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성리학역사관] 우리 역사와 문화 속 성리학을 알아볼 수 있는 박물관

금오산 저수지 한 자락(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산로 336-13)에 자리한 ‘구미성리학역사관’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3대 문화권 문화관광기반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10년이란 오랜 기다림의 여정을 지나 마침내 지난 해 10월 23일 구미 시민들의 기대를 한껏 안은 채 개관하였다. 금오산 저수지를 따라 올라오다 독립운동가 박희광 선생의 동상을 바라보고 백운교를 건너면 한옥 건물이 멋들어지게 펼쳐진 구미성리학역사관에 도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미시’라고 하면 공장과 굴뚝이 늘어선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택리지의 저자인 이중환이 “조선 인재의 반이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일선(구미)에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미 조선시대부터 구미는 성리학 발전의 근원지로써의 입지를 다져오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려 구미 지역의 역사적 인물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구미성리학역사관은 구미시 소속의 제1종 공립 전문박물관으로, 류영철 학술자문관(관장)을 비롯해 구미시 관광진흥과 성리학역사관담당 공무원 및 공무직, 문화관광해설사, 기간제근로자, 자원봉사자, 사회봉사자 등 약 30여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9시에서 오후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신정, 추석·설 명절 당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구미역사관 내부

전시관은 구미역사관, 성리학전시관, 기획전시관 총 3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미성리학역사관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구미역사관에서는 구미의 역사와 인물 및 선산, 인동의 옛 지도를 전시하여 과거 조선에서 일선(구미)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특히 구미시 선산읍의 옛 지명인 ‘선주(善州)’를 표기한 현판을 보면 옛 고려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구미가 불리웠던 이름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구미역사관 중앙에 놓인 미디어테이블은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전시물로 손바닥을 살짝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구미의 역사적 명소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구미역사관을 나서면 메인 전시관인 성리학전시관이 보인다. 그 이름에 걸맞게 고려 후기 야은 길재로부터 시작하여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 등의 인물로 이어지는 야은학파의 계보뿐만 아니라 퇴계학파, 여헌학파와 같은 조선 성리학의 다양한 계보를 소개하여 조선 왕조가 시작된 이후 점차 잊혀져가던 성리학이 새로운 학문 경향과 사상으로 주목받게 되었던 과정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17세기 이후 근대 구미의 유학과 독립운동, 한·중·일 삼국의 성리학, 세종 대 영릉성세기를 있게 한 선산지역의 선진농법 등 과거의 시대상을 다양하게 전시해 마치 나 자신이 그 시대의 일원이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이는 성리학전시관이 단순히 소장품을 나열하기만 하는 정적인 전시관이 아닌 영상, 음성, 체험과 함께 온 몸으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생동감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크린 속에서 성리학자가 되어볼 수도 있고 목숨 바쳐 주인을 구한 의우와 의구를 만나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살아 움직이는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화공(畵工)도 되어볼 수 있다.


선주부(善州府) 현판 : 선산읍이 처음 선주로 불린 것은 고려 성종 14년(995)이며, 현종 9년(1018) 상주의 속현이 되었다가 인종 21년(1143) 일선현으로 승격되었다. 고려 말에 다시 선주가 된 후, 조선 태종 13년(1413) 선산군이 되기 전까지는 선주라는 행정지명이 사용되었다. 본 현판은 옛 선산군청에 있던 것으로 제작시기와 글쓴이는 알 수 없다.

성리학전시관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야은언행습유 책판’, ‘여헌선생 역학도설(易學圖說)’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야은언행습유 책판은 야은(冶隱) 길재의 「야은집」의 한 종류로, 원본은 총 36장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35장만 전해지고 있다. 본 문집은 선산군수 윤지형에 의해 간행된 ‘야은선생행록(1573, 현재 전하지 않음)’을 바탕으로 간행한 것으로 저자의 후손인 길흥선, 길종선이 거의 멸실되었던 초간본을 구하고 관련 문헌을 모아 편찬한 뒤에 재명한 것이다. 역학도설이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여헌(旅軒) 장현광의 역학 논설을 그림으로 설명한 것으로, 1645년 여헌 선생 사후 경상감사 임담이 간행한 9권 9책으로 구성된 목판본이다.

