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뮤지엄에 미친 영향과 극복 과제

김연재_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객원교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저작권: Christina Horsten/Picture-Alliance/DPA/AP Images)

불확실성의 시대

2020년 3월에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후, 세계 각국의 행정부들은 전염병의 창궐로 촉발된 범세계적 의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과 시의적절한 접종에 그들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간의 역량 차이는 바이러스 확진자 및 사망자 수의 증감 속도는 물론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도 유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후자에 대한 논의는 뮤지엄과 같은 문화예술기관의 재개관과 이에 요구되는 선결조건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는 뮤지엄이 ‘글로벌 공공재’로서 사회적 책임 및 인증을 항시적으로 요구받는 대표적인 공적 영역임을 드러낸다. 뮤지엄의 일상성은 곧 시민들의 편익을 위해 개방되어야 하는 항구적인 포럼이라는 사실과 동의어로 간주될 수 있는데, 문제는 백신의 효용성과 뮤지엄의 오프라인 개방 모두 불확실성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은 실증적인 통계자료로도 미래 예측에 대한 평균적인 편차 또는 규칙적 패턴을 추출하기 어렵다. 델타 변이(Delta variant)의 확산으로 백신과 예방효과 간의 인과성에 대한 신뢰도 예측이 더욱 어려워진 것처럼 뮤지엄의 코로나 위기 이후의 운영 전략수립도 그 맥락의 궤를 같이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영리적 운영을 위해 불확실성을 전제로 일정 수준 이상의 리스크를 감수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념에 비추어볼 때 뮤지엄은 공공재이자 비영리 문화예술기관이기에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 수립에 있어 불확실성이라는 위험 요소에 그들의 생존을 맡기지 않는다. 따라서 뮤지엄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산적인 연대정신을 요구하면서 기관의 운영 정상화 및 안정화를 지상과제로 설정한다.

관람객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LACMA의 대형 엘리베이터(저작권: Michael Robinson Chavez/Los Angeles Times via Getty Images)

셧다운의 대가와 뮤지엄이 직면한 과제

유네스코(UNESCO), 국제박물관협의회(이하 ICOM), 유럽뮤지엄네트워크조직(NEMO) 등의 뮤지엄 관련 국제기관들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오픈소스로 공개한 뮤지엄 운영과 코로나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보고서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두 가지의 논의 축을 설정한다. 첫 번째는 코로나로 인해 뮤지엄에 끼치게 되는 경제적 영향의 정도 및 추이고, 두 번째는 이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과제와 대응 전략에 대한 것으로 양분된다. 대륙별, 국가별 뮤지엄들로부터 시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확보된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고서들이기에 기관명, 유형, 또는 운영주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뮤지엄 셧다운이 불러온 위기의 정도를 관련 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의 객관적인 자기진단을 통해 자신들이 직면한 과제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게끔 지침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셧다운은 곧 뮤지엄의 잠정적 휴관 또는 영구적 폐관을 의미한다. 보고서 및 미술 전문잡지에서는 입장객 수용 불가로 인한 뮤지엄 운영 예산의 급감, 예정된 연례 프로그램 및 기존 후원 파트너쉽의 무기한 연기 및 취소, 직원 및 관련 인사들의 생계유지 및 복지, 관광 산업의 침체 등을 셧다운에 의한 결과로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대륙 (또는 국가별) 사례나 운영주체의 구분 없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는 직원들의 생계유지 및 복지정책을 들 수 있다. 일단 2021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뮤지엄의 재개관 여부를 차치하고서라도, 코로나 팬데믹의 초기 단계에서는 뮤지엄들의 오프라인 방문 제한으로 인한 입장객 수 그리고 이를 통해 창출하는 부대수익의 급격한 감소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일부 국공립 뮤지엄이나 비상 상황 대처를 위한 예비금(reserves)을 확보하고 있는 메이저급 기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는 예산 확보를 위한 단기적 조처로서 인건비 감축을 일차적으로 고려한다. 미국의 경우 정규직, 계약직, 시간제에 따라 영구해고(layoff)나 임시해고(furlough)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며, 계약조건에 따라 급여 제공의 유무 또는 액수의 정도가 결정된다. 이때 해당 인력의 근무 부서에 따라 계약 조건의 변동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데, 미국박물관협회(AAM)에 의하면 매표소나 고객 응대 또는 매장 판매 등과 같은 관람객 서비스 분야 근무자들부터 최우선 해고대상으로 지정되는데, 이들의 생계 및 복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큰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코로나 확산의 시작점이었던 2020년 3월에 휴관하면서 순차적인 영구 및 임시해고를 시행하고 있다. 2020년 8월 초에 시행된 2차 해고 대상자(93명의 자발적 퇴사 포함)들에 대해, 기관에서는 연일 가중되는 적자폭을 메우기 위한 불가항력적 수단으로 인식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8월 말까지 급료 지불 명부에 이들의 이름을 등재시키고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 다만 미술관의 노동조합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보드진의 투명한 정보 공개(해고 대상자 인명부 및 구조조정 이후의 세부 운영 계획 공유), 특정 인종에 대한 부당 해고 철폐 및 관련 소통 채널 개설, 대규모 해고로 인한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된 임시직들의 노동 착취 최소화 및 생계유지 기금 마련 등의 조건을 걸며 기관 운영의 비윤리성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운영 측과의 첨예한 마찰이 예상된다.

