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박물관

전태일_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코로나 팬데믹. 출처:https://heigos.hypotheses.org/12281

BCAC.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사태는 우리의 생활 전부를 바꾸어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족한 이후 역대 세 번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할 만큼 심각한 사태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인류가 맞닥뜨린 이 전염병은 코로나 19 이전의 세계와 코로나 19 이후의 세계로 구분될 만큼 강력한 것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의 논평가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를 코로나 19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19 이후(AC: After corona)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각국은 국가비상사태, 또는 이에 따르는 조처를 하였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등 일단의 제제를 발동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코로나 19 사태는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아마도 인류는 이제 완전히 다른 시대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코로나 19 이전의 세계와 명백하게 다른 앞으로의 세계를 표현하는 말 가운데 ‘뉴노멀(New Nomal : 새로운 표준)’이 있다. 원래 뉴노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 경제의 특징을 통칭하는 말로, 사회적으로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이 보편화 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도 쓰였으나,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닥쳐올 시대를 표현하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를 표현하기에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뮤지엄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전 세계의 수많은 뮤지엄이 임시 휴관 또는 입장객을 제한하여 운영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뮤지엄의 약 90%가 코로나 19 확산 상황에서 문을 닫았다. 2020년 미술경영연구회 김상훈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이 중 10% 이상은 영구 폐관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닥친 무수한 문제들 이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 19 이후에 대면하게 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박물관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뮤지엄에게 ‘뉴노멀’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뮤지엄은 문화와 예술, 역사와 사건을 중심으로 그 가치를 공유하는 모습으로 대표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회귀했을 때에도 박물관은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인가? 박물관이 우리에게 보여줄 ‘뉴노멀’은 무엇일까?

코로나 19 이후의 뮤지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박물관이 겪고 있는 변화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임시 휴관이나 관람객 숫자 제한 등은 이미 거론한 것이기에 제외하고, 뮤지엄이 마주한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온라인 전환에 대한 압박일 것이다. 외출은 될 수 있으면 삼가고 거리를 두며 접촉을 피하는 시대에 온라인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우리에게 어쩌면 하나의 돌파구였는지도 모른다. 온라인 쇼핑이나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뮤지엄 역시 전시의 디지털화, 프로그램의 온라인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놓느라 고민하고 있다. 물론 박물관의 온라인 서비스가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미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많은 뮤지엄이 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거나 아예 ‘사이버뮤지엄’형태로 온라인화하기도 했었다. 다만, 코로나 19 이전의 박물관 온라인 서비스는 일종의 오프라인의 보조역할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것이 중심 역할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다.

뉴노멀을 대비해야 한다. 출처:구글 이미지

생존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일반화되고, 치료제가 개발, 확산한다고 해서 박물관의 임시 휴관이 풀리고 관람객 수에 제한이 없어져 다시 코로나 19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대부분 관계자와 학자들은 부정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를 빠져나온 세상은 상당 부분에서 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가 처한 환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 77억의 인구는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을 막는데 공중 보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하였다. 이미 우리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발열 체크와 전자출입명부 작성에 익숙해졌고 우리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접촉,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여 자리하게 된 것이다. 비접촉, 비대면 문화는 뮤지엄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것이 아마도 뮤지엄의 뉴노멀 가운데 핵심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타인과 함께 밀폐된 공간에 모여 숨을 쉬거나 활동하는 일을 위험하다고 느낄 것이며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사람들은 뮤지엄이 아닌 집에서 전시를 즐기기를 원하게 될지도 모르며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관람, 프로그램참여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박물관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미 유튜브(Youtube)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지금과 같이 온라인을 통해 박물관의 전시를 ‘보여주고’, 박물관의 소식을 ‘전해주면’ 되는 것일까? 촬영 장비를 구매하고 유튜브 업로드 방법을 익히면 되는 것일까?

비대면, 비접촉이 일상화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온라인을 매개체로 한 교류와 소통의 증가이다. 이것을 ‘온택트(On-tact)’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접목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을 말하는 온택트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초·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온라인 강의로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고, 기업들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뮤지엄은 소통과 교류에는 다소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관람객들은 뮤지엄과 소통하거나 교류하는 방법이나 채널을 잘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이제 뮤지엄은 코로나 19 이후 ‘온택트’를 박물관의 새로운 기준에 포함하고, 사회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해 연구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이미 다수의 박물관이 ‘참여’를 키워드로 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는 것이다. 더욱 적극적인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끄는 방법으로 ‘온택트’를 활성화하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리운 기억이 될지도 모르는 풍경. 출처:개인소장

뮤지엄이 맞이하게 될 뉴노멀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코로나 19가 불러올 뉴노멀 앞에서 뮤지엄은 어느 정도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낡은 가치들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코로나 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질서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뮤지엄이 공공의 가치로 존재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 향유의 전초기지로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이후의 시대에서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