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로 메타박물관(Meta-Museum)을 꿈꾸다! ①

유동환_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한국어판 <스노 크래시>(닐 스티븐슨, 북스캔, 2008)

1. 오래 전 시작된 미래

지긋지긋한 대역병의 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요즈음 물리세계와의 관계를 끊는다거나(un-tact), 금방 초월세계(META-VERSE, Meta+Unverse)로 이사 갈 것처럼 소란스럽다. 그런데 왠지 이 소란스러움은 2016년 2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의 선언문 한 장으로 시작한 ‘제4차 산업혁명’의 소란과 비슷한 기시감을 불러 온다. 자료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메타버스가 이미 오래 전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메타버스’란 용어의 기원으로 1992년 발표된 SF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Neal Stephenson, Bantam Books, 1992)를 기준으로 보면 30년이나 된 개념이다.

이 개념이 소설적 상상이라면, 산업기술분야에서 실제 하는 메타버스의 정의도 거의 15년이나 된 개념이다.

“가상적으로 향상된 물리적 현실과 물리적으로 영구한 가상공간의 ‘융합’이다.”(John S·Jamais C·Jerry P, Metaverse Roadmap, A Cross-Industry Public Foresight Project, 2007)

세계적 비영리 기술연구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가 제시한 정의이다. 2003년 출시한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라는 삼차원 가상 플랫폼의 등장이 중요 배경이다. 이 플랫폼은 현실공간을 가상공간에 복제하고, 아바타를 매개로 참여해 다양한 일상활동을 하였지만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음으로 국내의 선구적인 정의도 살펴보자.

“(메타버스는) 단순한 3차원 가상공간이 아니라, 가상공간과 현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며 방식 그 자체”, “현실과 가상세계의 ‘교차점’이 3D 기술로 구현된 또 하나의 세계”(서성은, 「메타버스 개발동향과 발전전망 연구」, 한국 HCI 학술대회, 2008)

전자가 물리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에 초점을 두었다면, 후자는 두 세계의 ‘교차점’에서의 적극적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 메타버스의 4가지 미래 시나리오


메타버스 시나리오의 변화(신동형, Meta-verse 2.0, 2021 재구성)

앞의 선구적 정의를 제시한 ASF가 예측한 메타버스의 4가지 시나리오도 1.0판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팬더믹 상황으로 최근 급격히 각광받는 메타버스 2.0판은 조금씩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X축의 변수를 ‘현실증강과 모의실험’에 놓고, Y축의 변수를 ‘사용자의 외부와 내면’으로 놓았을 때, 산업현장에서 등장하는 4대 시나리오의 진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실세계에 디지털 정보를 덧씌워서 객체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는 증강현실(AR) 단계가 1.0판이다. 이후 특정 기기나 스마트폰의 한계를 넘어서 현실세계 전체에 확장현실(XR) 생태계를 융합하는 2.0판은 현실지향적인 디지털현실(Digital Reality)로의 진화다.

둘째, 사회적 관계망(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일상을 매일 기록(life+logging) 하여 자신의 이력(profile)을 키워 나가는 1.0판 단계에서 현실 인격(본캐, 주계정)과 독립된 인격(부캐, 부계정)인 아바타(avatar)를 스스로 창조하여 쌍방향 소통을 하는 2.0판 디지털 인격(Digital Human)으로의 진화이다.

셋째, 지리정보의 집합체인 지도(Map) 위에 다양한 정보를 모아 현실을 복제하는 거울 세계(Mirror World)가 1.0판 단계이다. 그 이후 현실의 복제를 넘어서 현실세계에서 조건을 통합하여 갖가지 미래현상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예측된 결과를 자동화 시킬 수 있는 2.0판 디지털쌍둥이(Digital Twin)로의 진화이다.

넷째, 삼차원으로 구축된 가상세계에 현실공간을 구현하고 아바타의 상호작용을 보장하는 1.0판 관계적 가상현실(VR) 단계에서 현실 공간과 아바타의 복제를 넘어서 스스로 행위‧사건‧서비스의 전체 과정경영(process management)을 실현하여 가상세계 전체에 확장현실(XR) 생태계를 확장해가는 2.0판 가상지향적인 디지털현실(Digital Reality)로의 진화이다.

이러한 진화 시나리오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199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진행한 디지털혁명은 공간‧시간‧인간을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초월(Meta) 하여 새로운 경험세계(Experience Universe)를 지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디지털시대 문화유산 가치사슬(유동환, 「디지털문화유산 연구의 현황과 전망」, 문화콘텐츠연구, 2013

3. 디지털박물관과 메타박물관의 교차점

21세기 새로운 마술이라고 할‘메타버스’는 산업, 문화, 교육, 오락, 정책 등 전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물관 분야에서 ‘메타박물관(Meta-museum)’을 꿈꿀 때 ‘스마트박물관, 온라인박물관, 실감콘텐츠 등’의 개념의 기저에 깔린 ‘디지털박물관(Digital Museum)’과 만나게 된다.

이는 도쿄대의 사카무라 켄(坂村 健) 교수가 1996년 실험적 연구에서 시작하여 2003년에 정립한 개념이다.

