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된 박물관, 디지털로 해결하자! ①

김묘은_CDL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대표

역사 교육, 미래 교육의 근간이 되는 박물관

처음 방문하는 나라에 도착하면 꼭 챙겨 가보는 곳이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이하 박물관)이다. 그 나라의 내면과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유산을 기록, 보관하지 못해 변변한 박물관이 없는 국가부터 다른 나라로부터 훔친 유물을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전시하며 국력을 과시하고, 심지어는 이런 유물을 유료로 전시하는 나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박물관을 만들고, 주요 도시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박물관을 짓는다. 영국은 런던 한복판에 브리티시 뮤지엄(British Museum)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도 스미스소니언 국립역사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을 워싱턴 중심에,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e History)을 워싱턴과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기 위함이고, 과거 역사를 통해 미래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 사회, 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국가의 경쟁력 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박물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박물관의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2019~2023)’을 발표하며 현재 전국 873개인 박물관을 1,013개로 140개 늘린다는 것이다. 박물관 투자를 늘리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박물관 숫자를 늘리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의문이다.

위기의 박물관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박물관이 있다. 울산의 첫 박물관인 울산대 박물관은 1995년 개관 후 25년만인 2020년에 폐관 절차를 밟았다. 이외에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지구촌 민속교육박물관과 통영시향토역사관도 폐관했다. 일부 박물관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박물관 총 853곳 중 10%인 83곳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명 이하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11명~100명 이하는 341곳이었으며, 100명 넘는 박물관은 불과 45.9%인 392곳에 불과했다. 전국 박물관 중 약 30%에 해당하는 259곳은 학예사를 1명도 고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이후 상황은 더욱 안타깝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간 81%의 매출이 감소했다. 81%의 방문객이 사라진 셈이다. 2018년 기준 14개 국립박물관의 방문객 수만도 890만 명이니, 전국 박물관의 방문객 수로 따지면 실로 엄청난 피해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공개한 ‘2018년 14개 국립박물관 방문객 현황’에 따르면, 전체 관람객 중 외국인 관람객이 2.8%이니 25만 명이 채 안 된다. 같은 해 외국인 관광객이 1,535만 명이었으니 전체 관광객 중 1.6%만이 국립박물관을 찾은 셈이다. 한류에 관한 관심 증가로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행이 어려워 박물관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디지털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밀란 트렌크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여 2006년 제작, 개봉된 미국의 판타지 영화이다.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박물관 인형들이 살아서 움직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제목과 소재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역발상 때문이다. 대중의 인식 속에 ‘박물관은 죽어있다’는 인식이 있고, 이러한 인식을 뒤집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느껴진다.

대중의 인식 속에 박물관은 왜 살아있지 않을까? 오래된 유물과 화석을 보관하는 곳이니 그런 인식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 그러한 유물과 화석이 나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살아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듯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살아있게 할 수 있을까? 답은 디지털에 있다. 실제 세상에서는 공룡을 살려낼 수 없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뛰어다니고 먹이를 사냥하게 할 수 있다. 유물에 관한 설명을 글로 전달하거나, 밀랍 인형으로 보여줄 때는 관람객의 상상력에 맡겨둘 수밖에 없지만, 영상을 통해 이야기로 만들어내면 생동감을 더하며 유물을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다.

현대식 박물관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서구 사회에서 이미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인터넷을 통해 가상현실(VR) 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 아트앤컬처(Google Arts & Cuture)는 201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등 세계 17개 미술관의 작품을 고해상 이미지로 촬영해 보여주는 가상미술관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 2,000여 개 박물관과 기관의 작품을 고해상도 이미지뿐 아니라 가상/증강현실(VR/AR)로 체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은 디지털 리소스 사이트인 ‘오픈 액세스(Open Access)’를 열었다. 문화·예술 작품과 시대별 유적과 유산을 2D 사진뿐 아니라 3D 렌더링 이미지를 디지털 파일로 제공하여 누구나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파일의 개수는 280만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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