곳의 물건에는 손이 닿지 않는다.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단차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휠체어 폭을 고려하여 통로의 폭을 정해야 한다. 박물관 안내데스크 등에 휠체어사용자의 무릎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빠른 대피를 위해 박물관 내의 강연장 등에서는 출입구 가까운 곳에 휠체어 공간을 배치하고 안내사인에 휠체어이동이 용이한 경로를 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휠체어사용자의 눈높이를 감안하여 시선의 범위 내에 안내사인, 전시물 및 작품설명을 배치해야 한다. 만져도 되는 전시물의 경우 손이 닿는 범위 내에 전시물을 배치시킨다. 전동휠체어사용자 중에는 몸을 거의 가눌 수 없어서 개호인을 동반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처럼 화장실을 혼자 이용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영국, 미국 등의 공공시설에 성인용 기저귀교환대와 천장용 호이스트 등을 갖춘 화장실(Changing places toilet) 설치가 늘고 있다.


성인용 기저귀교환대와 호이스트가 설치된 공공화장실. (출처: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성인용 기저귀교환대 심볼마크

장애인 중에는 시각, 청각 등 감각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시각장애인 중에는 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과 시력이 약해서 물체와 정보를 인식하기 힘든 ‘약시’ 등이 있다. 시각장애인이라면 보통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나 흰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아는 사람은 전체의 10%가 안 된다고 한다. 지팡이를 이용하지 않는 시각장애인 관람객 중에는 안내견을 동반하는 사람도 있다. 시각장애인은 손이나 지팡이가 닿는 범위 밖의 것은 형태 식별이 곤란하고 계단을 오르다가 치수가 변하면 혼란이 생길 수가 있다. 수직이동 시 유도블록이나 핸드레일이 없으면 경사의 시작과 끝부분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약시자는 계단이나 단차를 파악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시각대신에 음성, 점자, 유도블록 등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경사의 시작과 끝부분에는 유도블록이나 핸드레일을 설치하고 계단의 끝부분에는 눈에 잘 띠는 색 띠를 부착한다. 안내사인에서는 시설물의 위치 등을 음성으로 안내해준다. 전시 관람을 위해 모형을 제공하고 음성안내나 오디오가이드를 덧붙이는 것이 좋다.

청각장애인은 장애정도에 따라 ‘농아’와 ‘난청’으로 구분된다. 농아는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거나 청력이 남아 있다하더라도 소리만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난청은 보청기 등을 이용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이다.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정보나, 긴급 상황을 알리는 음성안내를 들을 수 없다. 또한 겉모습만 봐서는 장애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청각장애인끼리는 수화나 상대방 입모양을 읽어서 의사소통하지만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은 곤란하다.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소리 대신에 시각, 촉각 등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안내데스크에서는 필담용구를 준비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에는 LED전광판, 긴급 문자메시지와 같은 시각적 수단이나 진동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된다. 전시실, 강연장 등에서는 수화통역을 제공하고 히어링루프(hearing loop)를 설치한다. 히어링루프가 설치된 장소에서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T모드로 전환하면 주변 소음 없이 설명을 명료하게 들을 수 있다.

히어링루프가 설치된 강의실의 입구. (출처: Tim Schoon)

신체·감각 장애 이용자 외에 인지능력이 약한 지적장애인, 자폐장애인 등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적장애인은 지능발달 장애로 인해 학습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을 받고, 적응행동과 학습장애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하고 식사, 배변, 교통기관 이용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적장애인은 어렵거나 추상적 개념의 문자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청각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외관상 장애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상황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패닉상태에 빠질 때도 있다. 목소리의 크기 조절을 잘 할 수 없을 때가 있고 충돌 등의 위험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위험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지적장애인 관람객을 위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작품설명이 요구된다.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추상적 표현은 피하고 알기 쉽고, 간결하며,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도록 한다. 필요시 그림문자인 픽토그램(pictogram)을 함께 사용한다. 패닉상태가 오면 안정을 취하게 하고 설명이 필요하면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반복한다. 충돌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날카로운 모서리를 피하고 탄력성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긴급 상황 발생 시는 보호자 혹은 직원과 함께 대피하도록 한다.

