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된 박물관, 디지털로 해결하자! ②

김묘은_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

박물관 디지털화의 세 가지 방안

첫째는 박물관의 전시 콘텐츠들을 디지털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예산은 전년 대비 5.9% 증액된 6.8조 원으로 비대면, 온라인 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온라인 실감형 케이팝 공연 제작 지원 265억 원,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393억 원 등으로 정작 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구축에는 67억 원,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에는 20억 원의 예산밖에 배정되지 못했다. 2023년까지 박물관을 140개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물관 건립에는 토지 구입비, 토목공사비, 건축비, 인건비 등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박물관의 실제 방문과 활용도를 고려할 때, 소위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매우 떨어진다. 만약 그 예산을 디지털 콘텐츠 개발 및 이를 활용한 교육에 사용한다면 어떨까? 파랑새는 내 집 마당 앞에 있다.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박물관의 발전과 사회적, 국가적 기여를 위해서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교육에 투자해야 할 때이다.

박물관 콘텐츠는 현재 전시장에서만 주로 볼 수 있다. 사진, 영상, 가상현실(VR)로 기록, 보관하여 인터넷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 전 세계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하여 체험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교육용으로도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화를 통해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박물관에 직접 찾아오기 힘든 여건의 국내 관람객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고,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박물관의 활용도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넷플릭스가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었듯, 이러한 위기 상황이 박물관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는 박물관 교육 콘텐츠들을 디지털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박물관의 교육 콘텐츠는 현재 대부분 글로 되어 있다. 일부 음성 지원과 영상 지원이 된다. 이제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글과 오디오 중심에서 영상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일회성이고 휘발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영상으로 제작한다면, 영원한 자원이 된다. 누적 자산으로 지속해서 쌓여갈 뿐 아니라, 누구나 편한 시간에 편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박물관 큐레이터는 이제 직장이 아니라, 직업이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 안내하고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 영상을 통해 대중과 만나야 한다. 이러한 영상에 언어별 자막을 삽입한다면 글로벌 콘텐츠로도 활용될 수 있다. Q&A와 댓글 기능을 이용해 주로 나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아놓는다면, 이 또한 활용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셋째는 박물관 교육을 실시간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은 직접 얼굴을 보고 진행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어이없이 무너진 교육과 실시간 원격 화상 수업의 문제점들을 보며, ‘이건 아니다’,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원격이라는 방식이 수업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라, 원격이라는 방식에 익숙지 않아 수업에 적합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자신의 ‘능력과 경험 부족’을 ‘부적합’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협회는 2017년부터 온라인 실시간 화상 수업을 진행해왔다. 화상으로 남자 중학교와 여자 중학교의 연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한국과 프랑스 청소년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불독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문화예술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열었고, 심지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청소년들에게 실습 중심의 디지털 문화예술 수업을 진행하여 작품 결과물을 만들어 전시회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협회에는 ‘화상에서 ON 선생님’이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모든 수업은 100% 화상으로 진행된다. 매 수업에는 주제가 있는데, 학생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해 탐색(Search)하고, 검색한 결과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토론(Talk)하며, 토론에서 정리된 내용을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창작(Create)한다. 창작 과정과 결과물에 대해 발표(Present)하며, 선생님의 평가가 없어도 자신과 친구들의 발표를 통해 스스로 성찰(Reflect)하며 성장해나간다.

‘화상에서 ON 선생님’ 수업에서는 누구나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모두가 즐겁다. 시끄럽고 도태자가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수업의 주인공이다. 신기한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재미있는 디지털 도구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디지털 역량도 향상시킨다. 자기 주도적 주제 탐색, 디지털 도구의 사용, 창작, 소통, 기록 등 장점이 많다. 교실에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할 수 없고, 이룰 수 는 것들이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일 뿐, 원격으로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전화기가 처음 등장한 1900년대 초, 누군가 “나중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전화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면 누가 그 말을 믿었을까? 불가능한 일이라 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되던 1980년대 중반, “나중에는 사람들이 이걸로 사진도 찍고, 문서도 작성하고, 동영상도 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면 역시나 누가 믿었을까? 미래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과거에 살고 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미래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현재 우리의 행동은 민망함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박물관은 현재 대한민국에는 없다. 우리는 미래로부터 박물관을 소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상상력을 발휘하자. 50년 후, 우리의 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박물관이 된 지금의 박물관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 바로 디지털에 그 해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