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 ②

장혜진_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웨이파인딩 시스템 Ⓒ dn&co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한 또 다른 사례로는 방문객들이 쉽게 박물관을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웨이파인딩 시스템(wayfinding system)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V&A)은 2019년도에 웨이파인딩 시스템을 개선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은 최근 10년 사이에 방문객이 3배 이상 증가했는데, 연간 400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만큼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한 웨이파인딩이 중요한 공간이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웨이파인딩 사이니지는 인지성, 가독성, 탐색용이성을 고려해서 타이포그래피, 구성, 색상을 설정하였고,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한 픽토그램도 적절히 활용하였다. 또한, 검은색으로 물들인 튤립나무에 흰색으로 정보를 표현한 견고하고 심미성 높은 디자인은 박물관 공간에 잘 어우러지며, 주요한 의사 결정 지점에서 방문객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웨이파인딩 시스템에서는 색상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는데, 유료 전시회의 경우 전시회마다 다른 색상을 부여하여 지하철 광고에서부터 입구 사이니지에 이르기까지 같은 색상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여 방문객이 목적지로 더 빨리 이동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인쇄 지도는 지니고 다니고 쉬운 작은 크기로 제작했으며, 디지털 지도와 통일성 있는 디자인으로 가독성을 높이고 이해하기 쉽게 제작하였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웨이파인딩 지도 Ⓒ dn&co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한 박물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19개의 박물관을 운영하는 미국의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재단은 스미스소니언 접근성 프로그램(Smithsonian Accessibility Program)을 통해 ‘Smithsonian Guidelines for Accessible Exhibition Design’ 을 개발해서 전시 콘텐츠(Exhibition Content), 전시 아이템(Exhibition Items), 라벨 텍스트와 디자인(Label Text and Design), 시청각 및 인터랙티브(Audiovisuals and Interactives), 순환 경로(Circulation Route), 가구(Furniture), 색상(Color), 조명(Lighting), 공공 프로그램 공간(Public Programming Spaces), 비상 탈출(Emergency Egress), 어린이 환경(Children’s Environments) 등에 있어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물관의 성격에 맞는‘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한 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및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박물관 운영 방침을 마련하는 것도 더 많은 관람객을 포용하는 박물관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웨이파인딩 사이니지 Ⓒ dn&co

해외 박물관에서는 전시 관람 방식에 있어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한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가 있거나 약시가 있는 관람객을 위하여 루브르 박물관은 택타일 갤러리(tactile gallery)를 운영하여 작품을 직접 만지면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런던박물관 및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에서는 크기가 큰 글씨로 인쇄된 대활자 가이드를 제공한다. 난청이 있는 방문객을 위해서 대영박물관,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박물관 등에서는 청취보조시스템인 인덕션 루프(Induction Loops)를 주요 공간에 설치해서 텔레코일(tele-coil)이 설치된 보청기 및 인공와우(人工蝸牛, cochlear implantation)를 통해 주변 방해음 없이 소리를 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런던 박물관에서는 갤러리 내부에 자막 및 수화(British Sign Language: BSL) 통역 비디오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런던 박물관, 뉴욕 현대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서는 치매가 있는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웨이파인딩 픽토그램 Ⓒ dn&co

국내 박물관에서도 다양한 관람객을 고려한 관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선진 사례를 선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사용자의 위치를 인식해서 사용자가 위치한 곳의 유물에 대해 다양한 언어로 설명을 제공하는 기능이 있는 전시안내 앱을 개발했다. 또한, 2017년 열린 에르미타주 박물관전에서는 대활자 책자를 제작했으며, 다감각 전시를 기획하여 다양한 관람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2020년에 상설전시장 입구에 총 9개의 언어로 된 디지털 패널을 부착하여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들에게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QR코드와 NFC 태그를 활용하여 스마트기기로 전시물의 설명을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2013년 촉각 도록과 팝업카드를 제작하였고, 개관 예정인 서울공예박물관은 2019년 11월에 박물관 시각장애인 전시 개발 관련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여 다양한 관람객을 고려한 전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영박물관 대활자 가이드 Ⓒ britishmuseum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내외 박물관에서는 더 많은 관람객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신체 능력, 지적능력, 성별, 나이, 사회・문화적 배경, 국적이 서로 다른 다양한 관람객이 있으며, 이와 같은 다양한 관람객을 포용하기 위한 박물관의 노력으로 박물관이 단순히 지식과 정보 전달의 공간, 문화예술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환영받고 즐겁게 방문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 사회적 선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노력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보다 많은 사람이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도, 일부 박물관의 노력뿐 아니라 보다 많은 박물관이 다양한 관람객에게 열린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여 누구나 문화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문화예술계의 흐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