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미술관]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은 ‘꽃’을 주제로 한 기획전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를 5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개최한다.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는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꽃 관련 소장 유물과 회화,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회화, 설치 및 영상 작품으로 구성된 특별기획전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자연관에서 꽃을 비롯한 식물, 산, 강 등의 자연물은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단순한 물리적 대상에서 나아가 만물의 생성과 그 이치를 담고 있는 존재였다. 자연의 일부로서 꽃은 소유가 아니라 관조의 대상으로 전통회화와 공예의 소재로 자주 활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국화와 매화, 모란, 연꽃 등의 꽃은 고고한 기품과 충심, 부귀영화와 번영 등 전통적인 상징체계를 이루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현대 사회에서 꽃은 아름다움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우리의 생활을 함께한다. 현대인은 각종 의례에서 꽃을 주고 받거나 일상의 장식을 위해 꽃을 구입하며, 가구나 옷 등에서도 꽃무늬 장식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조상들과 달리 현대인은 흔히 꽃에 깊이 있는 인간의 정신을 투영하여 보지는 않는다. 꽃에 둘러싸여 살면서 그 색채와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하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 사뭇 대조적이라 볼 수 있다.


주세균 , 트레이싱 드로잉(Tracing Drawing) 1422-a, 2014, 도자기에 연필드로잉, 바니시 코팅, 44x25x25cm

19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자 동명의 시집에서 빌려온 전시 제목은 너무 가깝고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꽃에 대해 낯설면서도 감각적으로 지각하는 시인 고유의 시선과 맥을 함께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응축적인 표현을 통해 실존에 대해 탐구하면서도 꽃 등의 자연물과 단순한 사물들을 찬미하기도 했다.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심상을 담은 시집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는 익숙하고 곁에 가까이 있는 존재들의 낯선 느낌과 특별함에 매혹되는 순간을 담아낸다. 본 전시 또한 꽃을 다룬 미술품을 통해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꽃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였다.

주목할 만한 전시 작품으로는 활짝 핀 맑은 연꽃을 보는 듯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려시대의 청자음각연화문매병부터 청화로 수(壽)를 그리고 둘레에는 모란꽃과 꽃잎을 풍성하게 그려 넣어 장식한 조선시대의 백자청화모란문합의 유물과, 맑고 우아한 세필 채색화로 꽃, 새 등의 화제를 주로 다룬 이당 김은호의 <암향(暗香)>, 동양 고유의 정신과 격조를 계승하며 현대적 조형기법을 조화시킨 월전 장우성의 <매화도(梅花圖)>, 예리한 필선과 독특한 조형미를 통해 매화라는 소재에 대한 기존의 한국화와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우향 박래현의 <설중매(雪中梅)>, 풍경을 점묘 방식을 통해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이대원의 <농원>이 있다.

스페이스 씨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설립자인 ㈜코리아나화장품 송파(松坡) 유상옥 회장은 한국의 전통회화와 유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5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수집해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지는 봄과 여름을 맞이하여 꽃 관련 소장 유물과 미술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다양한 꽃 관련 미술품을 통해 온 국민이 코로나 19로 어려운 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길 바라는 수집가로서의 소망도 함께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