자폐장애인은 뇌손상, 정서적 원인, 유전적 이상 등으로 자신의 내부세계에만 빠져있어 외부 자극에 무관심하며 사회적인 반응의 결여가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언어,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장애를 보이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몇 가지 행동이나 물건에만 집착하는 증상을 보인다. 만일 자폐장애인 관람객이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부딪치는 이상행동을 보일 때는 조용히 말을 걸어서 마음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박물관 이용자 중에는 그밖에 암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소화관이나 뇨관 등에 손상을 입어 복부에 배변주머니나 소변주머니를 착용하고 있는 장루·요루장애인도 있다. 이들은 장애 부위뿐만 아니라 전신기능이 저하되어 체력이 약하고 쉬 피로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인공장루에서 냄새가 날까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들을 위해서는 쉴 수 있도록 벤치 등을 제공하고 인공장루를 비울 수 있게 화장실에 장루·요루장애인용 변기를 갖추어야 한다. 일본의 박물관 중에는 다목적화장실에 장루·요루장애인용 변기를 설치한 곳이 많다.

일반변기(좌)와 장루요루 변기(우)
장루요루 변기 설치 화장실 심볼마크

박물관에는 또한 노인·유아동반자·임산부·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능력이 떨어지고 조그만 글씨가 잘 안보이고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등의 감각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기억력·판단력·이해력의 쇠퇴도 두드러진다. 신체 능력 저하로 먼 거리 이동이 힘들고 안내 사인이나 책자 등의 작은 글씨를 잘 읽지 못하고 보통 볼륨의 소리를 인식하기 어렵게 된다. 빠른 속도의 말과 복잡하고 어려운 정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을 배려하여 잠시 쉴 수 있는 벤치, 의자 등을 배치하는 게 좋다. 안내사인이나 책자의 글씨를 크게 하여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음성안내의 속도를 늦추고, 외래어나 전문용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유아동반자는 유모차를 끌거나 유아를 업고 다니거나 항상 보살펴야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어린이는 주의력이 부족하고 호기심 때문에 아무것이나 건드리고 만진다. 또한, 어린이는 키가 작아서 높은 곳에 있는 안내사인을 읽을 수가 없다. 힘이 약해서 출입구의 개폐 등을 잘 못하고 어렵거나 추상적인 개념의 문자나 말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

유아동반자를 위해서는 기저귀 교환 공간, 수유 공간, 휴식 공간 등을 설치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해서는 박물관내의 장치·설비들은 잘못 사용하더라도 치명적인 사고를 초래하지 않도록 설계해야한다. 또한, 어린이의 키, 눈높이 등을 고려하여 시설물의 높이를 정하고 짐을 들어서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유아동반자를 위해 출입구에 자동문을 설치한다. 박물관의 안내사인, 작품설명 등은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고 간결하며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도록 한다.

임산부는 임신기간이 경과할수록 몸무게가 늘어나고 눈에 띄게 거동이 불편해 진다. 피곤하기 쉽고 장기간 선채로 전시 등을 관람하거나 빨리 이동하기 어렵다. 또 발밑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단차 등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임산부를 배려하여 적절한 위치에 벤치 등을 설치하고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회전문 등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바닥의 단차, 문턱 등을 없애고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바닥면을 마감한다.

외국인과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한글과 우리 문화 및 지리를 잘 알지 못한다. 관광객은 여행용가방을 휴대하고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양손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을 위해서는 안내사인과 전시안내, 작품설명은 한글 외에 영어 등의 외국어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픽토그램을 함께 표기한다. 가방을 휴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관함을 설치하고 양손이 부자유스런 상황을 감안하여 자동문을 설치한다.

그밖에 고려해야 할 박물관 이용자는 엄마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오거나 아빠가 어린 딸을 데리고 오는 경우, 혹은 장애인 남편과 비장애인 아내가 함께 오는 경우이다. 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할 때 기존의 화장실은 매우 불편한데, 이처럼 이성 간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 혹은 성소수자의 사용을 고려하여 다목적 화장실이나 가족화장실 설치가 필요하다. 다목적 화장실은 맹인을 동반한 안내견도 이용할 수도 있게 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의 공항에는 안내견, 애견을 위한 화장실 설치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주인과 함께 여행을 하는 동물들을 위한 배려이다. 박물관에 이와 같은 공간을 마련할 수 없다면 다목적화장실을 이용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다음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