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삶을 담아 낼 ‘마을박물관’ 프로젝트 ②

배성수_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쑥골 마을박물관에서 운영 중인 어린이 체험 교육

마을박물관그간의 활동

마을박물관의 활동은 여타의 박물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시장이 협소하여 상설전시보다는 특별전시 위주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개관특별전 <토지금고를 열어라> 展 이후 지금까지 세 군데에서 모두 9차례의 특별전시를 개최했다. 각각의 박물관마다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큐레이터가 수집한 마을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특히 토지금고 마을큐레이터들이 기획했던 2017년 세 번째 특별전 <이방인의 눈에 비친 용마루-미래는 과거를 바라보고> 展은 체코의 사진작가 클레가(Klega)가 촬영한 용현2동 용마루 마을의 철거 장면을 재구성한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클레가는 이방인의 관점에서 철거되는 용마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고, 그 속에서 살아왔던 주민이기도 한 마을큐레이터들이 이를 1부 껍데기, 2부 벽의 기억, 3부 숨바꼭질이라는 주제로 구성하여 많은 공감을 끌어낸 전시였다.

마을큐레이터들은 특별전을 준비하기에 앞서 기초적인 구술채록 등 마을 이야기로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기는데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생활 자료를 수집하거나 이웃의 손때 묻은 물건들을 기증받기도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 마을큐레이터들이 수집하는 자료를 보관할 수장고가 갖춰지지 않아 사무실 한쪽 서랍장에 쌓아두고 있어 미추홀구청에서는 조만간 공동 수장고를 마련할 계획이다.

마을박물관에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은 외래 강사를 활용한 일반적인 체험교육에 치중하고 있어 마을의 정체성을 담아낸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 개발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독정이 마을박물관에서 진행한 <장화신은 독정이 사람들>은 마을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던 교육으로 비가 오면 진창으로 변해 항상 장화를 신어야 했던 독정이 마을의 옛이야기를 응용하여 색종이 장화를 만들어보는 체험프로그램이었다. 이처럼 각 박물관은 전시뿐 아니라 교육에도 마을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이방인의 눈에 비친 용마루(포스터)

남겨진 과제와 앞으로의 전망

인천시립박물관과 미추홀구청은 인문도시 지원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이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2016년 10월 「마을박물관 조성(운영)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고 해마다 한 군데씩 계속해서 마을박물관을 조성해 가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두 기관 사이에 업무를 분담하여 마을박물관 조성에서 초기 운영단계까지 2년 동안은 시립박물관이 박물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인큐베이팅을, 미추홀구는 행정지원을 맡기로 했다.

마을박물관을 조성할 대상 지역은 미추홀구 전역에 자리한 자연마을로 하되, 행정 편의를 위해 될 수 있으면 행정동을 기준으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년의 인큐베이팅 기간이 끝나게 되면 박물관 운영은 마을큐레이터가, 예산 및 행정지원은 미추홀구에서, 전시 자문과 마을큐레이터 교육은 시립박물관에서 분담하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도 2017년 독정이 마을박물관을 끝으로 더이상 개관하는 마을박물관은 없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로 인해 기존의 마을박물관도 문을 닫는 시간이 많았다. 그간 두 기관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되었다. 다행인 것은 미추홀구청이나 인천시립박물관이나 마을박물관 프로젝트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남아있어 조만간 네 번째 마을박물관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15년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을 개관한 이래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직은 마을박물관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고 말하기에 부족하고, 여전히 실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간의 추진 과정에서 남겨진 과제 중 하나는 박물관 운영을 담당하는 마을큐레이터와 운영 지원을 담당하는 미추홀구청 사이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청 관계자는 마을큐레이터가 집단 권력화되었다고, 마을큐레이터는 구청이 지나친 통제를 가한다고 생각한다. 구청과 마을큐레이터는 마을박물관 운영에 있어 순치의 관계이다. 마을박물관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상호 간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며, 그를 위해서 양자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

쑥골마을박물관 내부

광역시에 속한 구‧군은 인구에 비례해 행정단위로 구분될 뿐, 역사나 주민의 생활문화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기에 구‧군에서 건립하는 공립박물관은 대부분 비슷한 콘텐츠를 가지고 지어진다. 단체장의 공약 사항으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건립 준비단계에서 개관에 이르는 기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이들의 주요 콘텐츠는 어김없이 역사 또는 생활사에 국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을박물관 조성을 통해 축적한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립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미추홀구의 발상은 바람직해 보인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철저한 준비와 차별화된 콘텐츠 없이 무분별하게 박물관을 건립하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 마을박물관을 바탕으로 구립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는 미추홀구의 계획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