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삶을 담아 낼 ‘마을박물관’ 프로젝트 ①

배성수_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사진 1.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전경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전경

 

2015년 가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5동 용정근린공원에 파란색 컨테이너 박스(Container Box) 두 동이 들어섰다. 쉼터이자 운동장으로 활용되던 공원 한편에 떡 하니 자리한 정체불명의 컨테이너를 주민들은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늘 그러했듯 구청이 공원의 용도에 맞지 않는 무언가를 설치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2016년 가을, 용정 근린공원 파란색 컨테이너는 동네 꼬마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었다. 산책을 나온 어르신, 운동을 하다 지친 주민들은 컨테이너 사이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목을 축이며 수다를 늘어놓았다. 파란색 컨테이너 정면에는 흰 글씨로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이라 적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마을박물관은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박물관과 차별성을 가지며, 자기 마을의 역사와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과 어우러지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 4.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전시실 사진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전시실

 

마을박물관의 장소성

‘마을박물관 프로젝트’는 2014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인천시립박물관, 인천대학교,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당시 남구청)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인문도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당시 인천시립박물관과 미추홀구는 점차 해체되어 가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고, 향후 구립박물관의 건립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마을박물관을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마을박물관이 들어설 장소로는 저층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는 원도심 지역부터 만들어 가기로 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동네보다는 인구 이동이 많지 않은 원도심 지역에 더욱 많은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이고, 그곳에 사는 주민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마을과 이웃에 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대상지로 인천 사람에게 ‘토지금고’로 더 많이 알려진 용현2동과 용현5동을 선정했다. 과거 염전이 있던 부지를 기업에서 투기목적으로 사들여 방치되고 있던 땅을 1975년 토지금고(지금 토지주택공사)가 매입하여 택지로 개발한 지역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이곳을 용현동이 아닌 토지금고로 부르고 있었다. 1940년대 일제 군수공장 사택에서부터 도시화 된 이후 들어선 주택과 연립주택, 저층아파트에서 초고층아파트까지 주택 박물관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주택 군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또, 경인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의 종점에 위치하여 한때 고속버스터미널이 위치했고, 수인선이 지나는 등 교통의 요지이기도 했다. 아울러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인구 이동이 많지 않아 마을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풍부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처럼 토지금고는 박물관을 구성하는데 충분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다. 2016년과 2017년 두 번째와 세 번째 마을박물관이 조성된 도화2・3동의 ‘쑥골 마을박물관’과 2017년 용현 1・4동의 ‘독정이 마을박물관’도 토지금고 못지않은 마을 이야기와 콘텐츠를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독정이마을박물관 전경
독정이마을박물관 전경

 

박물관 건물

일반적으로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되고, 기간도 짧아야 4~5년이 소요된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마을박물관이라지만 한국연구재단에서 ‘인문도시 지원사업’의 명목으로 지원받는 예산은 박물관 조성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주어진 예산으로는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없었기에 평소 주민들이 자주 찾는 행정복지센터나 도서관의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박물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이라도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금고나 쑥골의 행정복지센터는 이미 낡고 협소한 상태였고, 도서관 역시 유휴공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토지금고에는 주민들이 자주 찾는 용정근린공원의 잔디광장에 컨테이너 두 동을 설치하여 한 동은 기획전시실, 나머지 한 동을 상설전시실 겸 마을큐레이터 사무실로 꾸몄다. 두 동의 컨테이너 사이에는 목재 데크를 설치하여 휴게공간으로 사용하고, 봄, 가을로는 어린이 체험교육도 실시하였다.

 

쑥골의 경우 방치되고 있는 빈집이 점차 많아지는 상황이었기에 제물포역 인근 20평 규모의 비어있는 단층 주택을 임대하여 박물관 건물로 활용하였다. 공가인 상태로 오랜 기간 방치되다 보니 냉난방과 상하수도 등 시설 보수가 필요했는데 이는 미추홀구청에서 담당하고, 인천시립박물관은 전시시설 공사를 맡았다. 세 개의 방을 각각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 교육실로 꾸몄고, 주택에 딸린 정원에서는 다양한 생태 교육도 가능했다.

 

사업 3년 차에 조성된 독정이 마을박물관은 용현 1・4동에서 마을박물관을 요청하여 만들어진 사례다. 이미 토지금고와 쑥골 마을박물관이 미추홀구 주민들 사이에 전파되어 여기저기서 마을박물관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용현 1・4동에서는 신축 행정복지센터 2층에 자리한 30여 평의 공간을 마을박물관으로 제공하겠다고 했고, 시립박물관과 미추홀구청은 이곳을 세 번째 마을박물관으로 선정했다. 평소에도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고, 신축 건물인 탓에 쾌적하고 넓은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이처럼 세 곳의 마을박물관은 서로 차별화된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2019년 토지금고와 쑥골 마을박물관도 주민커뮤니티 센터와 행정복지센터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서로 비슷한 공간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넓고 깨끗한 공간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이전의 공간이 가지고 있던 특징을 잃어버린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감이 있다.

 

쑥골 마을박물관 전경
쑥골 마을박물관 전경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큐레이터

대부분의 박물관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학예연구사가 근무한다. 애초 계획대로 마을박물관이 조성되고 박물관마다 학예연구사를 배치한다면 그 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감당할 수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마련한 대안이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큐레이터를 길러내는 것이었다. 마을 이야기를 풀어내는 박물관이라면 그 동네에서 살아온 주민이 누구보다 확실한 전문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처음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을 계획할 때 마을큐레이터의 지원 자격을 주민등록상 용현2동과 용현5동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또는 직장이나 영업장의 소재지가 토지금고인 사람들로 제한하였다. 그 후 이곳에서 태어났거나, 토지금고에 자리한 학교를 졸업한 이들로 자격 조건을 확대하였다. 이러한 지원 자격은 쑥골과 독정이 마을박물관에도 똑같이 적용하였다.

 

마을큐레이터의 역할은 주민 생활사에 관한 조사 및 마을 이야기의 발굴, 이를 바탕으로 해마다 개최되는 특별전시의 기획, 관람객에 대한 전시해설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기존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연구사와 비슷한 것이었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마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큐레이터로서 갖추어야 할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마을큐레이터 양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시, 교육, 유물관리 등 학예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시키는 일이었다. 아울러 각자의 관심 분야가 다르기에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이해 수준도 제각각이어서 마을의 역사와 공간의 변화과정에 대한 기본 교육도 필요했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만들고 마을큐레이터 모집에 들어가 대략 6개월가량의 양성 교육을 거쳤다.

 

마을큐레이터들은 처음부터 보수를 받지 않는 자원 활동을 원했다. 각자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원하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의견을 존중하여 미추홀구는 이들을 최소한의 활동비만을 지급하는 자원 활동가로 대우하고 있다. 현재 세 개의 마을박물관에서 활동하는 마을큐레이터는 대략 25명 안팎이다. 개별적으로는 각각의 마을박물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미추홀구는 이들을 중심으로 마을큐레이터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