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인형박물관] 다양한 인형 콜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박물관

이국적인 마을 속, 이색박물관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대관령 자락에는 3년 전, 유럽에나 있을 법한 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오스트리아의 티롤 주(州)를 모티브로 지었다하여 마을 이름도 ‘티롤빌리지’. 마을의 중앙 광장에는 알펜시아 리조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탑과 함께 아치형 출입구가 돋보이는 2층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본래 빌리지 입주민들을 위한 와인창고로 예정되었던 곳인 이 건물은 인형박물관의 설립을 희망하던 구체관절인형 작가 고용석 님을 만나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박물관을 설립한다는 소식에 9명의 인형 작가와 수집가분들이 전시에 참여하였고, 2019년 6월 20일 원로가수 전영록 님의 명예관장 위촉과 함께 전시 면적 약 300평으로 그 문을 열게 되었다.

영원한 젊은 오빠의 피규어 사랑

비엔나인형박물관에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시관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스타의 보물상자’라는 별칭으로 구성된 가수 전영록 선생님의 컬렉션 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평창 대관령에서 가수 전영록을 접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몇몇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추억에 잠겨 한참의 시간을 보내다가 큐레이터를 불러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박물관하고 전영록 님과는 무슨 관계에요?”, “전영록 씨가 이렇게 피규어를 좋아하셨어요?”

사실 전영록 선생님은 연예계에서도 잘 알려진 컬렉터이다. 국내외 음반 LP판부터 영화 및 만화의 테이프와 DVD, 피규어에 이르기까지 넓은 수집의 스펙트럼을 가진 취미활동은 관련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피규어만 해도 자그마치 3억여 원 상당이라고 하니 그의 뜻밖의 면모에 관람객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엔나인형박물관에 전시되기 시작한 것일까?

박물관이 있는 마을 티롤빌리지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전시관이 마을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노기하우스’라는 상호로 운영 중인 이곳은 1층은 카페, 2층은 전영록 선생님의 활동 역사를 담은 전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노기(Nogi)’라는 명칭은 전영록의 ‘록’에서 따온 것으로 현재 후배 작곡가 강명중 님께서 운영 중이며, 인형박물관의 설립 단계에서 작곡가님의 소개로 컬렉션전시와 함께 명예관장 위촉이 이뤄질 수 있었다.

페이퍼마쉐

화려한 자수 문양을 가진 옷을 입은 이 인형은 20세기 초~중반 시기, 무명의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가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사 도자기 인형처럼 보이는 이 인형의 재질은 종이이며, 종이를 반죽 형태로 짓이겨 만든다 하여 ‘페이퍼마쉐(Paper Mache)’라고도 부른다.

페이퍼마쉐 인형이 처음 제작된 시기는 대략 1500년대 중반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며, 셀룰로이드 같은 신소재 인형들이 출현하기 이전까지 사회계층을 막론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페이퍼마쉐 인형은 파이를 만들 때처럼 종이반죽을 밀대로 납작하게 펴서 틀에 찍어 모양을 잡은 다음 그 위에 물감으로 눈, 코, 입을 칠하고 마감제를 발라 마무리하는 형태로 제작되었다. 다만 몸통은 편안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솜을 채운 광목 원단을 연결하여 만들었다.

인형이 입고 있는 의상은 오스트리아의 전통 여성 의상인 ‘던들(Dirndl)’로, 알프스 산맥이 지나는 독일·스위스 등지에서도 볼 수 있는 복식이다. 농민들이 일을 할 때 입던 옷차림에서 발전하여 지금은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의상이 되었으며,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장 인형은 오스트리아 티롤의 칠러탈(Zillertal) 지역에서 입는 전통의상을 착용하였으며, 챙이 넓은 전통 모자를 쓰는 대신 이를 간소화한 형태의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돌 라이브러리관 – 이스안 수집가

박물관을 방문한 여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공간으로, 이스안 수집가가 20년 이상을 모아 온 인형들을 전시하고 있다. 90년대에 생산된 바비, 쥬쥬, 미미와 같은 마론 인형부터 최근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LoL 서프라이즈 인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인형 약 5천 점을 수집하였고, 절반가량을 이곳 전시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수집물량과 전시물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전시관이 마치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하여 ‘돌 라이브러리’라고 명명하였다 한다.

