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에서의 유니버설디자인 ①

장혜진_성신여자대학교 교수

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회의 장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에서는 매년 사회의 핵심 주제를 국제 박물관의 날(International Museum Day)을 위해 선정하는데 2020년도의 주제는 ‘평등을 위한 박물관 : 다양성과 포용성(Museums for Equality: Diversity and Inclusion)’ 이었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신체 능력, 지적능력, 성별, 나이, 사회・문화적 배경, 국적이 다르기에 방문객들은 관람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관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으며, 이에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관람환경조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에서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박물관의 사회적 선에 대한 잠재력과 관련한 논의가 촉구되고 있으며, 박물관이 민족성, 성별, 성적 지향 및 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교육 수준, 신체 능력, 정치적 성향 및 종교적 신념 등과 관련한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모든 사람이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속성인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해 논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로널드 메이스(Ronald L. Mace)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장애 유무나 성별, 나이,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고안된 디자인’으로 정의했다. 또한, UN 장애인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 2006)에서는 유니버설디자인을 ‘별도의 개조나 특별한 디자인 없이도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환경, 프로그램,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니버설디자인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으며, 박물관이 보다 다양한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디자인 원칙을 포괄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적용되는 영역의 성격에 따라 그에 적합한 디자인 원칙을 수립할 수 있다. 박물관이 다양한 사용자층이 방문하는 공간, 문화예술의 공간, 폭넓은 지식의 공간, 대중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박물관에서 고려해야 할 유니버설디자인 원칙으로 접근성(accessibility), 인지성(cognition), 편리성(convenience), 안전성(safety), 포용성(inclusion), 심미성(aesthetics), 다양성(diversity)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유니버설디자인 원칙은 박물관에서 고려해야하는 방문객인 장애인, 노인, 영유아를 동반한 방문객, 임산부, 어린이, 외국인 등을 위해 보다 열린 박물관을 구현하는데 있어 주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박물관에서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원칙 중 접근성(accessibility)은 많은 국내외 박물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발전시켜온 부분이기도 하다. 주요 해외 박물관에서는 웹사이트 상에 별도의 접근성 메뉴를 구성하여 박물관의 접근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방문객들이 미리 박물관의 접근성과 관련된 정보를 숙지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접근성 정책을 구축하거나 접근성과 관련된 사명 선언문(mission statement)를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Metropolitan Museum)은 기관의 시설, 컬렉션, 기회, 경험이 개인적인 특성에 상관없이 제공되어야 한다는‘기관의 다양성, 포용성, 공평한 접근성 정책 선언문(Institutional Diversity, Inclusion, and Equal Access Policy Statement)’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방문객, 신체적 장애가 있는 방문객, 시각장애가 있거나 저시력이 있는 방문객, 청각장애가 있거나 난청이 있는 방문객 등을 위한 상세한 정보를 웹사이트를 통해 안내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에서는 이동성에 제약이 있는 관람객, 치매가 있는 관람객, 청각장애가 있거나 난청이 있는 관람객 등 다양한 사용자층을 포괄한 박물관 접근성 정보를 웹사이트에 상세하게 게재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고려한 박물관 사례로 먼저 방문객들이 관람을 위해 필수적으로 접하게 되는 박물관 지도를 들어 보겠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방문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동성에 제약이 있는 방문객을 위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접근성 지도를 별도로 제작하거나 점자 지도나 촉각 지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여러 해외 박물관에서는 감각 지도(sensory map)를 활용하고 있다. 감각 지도에는 일반적인 지도에서 제공하는 위치 정보 이외에 조용한 공간, 시끄러운 공간, 혼잡한 공간, 덜 붐비는 공간, 냄새가 나는 공간,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공간, 자연채광이 있는 공간, 촉각 체험이 가능한 공간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해서 자폐를 가진 방문객이나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방문객,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한 방문객 등에게 유용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쿠퍼 휴잇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감각 지도

런던 박물관(Museum of London)에서는 감각 지도에 밝은 공간, 어두운 공간, 붐비는 공간, 조용한 공간, 시끄러운 공간, 냄새가 나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은 조용하고 혼잡하지 않은 공간, 좌석이 있는 공간, 자연 채광이 있는 공간, 촉각 체험 공간 등을 별도 표기한 감각 지도를 제작했는데, 촉각 체험 공간은 Art Lab에 위치하며 어린이들이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에서도 감각 지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시끄러운 공간과 조용한 공간, 혼잡한 공간과 강한 냄새가 나는 공간, 자연채광이 있는 공간, 어두운 공간 등에 대한 정보를 표기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방문객을 위해 조용하고 덜 혼잡한 공간, 혼잡한 공간, 시끄러운 공간, 자연채광이 있는 공간, 어두운 공간을 표기한 감각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쿠퍼 휴잇 스미소니언 디자인 박물관(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의 경우도 조용하고 덜 혼잡한 공간, 촉각 체험이 가능한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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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