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특집] 코로나19를 대하는 뮤지엄의 자세 ②

 최은주_대구미술관 관장

코로나19 시대의 전시

다른 미술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19는 대구미술관의 전시 계획을 상당히 수정하도록 만들었다. 여러 나라의 국경이 폐쇄되고 인적교류가 사실상 금지된 상황에서 준비 중이던 국제 전시들은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순연되었다. 그 빈자리는 새로운 전시로 채웠다. <새로운 연대 New Communion> (대구미술관 1전시실, 2020. 6. 16 ~ 9. 13) 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전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차원의 연대의식임을 연역적으로 제시한다. 권세진, 김성수 등 대구에 기반을 둔 청, 장년층 작가 12명이 참여한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혹독했던 대구에서의 코로나19의 체험기와 그에서 비롯된 인간 세계에 대한 작가적 사유를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이정민은 이 전시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장용근, < 37.5˚C>, 2020, 피그먼트 프린트, 144 x192cm


“<새로운 연대 New Communion>는 코로나와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좀 더 확장된 차원에서 연대의 의미를 제시하고자 한다. 뉴 커뮤니온 New Communion’에서 Communion의 어원 Commune은 함께(com) 나누다(mun)는 의미다. 이는 결속(solidarity)의 차원을 넘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나아가 자연과 교감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에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과 환경이 어떻게 공존하고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에 주목한다. 이는 코로나19가 결국 인간의 문제를 넘어 환경에 관한 인류 공동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 12명은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을 기록과 관찰, 경험과 상상을 통해 재난 속에서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대의 모습을 담는다. 코로나19는 지역을 넘어 전 세계가 겪은 공동의 경험인 만큼, 이번 전시는 공동체의 시공간에서 연대의 가치와 의미를 기억하고, 미술을 통해 동시대를 함께 호흡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작품은 열화상 카메라에 나타나는 사람들의 초상이다. 장용근은 <37.5도 시리즈>를 통해 열감으로 정상과 비정상이 구분되는 코로나시대 개인들의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 오정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야 했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들려주고, 김안나 작가는 미술관 근방에서 전송되는 실시간 대기환경지수 데이터에 따라 가상의 화면이 반응하는 라이브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로 환경의 중요성을 재인식시킨다. 심윤은 거대한 화폭 안에 잠든 인간의 모습을 통해 한동안 잊고 지낸 일상 속 휴식의 달콤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불안한 내면을 가진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봄의 풍경과 향기를 봄꽃 시리즈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했으며 권세진은 90년대 다닥다닥 붙어서 컴퓨터 교육을 받던 어느 교실의 풍경을 등장시켜 관람객으로 하여금 코로나19로 등교 대신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현재의 풍경을 비교하게 만든다. 정재범은 열화상 카메라 기법을 활용해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를 선보였다. 김영섭은 소리 없이 진동하는 열일곱 개의 스피커 오브제와 그 위로 떨어지는 추의 관계를 통해 강한 침묵의 연대를 형상화하고자 하였으며 김종희는 비대면 시대, 텍스트가 가진 힘을 이용해서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읽는 행위 자체를 제안했다. 김성수는 그의 삶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현대판 꼭두의 모습으로 전유하여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장미 작가는 코로나 시대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으로 황인숙 작가는 푸른 선으로 연결된 거대한 그물망(멀리서 보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것 같은 푸른 공룡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드로잉을 통해 연대의 가치를 다시금 인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성수, <사람을 만나다>, 2020, 나무에 채색, 약 25cm x 365점

이 전시의 끝자락은 대구작가 100명의 희망 드로잉(drawing) 릴레이 프로젝트로 마무리하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대구의 가장 원로급에 속하는 전선택 화백에게 제일 먼저 희망, 교감, 공유, 연대 등의 메시지를 지닌 드로잉을 의뢰했다. 전선택 화백은 어린아이를 등장시켜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함과 동시에 다음의 화가를 지목해 주었다. 이 릴레이는 대구를 대표하는 99명의 작가에게 이어졌고 미술관은 모든 드로잉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 영상을 제작했으며 드로잉과 함께 2020년을 기록하는 미술관 아카이브로 소장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 온라인 영역의 개척

전염병이 두렵다는 것은 곧 사람과의 접촉이 두려움을 의미한다는 것을 코로나19은 상기시킨다. 사람 간의 접촉이 지양되는 언택트 시대, 예술의 의미란 무엇일까? 예술가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예술세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어려운 시기에 예술가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프로젝트가 대구미술관이 지난 5월부터 각종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개한 <나의 예술세계>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미술에 대해 사전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예술가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냥 별난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생각에서 작품을 만드는지, 작품이 만들어지는 작업실의 풍경은 어떠한지, 재료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재료를 활용한 그들만의 기법에는 어떤 특성 있는지를 조금 더 친근하게 살펴보기 원한다는 점에 주목했던 것이다. 전시는 결과만을 보여준다는 한계점도 있으니 이참에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예술을 보다 현장성 있게 전달하자는 의도를 살려보기로 한 것이었다. 우선 대구미술관은 프로그램의 내용과 형식을 설계했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참여 작가와 기획자를 선정했다. 작가 30인, 기획자 15인이 선정되었다. 미술관은 선정된 작가와 기획자를 대상으로 제작회의를 진행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소개 사전 원고를 작성하고 진행자는 작가연구 및 인터뷰 진행, 영상제작 기획 및 구성을 주도하는 방식이었다. 별도로 선정된 영상물 프로덕션 회사에서는 영상촬영 및 편집을 담당했다. 결과적으로 각 작가당 10~15분 내외로 편집된 영상물이 제작되었고 현재는 대구미술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 중이다. 이 영상물들은 대구미술작가 아카이브로도 축적되는 결과를 거두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코로나19의 위기가 미술관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가져다준 모범적 사례가 된 것이다. 이런 노력을 반영하듯 대구미술관의 온라인 PR 채널의 주요수치는 전년도 대비 모두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튜브에는 180개를 웃도는 콘텐츠가 장착되어 있고 조회 수는 4만여 회를 훨씬 웃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는 미술관에 의해 평균적으로 주 7회 정도 업데이트되는데 팔로우와 방문자 수가 11만 명을 넘는다. 미술관 홈페이지를 2020년 1~6월 사이에 접속한 방문자 수는 33만 명이다.

 

 

코로나19의 한복판을 대구에서 경험하면서 미술관의 휴관과 재개관, 새로운 전시와 프로그램 등에 관한 많은 인터뷰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지금 같은 위기의 시대에 왜 예술이냐?”이냐는 것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머릿속을 계속 맴돌던 화두 같은 질문이었다. 뮤지엄 종사자로서 방역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온라인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스스로에게도 계속해서 던지던 질문, “포스트코로나 시대, 예술의 역할은?” 수많은 예술가가 코로나19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본성, 자연과 환경의 남용, 인간의 미래 등에 대해 예술가들의 해법을 공유하는 기회가 거꾸로 우리에게 쥐어지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