유년시절부터 약 20년 간 인형 수집에 몰두한 그녀는 2021년 현재 약 20권에 가까운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며, 소설 『기요틴』은 온라인 도서 시장의 호러부문 베스트셀러에도 진입하였다. 작가와 수집가로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그녀는 비엔나인형박물관의 초대 큐레이터로도 활동하면서 류오동 헝겊인형작가를 초청하여 기획전 ‘마담 리우의 인형이야기’를 여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창작한지인형관 – 정미숙 작가

심장병 후유증으로 소위 빅베이비가 된 아들과 함께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지 공예에 입문한 정미숙 작가는, 현재 국내에 몇 안 되는 대형한지인형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작품은 한지를 한 장 한 장 찢어 풀에 적시고 그것을 붙여 다 마른 후에 다시 한지 붙이기를 반복하여 그 형태를 잡은 다음 인두와 망치질, 아크릴 물감 도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동화 속 세상을 동경하여 박물관에도 앨리스와 백설공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추억과 동심을 자극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미숙 작가는 자신이 만든 작품들의 웃는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이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포슬린인형관 – 김선영 작가

포슬린 인형의 고급스럽고 화려한 빛깔에 매료되어 미국 유학길에 오른 김선영 작가는 현재 포슬린 인형의 대표 아티스트이자 국제 심사위원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포슬린 인형(Porcelain Doll)이란 도자기로 만들어진 인형을 뜻하는데,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전한다. 넓은 범위에서 야드로나 마이센의 피겨린처럼 유약을 입혀 반짝이는 질감을 가진 인형을 지칭하며, 이와 반대로 유약을 입히지 않은 매트한 질감의 인형을 비스크 인형이라고 말한다.

귀엽거나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인형들이 많아 박물관 내에서는 20~30대의 연인과 여성층에게 인기가 좋으며, 고풍스러운 컨셉으로 박물관 2층 전시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외에도 빈티지 인형에 매력에 빠져 수집을 시작한 조일래 수집가, 태권V를 비롯하여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고전 애니메이션을 기억하기 위해 피규어 회사를 차린 이동한 대표의 컬렉션 등 많은 작가와 수집가분들이 박물관의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박물관 교육·봉사프로그램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때, 박물관에서는 관내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작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청소년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대관령면 관내 중·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인형과 피규어를 사랑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5명 내외의 인원으로 운영 예정이다. 목장·스키장 등의 관광놀이시설은 잘 구축되어 있지만,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교육시설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대관령면의 취약점을 해소하고자 추진 중인 이 프로그램은 4~5월 중 실시 계획이다.

코로나의 확산세에 따라 비대면·대면 방식을 겸하여 운영하고자 하며, 대면활동을 할 경우 관람객과는 2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마이크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을 채용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대관령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관람 질서 지킴이’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며, 관람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발생하는 방역 취약 지역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에 운영 목적을 두고 있다.

세 번째는 큐레이터 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 초·중·고등학생들과 지역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박물관의 주요 활동인 전시·교육·보존·홍보 등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 봄으로써 박물관 진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문화체험의 현장으로서 박물관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신규 관광지 이벤트 1등! 성장 잠재력이 돋보이는 비엔나인형박물관

2019년 말, 신규 관광지를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한 구석피디아 시즌2에서 비엔나인형박물관이 1등을 차지하였다. 관광객이 직접 신규 관광지를 방문하여 관련 정보를 업로드함으로써 관광지의 활성화를 도모했던 이벤트였기에 관람객 여러분들께서 박물관에 보내주신 값진 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MBC 로컬방송인 「강원365」와 국회방송 「우리동네미술관」 평창편에 박물관이 출연하면서 차츰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전시 참여 작가님들과 수집가분들이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면서 관광객과 지역사회로부터 꾸준한 인지도를 얻고 있다.

평창군에서도 인형박물관의 성장을 위해 시티투어 및 택시투어 프로그램에 관광 코스로 넣고 있으며, 관내 관광숙박시설에서도 적극적인 제휴 활동을 통해 상호 간 관광객의 유입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듯 박물관 관계자들의 대내외적인 노력과 함께 지자체 및 기업 등의 제휴 활동, 박물관 관람객의 호평 등 다양한 호재를 통해 코로나 시국임에도 비엔나인형박물관은 개관 1년 만에 누적 관람객 수 2만 명을 가뿐히 넘어설 수 있었다.

비엔나인형박물관은 인형&피규어라는 국내 어느 인형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오픈하였다. 코로나로 인한 관람객의 감소로 운영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차후 나아질 환경에 대비하여 전시의 질적 향상과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려야 한다는 것에 관계자들이 뜻을 모으고 있다.

신규 박물관인데다가 외부 여건이 잘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은 많은 상황이지만, 신규 박물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돌파구로 삼아 발전해나갈 것을 약속드리면서 이 글을 접하는 모든 분들이 박물관에 들러주시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