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박물관지원센터(MSC)를 가다!

유호선_국립한글박물관 자료관리팀장

 

박물관지원센터(MSC) 입구
박물관지원센터(MSC) 입구

 

미국박물관협회(AAM)에 몸담고 있던 한 해 동안, 필자는 워싱턴 D.C. 주변의 박물관과 관련 기관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인상 깊었던 장소의 하나는 바로 연방정부 박물관의 소장품센터(Suitland Collections Center, 이하 SCC)와 지원센터(Museum Support Center, 이하 MSC)였다. 이들은 에어&스페이스 건물의 우측 정거장에서 셔틀을 타고 40분가량 메릴랜드 쪽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된다. 직원들도 통근 시 이용하는 셔틀이라 바로 건물 앞에 내려주었고 곳곳의 보안 직원들과 탐지 장비로 인해 내부 배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주소: 4210 Silver Hill Road Suitland, MD)

 

MCI의 고가 분석 장비를 소개하는 직원
MCI의 고가 분석 장비를 소개하는 직원

4 수장고에서 격납 유물과 환경을 설명하는 직원
4 수장고에서 격납 유물과 환경을 설명하는 직원

 

MSC는 풋볼 경기장의 넓이와 8.5m 높이의 거대한 5개 수장고(pod) 그리고 6m 폭의 중앙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사무동과 실험실 콤플렉스가 자리하고 있다. 1, 2 수장고와 4 수장고의 일부에는 약 15,000개의 수장대가 들어가 있고, 4 수장고에는 배와 화석, 운석, 공룡, 거북이, 말, 고대 식물과 같은 중량급 표본들이 보관되어 있다. MSC에는 유물관리 직원, 큐레이터와 보존과학자뿐 아니라 스미스소니언의 고고인류학 유물을 조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또한, 국립인류학아카이브(NAA), 인문학영화아카이브(HSFA), 월터 리드 종분류학기구(WRBU)와 스미스소니언 소장품 조사센터인 보존연구소(Museum Conservation Institute, 이하 MCI)가 입주해 있다.

 

필자는 MCI를 둘러보며 각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첨단 장비와 시설을 볼 수 있었다. 한편 현대적인 해충관리 프로그램은 전체 건물에 해충 트랩을 두고 해충이 침입할 수 있는 목재, 섬유, 생물적 등급의 유물들을 중앙에서 모니터링하는 한편, 최신 이산화탄소(무산소) 훈증실을 만들어 IPM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개의 별도 건물로 가버25, 26이 가까이에 있는데, 여기에는 동물학과 순고생물학에서 다루어지는 유물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수중 포유류의 뼈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 밖에도 자연사박물관 유물과 관련한 骨 관련 실험실(OPL), 식물 부서의 실험실, 온실 등에서 연구하는 몇 개의 연구소가 있다.

 

1 수장고에서 NMNH의 한국 유물을 보여주는 직원
1 수장고에서 NMNH의 한국 유물을 보여주는 직원

 

이러한 MSC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0년간의 계획과 2년의 공사를 거쳐 1983년 5월 문을 열었다고 한다. 당시의 건물은, 독특한 지그재그형의 설계로 4개의 수장고(pod), 사무실, 실험실로 이루어져 있었고 최신 장비와 스미스소니언 소장품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담보하고 있었다. 미래 세대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 MSC의 환경은 유물에 가하는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다. 또한, 기후조절시스템은 연중 모든 구역의 건물마다 필요한 조건을 유지해준다. MCI와 스미스소니언 시설․기계․설비 사무실에 있는 엔지니어들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목표 온도와 상대 습도를 화씨 70도(±4)와 45%(±8)로 유지하고 있다.

 

2007년 4월, 스미스소니언은 MSC의 동쪽 끝에 약 125,000제곱피트 넓이의 다섯 번째 수장고와 함께 관련된 실험실을 추가했다. 그 후 새로 지은 5 수장고에 2009년 중반까지 알콜이나 포르말린과 같은 액체 속에 보관하거나 젖은 상태인 자연사박물관의 생물학적 유물들(2500만 표본)을 2년여에 걸쳐 격납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액체 성분 소장품은 미국 최대 규모로 이곳에는 가연성 액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다. 2010년 2월에는 자연사박물관의 유물을 격납한 3 수장고를 개보수하였으며 현재 3 수장고에는 현재 프리어&새클러갤러리, 국립아프리카미술관, 허쉬온미술관&조각정원의 미술품이 격납되어 있다. 3 수장고에는 또한 신체 관련 인류학 유물과 운석과 같이 특별한 환경이 필요한 일부 자연사 유물들도 격납되어 있다.