레익스뮤지엄의 인스타그램 계정 ‘Between Art and Quarantine’ 스크린샷(저작권: 레익스뮤지엄)

뮤지엄의 향후 대응전략

뮤지엄의 유형, 운영주체, 예산규모, 지리적 입지, 고용 형태 등의 조건에 따라 대응의 방향성은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뮤지엄 분야의 회복력, 즉 재개관을 타겟으로 둔 상태에서 관람자들을 팬데믹 이전 상태로 (또는 그 이상) 회수할 수 있는가가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뮤지엄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맞닥뜨린 운영 사안들과 연결된다. 관람자 회수는 운영예산 확보에 기여하여 직원들의 고용은 물론 후원자들의 기부 행위를 정상 범위로 회복시킴과 동시에 컬렉션의 보존과 관리 차원의 인프라 구축 및 유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환경과는 별개로 관람자 회수를 위한 선결과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뮤지엄에 대한 일상적 관심 및 인지도의 유지를 들 수 있다.

2021년 현 시점에서는 기관의 실외 공간부터 관람객에게 개방하고 사회적 교류를 위한 안전성이 확보되면 다시 실내로 이들을 유입시키는 방안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간의 밀접 접촉, 공기 매개, 바이러스에 오염된 표면의 접촉을 통한 감염경로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대형 실내 공간에서 다수의 관람자들의 밀접 접촉이 이루어지는 코로나 시대의 뮤지엄 건조(建造)환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의 일상화를 키워드로 하는 뮤지엄의 물리적 환경 조성 사례 중에서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의 3층 입구에 설치된 21피트(6미터) 면적의 대형 엘리베이터는 현대미술 작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의 설치미술과 접목하여 설계되었다. 이 시설은 코로나의 등장 이후 어떻게 관람자 간의 물리적 거리 이격을 유지하면서 예술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건축적 설계로 현실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뮤지엄들은 관람객의 동시대적 유형으로서 온라인 사용자(이하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컨텐츠 개발에서 소셜 미디어와 해쉬태그(hashtag)의 효과적 활용법에 대해 주목한다. 예를 들어 격리의 시대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사용자들의 뮤지엄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기 위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네트워크상에 업로드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과 피드백을 교환하는 상호소통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는 오프라인 방문 통제로 인해 상당수의 뮤지엄들이 디지털 서비스 관련 예산이나 리소스를 충원하면서 유휴인력을 해당 부서로 일정 기간 동안 파견하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전략이다. 구체적인 사례는 레익스뮤지엄(Rijksmuseum)의 이미지 재창조(image recreation)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기관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팔로워들을 초대한 후, 그들로 하여금 상설 컬렉션 중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팔로워는 선택한 작품을 모델로 삼아 자신의 집에 있는 집기, 의류, 반려동물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동시대적 이미지 해석을 시도한다. 이렇게 재생산된 이미지는 레익스뮤지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되는데, 해시(#)부호에 팔로워가 제작한 결과물을 지시하는 주제어가 결합된 태그를 올리면 자동적으로 링크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그 주제어에 대해 관심을 공유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정보와 의견을 모아주게 되며, 레익스뮤지엄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참여도 및 기관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자연스럽게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저작권: Geoff Pugh, Telegraph/Shutterstock)

지속가능한 뮤지엄 운영 모델의 필요성

2020년 3월, 미국의 미술 전문잡지 아트뉴스(ARTnews)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이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의 아티스트 디렉터이자 큐레이터로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여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핵심은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미술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뉴 뉴딜 정책(New New Deal)’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구조를 지원하면서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도모하는 정부 차원의 개입 및 역할론을 강조했던 경제 대공황 시기(1929-1939)에 시행된 동명의 정책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견은 비단 미술시장을 넘어 뮤지엄 업계 전체의 사안으로까지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다. 일례로 같은 해 4월에 ICOM의 주최로 진행된 웨비나 <코로나 19와 뮤지엄: 영향과 혁신, 그리고 위기 이후의 계획>에 참여한 발표자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뮤지엄 지원정책이 지속가능한 운영의 자양분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피력했다.

특히 현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사박물관 관장인 후앙 로카(Joan Roca)는 뉴딜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었던 케인스주의를 뮤지엄의 운영위기를 극복할 대응책으로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정부의 지원이 시장 논리와 비교했을 때 사회 재생은 물론 뮤지엄 분야의 취약한 생태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유용한 촉매제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추렴한 세금과 같은 공적 자원을 뮤지엄 분야에 투입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만약 뮤지엄을 문화예술 부문의 영역으로서 지원한다고 가정해보자. 설령 정부가 투입하는 지원금보다 높은 유무형적 편익이 기대된다 하더라도 기회비용 측면에서 다른 부문(국방, 교육, 의료, 실업 등)에 대한 지원으로 예상될 수 있는 편익이 더 크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는 대중들이 객관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명제가 아닐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