“(디지털 박물관은) 가상의 박물관(Virtual Museum)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의 박물관에서 적극적으로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컴퓨터를 사용하여 실제의 전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박물관의 모든 활동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박물관이다”(Katsunori SHINDO, Noboru Koshizuka, and Ken Sakamura: Ubiquitous Digital Museum Using Contactless Smart Cards, Microwave Workshop and Exhibition(MWE), 2003)

NFT전시 ‘더 토큰 매니페스토(The Token Manifesto)’(사진-https://www.numomo.com)

이 정의는 박물관의 실제 자료(object, 박미법상 ‘박물관자료’)와 실제 환경의 아날로그적 현장성을 더욱 잘 살리기 위해서 디지털기술이 도입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처럼 박물관의 실제공간이나 자료의 원형가치를 제거하고 ‘온라인’ 또는 ‘(디지털) 실감콘텐츠’로만 전시현상을 만들어 체험시키는 형식은 올바른 디지털박물관이 아니다. 이 점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교차점’에서 ‘상호작용’ 한다는 메타버스의 정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제 메타버스 개념으로 구축하는 메타박물관은 현실전시와 가상전시의 교차점에 서 있어야 함을 다시 확인 할 수 있다.

사카무라 켄 교수는 디지털박물관 개념에 기반한 4가지‘열린 박물관(Open Museum)’ 개념(concept)도 제시하였다.(한문희 외,「디지털박물관」, 「문화콘텐츠 입문」, 인문콘텐츠학회, 북코리아, 2006)

첫째, 박물관자료(object, what)의 자유로운 관람(open)

둘째, 관람객(Person, who) 누구에게나 공개(open)

셋째, 공간(Space, where)의 자유로운 이용(open)

넷째, 시간(Time, when)의 자유로운 접속(open)

이 4가지 개념을 기준으로 디지털박물관을 메타박물관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 보자.

3.1. 박물관자료(object)의 숨겨진 비밀을 되살리는 디지털문화유산(Digital Heritage)

진본 박물관자료(object 전시물)를 ‘직면(direct communication)’ 하는 것은 박물관 전시 체험의 원천이다. 다만 박물관자료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여 원형가치를 모르거나, 연구되었어도 전시라는 문법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형적 요소, 정신‧기능‧사건‧상징‧스토리 등 다양한 요소를 함축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사멸과 변형의 과정 속에 있는 존재이다.

이 존재의 원형을 옳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박물관자료의 시간‧공간‧인간‧주제와 관련한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조사‧발굴‧연구‧디지털화‧아카이브화‧시각화 등 디지털문화유산 가치사슬로의 전환을 가속해야 메타박물관의 토대가 놓이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문화유산 박물관자료는 대체불가능 증명서, 즉 NFT(Non Fungible Token)라는 디지털 블록체인 저작권과 결합하는 방안도 도입되어야 한다. 박물관자료의 풍부함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된 박물관자료의 저작권 보호와 이동 또한 메타박물관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3.2. 관람객(Person)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디지털 인격(Digital Human)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 ‘승려와의 대화’반응장면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의 연령별, 직업별, 애로계층별(실버, 장애, 여성 등), 국적별 요소를 고려하여 관람객 ‘누구나’ 각각의 요구와 욕망에 맞춘 체험과 해설 등을 제공하는 개인별 맞춤형 전시체험 전달시스템(Personalized MIA – Museum Info. Architecture)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목표 관람객(target user)의 요구 문맥(context)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 분석하는 IoT, Big Data, AI기술을 접목한 게임형 스마트 안내시스템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메타박물관 개념을 도입하여 관람객이 박물관자료 속 역사인물이나 자신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아바타로 창조하여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단계로의 발전하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 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87인치 UHD 화면 속에서 서산대사와 신겸화상 두 고승은 마주보고 대화를 하다가 관람객이 다가오면 합장을 하며 반응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2차원의 초상화로부터 3차원의 상을 만들어 내고, 모셥캡처 기술과 인식센서 기술을 적용하여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존재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보자. 미국 USC Shoah Foundation의 ‘NDT(New Dimensions in Testimony)프로젝트’에서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수백 가지 질문에 대한 구술증언을 녹취하고 아카이브로 만든 뒤 인공지능이 이를 학습하여 관람자들과 쌍방향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런 행동까지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홀로코스트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아픈 기억이지만 영원히 기억하고 지켜 나갈 수 있는 콘텐츠이다.


바르샤바 게토 생존자 홀로그램 대화 모습(USC Shoah Foundation, https://sfi.usc.edu/tags/europe)

마지막으로는 가상현실 아바타맵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사용자가 스스로 아바타를 창조하고, 그 아바타가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도록 ‘허락’ 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2021년 4월 재단법인 티앤씨재단이 ‘제페토(ZEPETO)’에서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 뮤지엄과 아포브(APoV, Another Point of View)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를 열었다. 재단은 ‘아포브’를 통해 관람자 참여 아래 전시, 컨퍼런스, 공연, 학술회, 도서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페토 포도박물관 전시관 풍경(사진-티앤씨재단)

이렇게 관람객 욕망을 ‘미리 알아내는’ 단계, 박물관자료 관련 역사인물(국내외 프로젝트에서 혜초, 김구, 윤봉길, 오드리 헵번, 네페르티티, 네로황제 등 복원)을 ‘살려내어’ ‘대화 하는’ 단계, 마지막으로는 그 인물이 ‘되어 보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관람객이 디지털 인격을 매개로 주인공이 ‘되어 보는’ 1인칭 스토리텔링을 체험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 길의 끝에는 인공지능(AI)이 놓여 있다.


다음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