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꽃이 웃고, 작작 鵲鵲 새가 노래하고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2021년 12월 1일부터 2022년 1월 30일까지 기획전 <꽃이 웃고, 작작 鵲鵲 새가 노래하고>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인간, 동식물이 공존하는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생태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또한 그와 같이 평생 애정어린 시선으로 자연을 담고, 강인한 생명력을 주목해 온 김병종, 김보희, 민병헌, 정현 작가들이 초대되었다. 전시명 <꽃이 웃고, 작작 鵲鵲 새가 노래하고>는 장욱진 수필집 <강가의 아틀리에>의 한 구절로 “꽃이 웃고, 작작 鵲鵲 새가 노래하고 봄비가 내리는 곳이 부처님이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의 구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세상 만물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꿈꾸었던 장욱진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장욱진을 생태적 관점에서 해석한 생태학자 최재천(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장욱진에게 ‘생태화가’라는 타이틀을 헌정하며, “장욱진이 그리는 집과 가족, 나무와 새는 서로 따로 존재하지 않고 늘 함께 어울렸다. 그는 바로 자연 생태의 핵심인 공존을 그린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의 그림에는 정경교융(情景交融)의 미학이 배어나 있음을 말한다. 주체와 대상이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가 되는 경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병종은 자연을 소재로 그의 화폭에 늘 생명을 담아 ‘생명작가’라고 불린다. 그의 그림들은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과 같은 순수함과 밝은 색채가 가득한가 하면, 자연의 색을 담은 닥종이 위에 일필휘지로 내지르는 선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자연과 냉정하게 몰아치는 자연의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상기시킨다. 생명체의 크기에 따라 우리는 생명의 크기를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그의 화폭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은 각기 독립된 고유의 생명을 가지고 존재하며 우리에게 생명 존재 자체가 지닌 존엄을 생각하게 한다.

장욱진 농장 1981

김보희는 동양화와 서양화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재료 사용과 화면 구성을 통해 독창적 풍경 회화를 선보이며 주변 환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작품 속 식물들은 녹색이 짙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시원하게 하늘로 뻗어 올라가거나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바다와 섬 풍경은 자연의 넉넉함과 포근함, 단단한 고요함과 다정함을 품고 있다. 손수 가꾼 정원에서 가장 약하고 못나보이는 식물을 애정을 담아 자신의 화폭 안에서 멋있고 아름답게 그린다. 김보희의 작품 속에는 원색의 열매가 달린 과목, 선인장, 열대식물과 앵무새, 원숭이, 거북이와 같은 다양한 동식물이 등장하는데 유일하게 사람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은 자연을 훼손하고, 시기 질투로 서로 물어뜯고 싸우지만 동물은 배고픈 상태가 아니면 남을 죽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연 안에서 공존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사람)을 대신하는 원숭이를 넣었는데, 언젠가는 모든 생태계의 생명들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의 반영으로 읽힌다.

폭포, 이끼, 안개, 새, 인체 등을 주제로 평생 젤라틴 실버 프린트 기법으로 인화하는 흑백사진만을 고집해온 민병헌은 피사체를 변형없이 담아내는 사진매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민병헌 그레이’라로 명칭되는 흑백의 명암과 농도의 차이만으로 그려지는 상(相)들은 마치 수묵화와 같이 흑과 백의 차이 안에서 각각의 오브제 자체의 윤곽선들이 도드라지기도, 묻혀있기도 한다. 이러한 비경계성을 바탕으로 작가는 ‘풍경’, ‘숲’, ‘새’등 평범한 것들에게 특별한 시선과 감성을 부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작가가 새롭게 담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남쪽지방의 풍경을 담은 ‘남녘유람’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정현의 조각은 철도 폐침목과 같은 오랜시간 인고의 시간을 그대로 받아내고 세월이 지나며 쓰임이 다해 버려진 소위 하찮은 것들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작가에 의해 이들의 멈추어진 시계가 다시 돌아가며 새로운 생명과 의미를 부여받았다.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너른 벌판 위에서 비바람을 맞고 있지만 이전에는 조연이었다면 그들이 품고 있는 거친 상흔, 기름때, 갈라진 틈 등이 훈장이 되어 그 자체로 존재하며 주변의 풍경에 녹아든다. 본래 그것의 근원이 자연이었기 때문에 자연이 가지고 있는 강인함 그리고 오랜시간 풍파에도 견디고 새로운 생명을 품고 피어내는 강인한 생명성을 드러낸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생태학자들은 우리에게 닥친 팬데믹 위기는 무너진 생태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자연, 인간, 동물과 식물이 늘 공존하는 세계를 담고, 삶에 있어서도 실천해 온 장욱진 작가의 그림 그리고 김병종, 김보희, 민병헌, 정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미술관을 찾은 분들이 위안을 얻고, 자연과 우리를 분리하고 목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우리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