기획전시관에서는 연 2회 기념할 만한 주제를 선정하여 특별 전시를 갖는다. 지난 3월 4일에는 개관 이래 첫 기획전시전인 <금오서원, 나라의 보물이 되다>를 개최하였다. 2020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정학당(正學堂, 보물제2102호)’ 과 ‘상현묘(尙賢廟, 보물제2103호)’가 자리한 금오서원(경상북도 기념물 제60호)이 그 주인공이다.

금오서원은 길재 사후 150여 년이 지난 1572년 선산 사림의 건의와 조정의 지원으로 금오산 아래에 창건되어 1575년 사액서원으로 국가가 인정하는 위상을 갖추었다. 야은 길재를 비롯하여 김종직, 정붕, 박영, 장현광의 위패를 봉안하였으며, 제향과 강학의 전당이자 영남을 대표하는 구미의 수서원(首書院)이다. 금오서원의 연혁, 공간 배치, 보물 지정 과정을 만나볼 수 있으며 오는 6월 30일까지 전시한다.

이러한 전시 내용을 바탕으로 개관을 기념하여 구미시 관광진흥과와 대구사학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2020년 전국 학술대회(20. 10. 24.)>도 개최한 바 있다. 학회인사, 공무원, 시민 등 80여명의 참석 하에 ‘역사학, 영남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야은학, 송당학, 그리고 여헌학’ 기조강연을 중심으로 15~16세기 인재의 부고였던 선산을 집중 재조명하고 경주, 진주, 부산 등 영남을 대표하는 도시의 역사맥락적 의미를 짚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구미의 성리학자와 그 제자들에 의해 체계화된 학문적 의미를 정리하고 조선시대에 영남이 정치·경제·사회적인 면에서 소외되었던 원인에 대해 파악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추후 성리학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학술대회를 꾸준히 개최해야 할 필요성 또한 체감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교육·체험프로그램은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해 진행한 2달간의 교육프로그램 시범 운영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2021년 3월 성리학 아카데미, 서예, 서각, 규방문화 체험, 고문(잠명) 강독, 전통놀이 체험 등 총 6개의 프로그램을 새로이 개강하였다.

▸ 성리학 아카데미 : 고려 말부터 조선으로 이어진 성리학의 태동과 학파의 형성 및 선산 출신 인물들의 활약 등 성리학의 역사와 이론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 구미성리학역사관만의 특별 프로그램(강사-인문학 협동조합 강사진)

▸ 서예 : 서예의 기본적인 이론과 역사를 배워보고 다양한 필법을 직접 체험하며 서예에 대한 감상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강사 연민호)

▸ 서각 : 전통·현대 서각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발전시키며 기초부터 작품을 완성하는 단계까지 배워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강사 박재복)

▸ 규방문화 체험 : 배냇저고리, 싸게, 복주머니 등을 직접 바느질로 만들어보며 조선시대 일상생활과 관련된 규방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강사 이봉이)

▸ 고문(잠명) 강독 : 유학의 성현들이 남긴 잠명을 통해 수신의 방법과 교훈을 체득하며, 성리학에 대한 이해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강사 류영수) * 잠명 : 삶의 지침이 되는 교훈적인 글

▸ 전통놀이 체험 : 어린이 또는 가족을 대상으로 전통놀이, 민속놀이뿐만 아니라 현대놀이에 이르기까지 놀이의 재미를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강사 박춘성)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야은관(강당), 청렴관, 예절관, 풍류관 4개동에서 진행되며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정원의 50%로 조정하여 성리학 아카데미 60명, 고문(잠명) 강독 30명, 그 외 프로그램은 각 10명씩 신청 접수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별도 신청하지 못한 방문객들은 목공예 체험, 탁본 체험, 윷놀이·국궁 체험과 같은 상시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도 있다.

바쁘게 일상을 지내다 보면 잠시 편안히 휴식 시간을 가지고 싶은 때가 오기 마련이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본 뒤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 때쯤 마지막으로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곳이 있다. 바로 구미성리학역사관 문화카페다. 안내소 앞 데크와 등산로를 따라 낮은 언덕을 넘어가면 숨겨진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따뜻한 커피와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으며 창문을 열면 금오산 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와 멀리 떠나지 않아도 손쉽게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구미시의 새로운 명소라 할 수 있다. 구미를 찾아온 방문객이라면 이번에는 구미성리학역사관에 들러 선비의 풍류를 한껏 즐기고 가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