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온 박물관

양 욱_(주)엑스오비스 콘텐츠사업본부 본부장

거리로 나온 뮤지엄 프로젝트 ‘Media 與民樂 : 500년의 문화유산, 김혜경 작가 (사진=국민소통실)

박물관, 미술관 안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문화재와 작품들이 박물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박물관 안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문화재들이 미디어아트가 되어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미디어아트로 재탄생된 문화재들은 거리 곳곳에서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움직이며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 문화재와 작품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3D로 재현된 문화재를 360도 전 방향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시 공간과 작품이 그대로 온라인에서 구현되어 가상현실에서 현실과 똑같은 구성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에 찾아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재가 반갑게 느껴진다. 박물관에서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난 문화 예술의 사례를 소개한다.

* 거리로 나온 뮤지엄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의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문화재가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옛 그림이나 문화재에 그려진 문양들이 현대적인 미디어아트가 되어 건물을 감쌌다. 박물관에서 보던 도자기와 옛 그림이 건물과 어우러지며 일상적으로 만나던 공간을 특색있게 바꾸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미디어아트에 등장하는 문화재의 이름이나, 역사적인 사실은 모르더라도 전통 문화재의 매력만큼은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 코엑스 크라운 미디어에 상영된 미디어아트는 김혜경 작가의 ‘Media 與民樂(미디어 여민락) : 500년의 문화유산’으로 ‘거리로 나온 뮤지엄’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품이다. ‘거리로 나온 뮤지엄’은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의 일환으로 진행되어 일상 공간에서 박물관, 미술관의 소장품을 미디어아트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 코엑스뿐만 아니라 대구 롯데백화점 미디어월, 서울 스퀘어에서도 전통 유물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를 만나볼 수 있었다.

‘거리로 나온 뮤지엄’ 프로그램은 작년에도 진행되어 경복궁 정문 앞 담장에 설치된 가로 35m의 대형 스크린에서 문화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내년에 진행될 ‘거리로 나온 뮤지엄’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문화재들이 거리로 나와 전통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할지 기대가 된다.

서울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선정작인 이예승 작가의 ‘정중동 동중동’ (사진=서울문화재단)

*증강현실로 체험하는 문화재 미디어아트

코엑스 대형 전광판에 도자기와 소반, 병풍 등 한국 전통미를 담은 소품들이 떠올랐다. 각양각색의 물건들은 무중력의 공간에 있는 듯 둥실둥실 부유한다. 마치 실제 공간에 물건들이 놓여 있는 듯한 실감 나는 그래픽과 입체적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상영된 코엑스 아티움 전광판은 ㄱ(기역)자 형태로 구성된 플랫한 스크린이지만, 착시 효과와 뛰어난 그래픽 기술로 공간감 있는 풍경을 연출했다.

시민은 작품에 직접 참여해 볼 수도 있다. 코엑스 아티움 전광판 근처에 설치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작품 속 이미지들이 거리에 나타난다. 시민은 가상현실의 이미지로 색다르게 연출된 거리에서 사진을 찍으며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다.

실제 박물관에 전시된 전통 소품들을 본 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이예승 작가의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이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미디어아트에 담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서울미디어아트>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난 1월에 상영되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동편 입국장에 설치된 ‘모바일 책가도’(사진=국립고궁박물관)

* 공항에서 만나는 문화재 미디어아트

공항은 국내외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만나는 첫 번째 장소이다. 공항에서 경험하는 콘텐츠가 그 나라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동편 입국장에 전통문화를 주제로 미디어아트를 설치하여 공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가야금 선율, 전통 조각보, 한옥 문살, 책가도를 주제로 연출한 키네틱 아트는 공항 곳곳에서 한국의 미를 전달한다. 18세기 회화 작품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바일 책가도’는 324대의 모바일 기기가 입체적으로 움직이며 책가도 그림을 만든다. 책가도 그림 안에는 노트북, 모바일 패드 등 현시대의 문방구 그림을 연출하여 고전적이면서도 현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구현했다. 키네틱 움직임에 따라 고양이가 책 사이를 누비며 나비를 잡으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LED 미디어월에서는 조선왕실 보자기, 나전칠기, 전통춤, 한글, AI 관광지도를 연출하는 미디어아트가 상영된다. 왕실 보자기와 나전칠기의 아름다운 문양을 극대화한 작품들은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과 국가무형문화재의 작품을 기반으로 했다. 공항에 설치된 문화재 미디어아트를 통해 조금 전 한국에 도착한 전 세계 사람들이 박물관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마치 박물관에 온 것처럼, 한국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VR 전시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가상현실 메타버스에서 관람하는 박물관

박물관의 문화재들은 온라인에서 더욱 쉽고 가깝게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특별전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의 온라인 전시를 개시했다. 360도 VR 촬영을 통해 전체 전시관의 모습과 작품들을 실제 전시 구성과 똑같이 체험할 수 있다. 전시품 전체를 고화질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 해설 자료와 전시 영상 자료까지 찾아볼 수 있다.

박물관에 방문이 어려운 사람이라도 손안의 핸드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뿐 아니라 많은 박물관이 이와 같은 VR 전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R 박물관은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을 쉽게 방문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집에서도 편안하게 박물관 투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가상현실(VR) 박물관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용자들이 가상세계에서 소통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박물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 제페토’ 안에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를 만들어 흥미롭고 새로운 온라인 가상 박물관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박물관 밖으로 나온 문화재들은 미디어아트를 통해 일상 곳곳에서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다. 거리의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불특정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만난다. 전통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고 박물관에 즐겨 가는 사람들부터 박물관과 문화재를 어렵게 느껴 발걸음하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다가간다.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문화재를 낯설고 어렵게 느꼈던 사람들에게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미지로 다가가며 문화재를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고, 사람들이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미디어아트로 만나는 문화재는 박물관 안의 원형 문화재와 전혀 다른 감동을 준다. 박물관 안의 원본 문화재가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경이와 실물이 전하는 아우라를 전달한다면, 박물관 밖의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다채로운 색감과 입체적인 움직임으로 연출된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시민들에게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문화재에는 오랜 시간이 전하는 스토리의 힘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가 담겨있다. 여기에 현대인의 상상력과 기술력이 더해져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하고,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원본 문화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호기심을 갖게 하고, 문화재와 친숙해진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박물관 안의 문화재와 박물관 밖 문화재(미디어아트)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며 박물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많은 박물관들이 문화재와 더불어 문화재 미디어아트를 함께 전시하여 사람들이 문화재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박물관의 소장품과 더불어 빠질 수 없는 주요 콘텐츠가 되었다. 원형의 문화재는 전시 장소를 이동하는 데에 있어 많은 제약이 있지만, 문화재 미디어아트는 콘텐츠가 상영될 스크린만 확보된다면 공간의 제약이 없다. 박물관 안에서 상영하는 문화재 미디어아트들 또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문화재가 박물관 밖으로 나와 거리 어디에서나 문화재 미디어아트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서울 홍대 거리에서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나고, 부산 해운대에서, 미국 뉴욕 거리에서 수많은 우리 문화재들의 미디어아트가 상영될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