 

수장고 간 2톤급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설
수장고 간 2톤급까지 이동할 수 있는 시설

 

현재 SCC는 2010년부터 시작된 공간 확장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대개 큰일을 시작할 때에는 계기나 전환점이 있기 마련, SCC가 이렇듯 공간계획을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고민하게 된 데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있었다. 2010년 2월 10일, 소위 대폭설(Snowmageddon)이라는 겨울 폭설 기간에 수트랜드 캠퍼스에 있던 폴 가버(Paul E. Garber) 시설 일부가 붕괴하여 소장품이 손상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의 사고가 기폭제가 되어 그들은 몇몇 수장시설이 지극히 열악한 조건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동시에, 현재뿐 아니라 향후 스미스소니언 소장품들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단기 및 중장기 계획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해 9월, 19개의 산하 기관들을 거느리는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은 凡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년간의 소장품 공간계획을 기획하게 된다. 그들은 현재 각 기관의 수용공간뿐 아니라 미래 소장품 공간에 대해서도 실용적, 전략적, 통합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스미스소니언 시니어 지도력은 학제 간으로 소장품공간조정위원회(Collections Space Steering Committee, 이하 SCSSC)를 설립하였고 ‘국립소장품프로그램(National Collections Program)’과 ‘스미스소니언 시설(Smithsonian Facilities)’이 공동 의장을 맡았다.

 

계획 중인 MSC(SCC) 증축 조감도_
계획 중인 MSC(SCC) 증축 조감도

 SCC 디자인 및 건물별 소개도
SCC 디자인 및 건물별 소개도

 

필자는 작년 가을, 이러한 두 실무팀 감독인 톰킨스(Wiliam Tomkins, NCP)와 엔나코(Walter Ennaco, OFEO)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어 중장기 계획 수립의 全 과정과 그들이 꿈꾸는 20년 大計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스미스소니언은 당시 소유하거나 임차하고 있는 모든 수장고 공간, 즉 195,000㎡로 스미스소니언 총 건물 면적의 17.5%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는 최신 소장품 공간의 상태와 질(質), 보관용 장비, 접근성, 보존환경, 보안 그리고 소방 안전 등에 관한 정보를 주된 대상으로 하였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미스소니언 소장품 공간 기본계획(CSFP)이 2015년 회계연도에 상정되었다. 그리고 차례대로, 수용할 수 없는 소장품을 위한 재건축과 신축 전략에 따르는 단기 및 중기의 시설․자본․부지 문제 그리고 소장품 보호 프로젝트에 대한 기준선을 제시하는 로드맵이 함께 제출되었다. 여기에는 포화상태의 소장품에 더욱 물리적으로 접근 가능한 감압기능을 적용하여 향후 소장품 증가량을 예상하는 동시에 임차 수장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시설과 유물 두 분야가 함께 현재 소장품 공간 현황을 평가, 진단하고 단기(2017년까지), 중기(2018-2027), 장기적(2028-2037)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들을 나누어 기본계획을 발전시켰고 우선하여 소장품의 재질, 수량(향후 증가량 포함), 수용공간 등에 대한 분석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수용불가한 공간의 비율을 조사 분석한 밴다이어그램
수용불가한 공간의 비율을 조사 분석한 밴다이어그램

 

