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메미술관] 검다 – 이토록 감각적인 블랙

블루메미술관은 3월 20일(토)부터 4월 18일(일)까지 기획전시 <검다 – 이토록 감각적인 블랙>를 진행한다. 이 전시는 2021년 블루메미술관의 포스트 팬데믹(post-pandemic) 시리즈 중 첫 전시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 관련 전시가 많아졌지만, 블루메미술관의 포스트 팬데믹 시리즈는 팬데믹이 바꾸어 놓은 비대면 생활방식이나, 팬데믹의 암울한 상황과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비켜갔다.

첫 전시 《검다》는 독립기획자 이상윤의 기획으로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을 암전(blackout)과 암순응(dark adaptaion)에 비유한다. 기획자의 상상적 경험을 7명의 작가- 강은혜, 강현선, 김범중, 김윤하, 김진휘, 안경수, 허산-의 작품으로 풀어냈다. 갑작스러운 정전, 암전처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통제와 격리로 한순간에 모든 것이 마비된 듯 보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전환일 수 있음을 전시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감각하는 나에 대한 감각’, 다시 말해 나와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 또는 존재 방식에 대한 탐색이다.

인간의 감각 중 정보 수집의 90%는 시각이 담당한다. 그러나 지배 감각으로서 시각은 암흑 속에서 무력해진다. 그러나 이 암흑 덕에 남은 10%의 정보 담당 감각들은 시각을 대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블랙 속에서 우리는 생각 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많은 것을 감각해 낼 수 있다. 블랙을 촉매로 미시적 감각들은 지배 감각을 대체하고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초감각화(hyper-sense)한 미시 감각은 이전에 느끼지 못한 것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팬데믹 이전에 자주 느끼지 못했던 낯섦, 신비, 경이, 희열, 리듬, 긴장, 강박 등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하고 현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는 대상의 시각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과부하에 이른다. 그러나 어둠은 미처 감각 하지 못했던 검은 대상들을 또 다른 형식으로 감각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마치 ‘암순응’과도 같다.

암순응 이후의 펼쳐진 세계는 암전 이전의 대상과 전혀 다른 존재처럼 감각된다. 암흑 속에서 우리는 비록 색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희미한 윤곽을 지각할 수 있다. 또 평소 인식조차 못 했던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희미한 냄새도 구별해 낸다. 무뎌진 촉각 역시 빈 공간에서 긴장을 경험할 만큼 초감각화 되며, 나를 응시하는 사물의 시선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강현선,The Passing, 2017

어쩌면 이것은 비로소 감각 하는 ‘나’를 감각 하고 있는 순간인지 모른다. 실제로 팬데믹은 격리, 비대면, 거리두기 등과 같은 낯선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익숙한 존재 방식과의 단절을 강조했지만, 이로 인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나를 지각하게 된다. 때문에 팬데믹의 블랙 속에서 궁극적으로 감각되는 것은 존재하기(being)의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