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사회적 역할로서 ‘포용(包容)’ ②

박종민_前 국립산악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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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박물관을 알아가는 과정은 필자로 하여금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 번째로는 박물관 경영 기반 마련과 박물관 CEO를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바람이다. 포용적 박물관은 지금까지 언급했던 내용 이외에도 박물관을 전(全) 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박물관을 경영하자는 취지도 엿보인다. 포용적 박물관의 원활한 수행은 견실한 박물관 경영 기반 마련과 동시에 박물관 최고경영자(CEO)를 육성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1990년대 중후반에 두 편의 신문 칼럼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칼럼은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그리고 물러난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다. 송승환의 <문화 CEO> 직함과 홍사종의 <정동극장 운영방식>이다. 송승환은 그의 문화 행적보다 <문화 CEO>라는 직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 순간도 <문화 CEO>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홍사종은 국립에서 법인으로 전환한 초대 정동극장장을 맡은 후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작은 음악회를 연다. 주변의 샐러리맨들은 점심식사를 마치고서 남녀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그곳을 찾아간다는 기사였다. 이것은 그들에게 문화의 작은 성공이며, 시작에 불과했다.

 

당시 필자는 이를 문화경영으로 바라보면서 박물관 CEO가 없는 이유와 박물관 경영을 생각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다. 이후에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나름 박물관 경영을 실천하려 하지만, 필자의 능력 부족으로 일부 직원과 학예사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 참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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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은 재량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행정과 관리조직 중심에서 벗어난 학예사업 중심의 신개념 박물관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존의 자체 수입의 증대, 신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업개발과 운영으로 재정자립도 향상을 노력한다. 박물관은 사업의 내실화⋅전문화 추진과 특화사업 발굴 시행으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박물관은 공공성을 전제로 한 <수익형 비영리 박물관>으로 정착시킨다. 입장료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의 자체 수입 확대 등으로 증대된 박물관 수익은 일부를 ‘연구개발비’와 ‘문화나눔사업’ 등에 배분한다. 문화나눔사업은 문화희망계층과 지역 사회발전 숨은 공로자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확대 개발과 운영으로 지역주민의 문화 향수를 위해 일정 수익을 환원한다. 이게 포용적 박물관의 작은 실천이 아닌가 한다. 거시적으로 박물관은 건실한 경영과 운영에 다가설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앞으로 박물관 CEO의 탄생도 기대케 한다.

 

두 번째로는 문화소외계층에 대한 박물관의 대응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박물관 사업은 문화나눔사업으로 말하고자 한다. 문화나눔사업은 배려와 보은으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이를 ‘문화배려사업’과 ‘문화보은사업’으로 명명하고 싶다. 문화배려사업은 문화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박물관 사업을 진행한다. 반면에, 문화보은사업은 지역사회발전의 숨은 공로자와 함께 하는 사업을 확대 개발함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다.

 

‘문화배려사업’은 문화를 제때에 접할 수 없는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박물관에서 문화 활동에 참여케 하는 사업이다. 문화취약계층은 대표적인 대상이다. 문화취약계층과 그 가족은 경제적 약자라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가정경제 상황이 여유롭지 못해서 문화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된 사람들이다. 이들 이외에도 여러 이유로 박물관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지원책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정책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경제 상황이 좋아도 박물관을 찾지 않거나 못하는 문화취약계층이 있다. 박물관은 이들이 박물관을 찾을 수 있도록 ‘~거리’를 지속하여 제공해야 한다. 그들이 박물관을 찾아서 전시를 관람하고,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문화적 지원정책은 보상이 아니라 그들이 누려야 할 문화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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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은사업’은 지역사회의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문화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발전의 숨은 공로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당사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그들의 존재는 지역사회 발전의 주춧돌이며, 원동력이다. 지역사회 유지와 발전의 숨은 공로자들에 대한 박물관의 관심은 최근의 사회적 상황을 비추어 보면 매우 절실하다.

 

포용적 박물관 프로그램 내용은 그동안 대부분의 박물관이 고민하면서 이야기로 나눈 주제와 소재와 대동소이하다.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많은 행사를 보면서, 필자는 박물관 기능이 확대되고 개념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국내 박물관은 무의식적으로 포용을 바탕으로 한 사업들을 일부 실행해 왔고, 지금도 실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포용적 박물관은 국내 박물관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그리 크게 낯설지 않다. 젊은 박물관인들은 포용적 박물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미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박물관이 포용적 박물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섣부르게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포용적 박물관에 관해서 알아가고, 본 글을 쓰면서, 필자는 하나의 단어와 하나의 문구를 생각하는데 도달한다. 바로 ‘넘어서는’ 단어와 ‘함께, 같이’ 라는 문구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박물관 역할을 ‘넘어서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과 항상 ‘함께, 같이 ’하는 박물관이 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