그들의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사실은 바로 2037년까지를 내다보는 장기 계획이었다. 장비의 확충, 신축과 재건축을 골자로 하며 게다가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폴 가버 시설뿐 아니라 수트랜드와 댈러스의 소장품센터 그리고 내셔널 몰에 있는 개별 박물관들의 수장고를 모두 아우르는 계획이었다. 단기적인 공간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 계획에는 다음의 사항들이 포함되었다. 첫째, 폴 가버 시설의 15번, 16번, 18번 건물에 소장된 유물들의 오염 제거를 완료하는 일로부터 37번 건물의 임시 수장고에 격납하는 과정까지 포함되어 있다. 둘째, 현재 5개의 수장고로 이루어진 MSC에 6번째 수장고(pod 6)를 신축하는 것이다. 이는 폴 가버 시설과 내셔널 몰에 있는 몇몇 박물관에서 손상된 소장품을 이관해야 하는 필요에 의한 것이다. 셋째, 2개의 새로운 수장고 모듈(현재 모듈 1은 완성됨)을 신축하고 덜러스 수장센터 가까이에 비행기 격납고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은 SCC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으로 이는 중기와 장기의 소장품 공간계획이며, 수트랜드와 댈러스 두 캠퍼스의 단계적인 개발을 말한다. 톰킨스와 엔나코는 이러한 기본계획은 SCSSC, 그리고 각 기관의 실무 담당자, 하위 위원회 위원들과 자문팀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전문성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2019년 8월 13일 발표한 SCC의 마스터플랜에서 그들의 장기적인 안목에 새삼 경탄하였다. 이 계획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다. ①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의 사용과 현장의 특징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② 상호 이익을 위해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하되, 개별 기관 간 그리고 凡 기관적 협업, 소통, 공유를 통해 포괄적이고 통합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하여, 수장건물과 작업현장을 위한 다양하고 대체 가능한 프로토타입 및 지침을 설계한다. ③ 운영비와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지속가능성과 탄력성 있는 계획을 고안하고 ④ 5년간의 시설 자본 프로그램(Facilities Capital Program)을 포함하는 실행계획 수립과 재건축, 신축을 위해 산출되는 예산을 계획한다. ⑤ 댈러스 소장품센터와 일정을 맞춰 수트랜드와 댈러스가 동시에 단계적 개발과 관련 활동을 추진하도록 조직화한다.

 

건물 시설 운영의 프로토타입
건물 시설 운영의 프로토타입

 

이렇듯 단기 계획을 실천하면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스미스소니언은 유기적인 인력 조직을 구성하였고 크게 다섯 층위로 나누어 움직이도록 하였다. 즉 첫째, 프로젝트 운영 그룹인 스미스소니언의 기관들과 국립소장품 프로그램에 따라 매일 매일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둘째 확장된 프로젝트 운영 그룹으로 주주들의 대표들에 의한 계획 초고를 재검토하며 셋째, 회계연도 2016년부터 건축회사(Bjarke Ingels Group)에 의해 주도하는 자문팀을 운영하며, 넷째 1단계로 현실적인 조건들의 조사로 몇몇 기본적인 계획수립과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수트랜드와 댈러스를 물리적인 현장, 인프라, 건물들로 정리하고 凡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의 소장품 공간과 다른 프로그램적인 수요들을 배치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1단계 사업은 완료되고 2016년 6월 6일 시니어 관리와 스미스소니언의 기관장들이 다시 게획수립 작업을 함) 다섯째 2단계 개발과 실행계획으로, 스미스소니언 통합 캠퍼스로서의 SCC의 더 큰 발전을 위한 비전을 담은 기본계획으로 수트랜드에 위치한 세부 공간 프로그램과 기관, 기능 그리고 대내외 순환과 함께 댈러스와의 상호관계를 고려하는 것이다.(현재 완료됨)

 

이를 위해 시니어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 리더십과 각 기관장 간의 워크숍이 2017년 10월과 2018년 10월 개최되었고 외부 관계기관인 메릴랜드 국립공원계획위원회, 메릴랜드주 교통부, 국립수도계획위원회, 국립공원 서비스 등의 직원들과의 회의도 빼놓지 않고 이루어졌다. 앞으로 MSC의 계획은 2020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필요한 외부 기관들의 승인을 받아 두 번째 부지를 조사한 뒤 이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한다.

 

스미스소니언 소장품 공간계획
스미스소니언 소장품 공간계획

 

기실 수장고의 포화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격납․관리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모든 박물관, 미술관의 숙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접근하는 진지함과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의 치밀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필자의 뇌리에 오랫동안 울림으로 남아있던 것은 위기상황에 대한 공감, 양보와 타협으로 점철된 ‘협업’이라는 단어였다. 톰킨스가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던 ‘협업’은 비단 유물관리팀과 시설팀이 부서를 초월해 치열한 논의를 거듭했던 실무차원의 협업만이 아닐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수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온 힘을 모았던, 6,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凡 스미스소니언의 총체적 협업 정신을 필자도 이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 지난 <뮤지엄뉴스> 252호 <미국박물관협회(AAM)을 돌아보며>에 이어진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