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함께한 1년 – 예비 학예인력 지원사업 참여후기

조미현_혜곡최순우기념관 예비 학예인력

 

교육_옛집 뜰에서 재료 줍는 모습
옛집 뜰에서 재료 줍는 모습

 

<뮤지엄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서울에 자리한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예비 학예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는 조미현이라고 합니다. 독자분들에게는 ‘최순우 옛집’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미술사학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제4대 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이 살던 집입니다. 2002년부터 자발적인 시민들의 후원으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운동을 통해 이곳이 보존되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예비 학예인력 사업을 알게 된 때는 이전에 근무하던 박물관에서 근무가 종료되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을 2020년 봄이었습니다. 평소에 박물관에 관심이 많아서 박물관 관련 사이트들을 자주 들어가 보곤 했는데, 마침 한국박물관협회 사이트에서 예비 학예인력을 모집하고 있다는 공고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가 예비 학예인력 신청 자격인 ‘박물관 관련 학과 졸업생 및 준학예사 필기시험 합격자’와도 부합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신청했습니다.

 

혜곡최순우기념관 앞뜰
혜곡최순우기념관 앞뜰

 

지원 기관 중 혜곡최순우기념관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제가 몇 해 전 학부생 시절에 이곳을 우연히 방문하면서 맺은 인연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곳이 박물관인지 모르고 단순히 한옥을 구경 목적으로 방문했었는데 비치된 리플렛을 보고 박물관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박물관·미술관’ 하면 전형적인 형태의 화이트큐브만을 떠올렸는데, 이러한 한옥 공간 자체도 박물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납니다. 박물관 위치가 제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점, 저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해줬던 공간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한옥에 대한 조금의 로망이 있던 것도 이곳을 지원하는 데 한몫하게 되었습니다.

 

면접 장면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면접이 아직은 추운 4월이었는데, 나름대로 정장을 차려입고 구두를 신었지만 혜곡최순우기념관 바닥에 깔린 울퉁불퉁한 돌 때문에 걸음걸이가 꽤 우스웠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의 면접장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고 왔는데, 저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주시며 뒤뜰로 데려가더니 돌 탁자에 앉아 카페에서 이야기하듯 면접을 진행해주셔서 많이 긴장하지 않고 면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 관련 경력이 많았던 게 아니라서 많이 걱정했는데 면접관분들이 예비 학예인력임을 고려하셨는지 전문성을 보시기보다는 저의 업무에 관한 다짐과 잠재력을 주로 물어봐 주신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낙엽 쓸어내는 모습
낙엽 쓸어내는 모습

 

이곳에서 매일 하는 일은 전시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혜곡최순우기념관의 한옥은 안채와 바깥채로 구성되어있고 야외에는 식물이 어우러진 앞뜰과 뒤뜰이 있습니다.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당을 쓰는 일입니다. 봄에는 감꽃, 여름에는 떨어진 도토리, 가을에는 낙엽을 쓸어내게 되는데 특히 요새는 낙엽이 절정에 이르러 큰 쓰레기봉투가 하루에 몇 장씩 사용됩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시민문화유산 지킴이라고 부르는 자원활동가들이 꾸준히 봉사를 와줘서 고된 일도 함께 금방 끝내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 가장 새로웠던 것은 혜곡최순우기념관의 박물관 교육이었습니다. 이전에 근무하던 기관에서 교육 업무를 맡았고 대학원도 박물관 교육 관련 전공이라, 박물관 교육에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의 교육을 진행해보니 기존 박물관 교육과 꽤 달랐습니다. 우선 교육실이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아서 한옥 공간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최순우 옛집 자체가 박물관이자 시민들 후원으로 보존되는 시민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참여자에게 이 공간이 어떤 곳이며 어떻게 지켜져 오고 있는지 충분히 안내해야 했습니다. 한옥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약간의 불편하거나 생소한 점도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교육 진행에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한옥 안채에서 교육 진행 모습
한옥 안채에서 교육 진행 모습

 

또한, 이곳의 교육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이 함께하는 뜰이 있어서 많은 교육이 식물과 연관되는 점입니다. 참여자의 이름표에도 식물이 들어가고, 만들기와 그리기 수업에도 이곳의 식물이 재료로 활용됩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사시사철 자라는 식물이 다르기에 자연스레 계절마다 재료나 수업 내용이 바뀝니다. 타 기관에서의 교육은 보통 정해진 재료를 활용하여 교육이 진행되는데 이곳은 재료의 폭이 넓고 자유롭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는 매년 가을에 특별전을 엽니다. 올해는 <최순우가 사랑한 우리 문화-혜곡의 뜰>이라는 옛집 식물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었습니다. 전시 기획 경험은 있었지만, 앞서 말한 교육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전시는 색달랐습니다. 전시 공간이 문화재이자 한옥이기 때문에 조명과 전시품 설치하는 데에 타 전시장처럼 자유롭지만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오래 근무해오신 학예사 선생님께서는 요령껏 전시를 교체하셨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며 사소한 일이라도 함께해볼 수 있게 저를 불러주셔서 이것저것 팁들도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가을 특별전 체험공간에 쓰인 원고지와 식물 스탬프를 제가 직접 디자인했는데 많은 관람객께서 좋아해 주셔서 속으로 기뻐했던 기억도 납니다.

 

식물을 재료로 만드는 중
식물을 재료로 만드는 중

 

돌아보면 학예사·교육사 선생님께서는 제가 예비 학예인력이었음에도 많은 것을 해볼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기관 SNS 관리와 카드뉴스 제작 등 처음 해본 업무에 대해서는 어려워서 헤매기도 했지만, 근무 종료를 한 달 정도 앞둔 지금은 웬만한 일에 능숙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 가지의 업무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예비 학예인력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비 학예인력으로서 처음 배우는 일이 많다 보니 능숙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다 이해해주시고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학예 업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타 직종보다 학예직은 정보가 비교적 많이 없어서, 취준생 시절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 때마다 한국박물관협회 사이트를 자주 들어오곤 했는데요, 연수 프로그램과 인력 지원사업 공고의 지원 자격을 보면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가을 특별전 설치모습
가을 특별전 설치모습

 

또한, 예비 학예인력에 참여하면서 매달 이수했던 교육들도 예비 학예사로서 역량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학예 실무진 선생님들께서 직접 강의를 해주시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학예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예비 학예인력 참여 경험을 발판으로 양질의 전시·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관람객과 소통하는 학예사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더 공부하겠습니다.무언가를 시작할 때 첫 단추를 궤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예비 학예인력이라는 기회를 받아 근무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박물관 학예직에 꿈이 있는 분께 이 사업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