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집] 코로나-19가 준 혼란,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②

김현경_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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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편, 그간 뮤지엄 접근성과 관련하여 현장의 노력에 비교해 부처 간의 이해 등으로 인해 해소되지 못했던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자면 최근 국립기관의 온라인 교육자료가 일선 교육 분야에서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장에서의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뮤지엄 교육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려는 노력은 뮤지엄 분야에서는 지속해서 이뤄져 왔다. 하지만 교육부 중심의 학교 교육과정과 ‘실질적’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뮤지엄 교육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은 업계에서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도 명시되어있듯이, 뮤지엄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교육’이며, 이에 대한 중요성은 더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제는 널리 알려져있다. 학교 교육이 비정상화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수준 높은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뮤지엄이 인식될 수 있었던 것도 이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이벤트로 끝낼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본보기 삼아 본격적으로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뮤지엄에 대하여 논할 때, 중요한 요소로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현장성’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 ‘언택트(Untact)’는 뮤지엄 공간에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간 이뤄진 ‘가상 뮤지엄’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일회성 이벤트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가상 뮤지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이를 홈페이지 등 온라인 플랫폼에 뮤지엄이 만든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아주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이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수준이다. 큰 노력과 예산을 들였음에도 공공에서 만들어지는 영상의 조회 수가 높지 못한 것은 그 영상의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장에서의 콘텐츠의 ‘질’의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을 잘못 이해한 데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최근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은 더는 책을 보지 않는 세대들을 위하여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고전문학을 일명 ‘인스타 노벨(Insta Novel)’이라 불리는 인스타그램용으로 재편집하여 해당 매체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e-book이라 불리는 전자책이 활성화되었음에도 굳이 책을 Insta Novel로 재편집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e-book이 기존의 종이책을 디지털 활자로 변환한 형태이지만 매체 활용방식에서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때, Insta Novel은 활자를 이미지로 편집하여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혀 다르다. e-book과는 별개로 뉴욕공립도서관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해당 콘텐츠에 대한 조회 수가 엄청난 것은 바로 책이 아닌 핸드폰을 보는데 익숙해진 모모세대(More mobile generation)에게 이와 같은 도서관 콘텐츠 제공의 변화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임을 증명하고 있다.

 

박물관 유튜브(YouTube) 채널의 ‘유물 언박싱’ 콘텐츠
박물관 유튜브(YouTube) 채널의 ‘유물 언박싱’ 콘텐츠

 

공공 박물관 유튜브(YouTube) 채널에서 공개된 콘텐츠 중 ‘유물 언박싱’의 키워드를 본 적이 있다. 이는 소위 요즘 유명한 유튜버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언박싱(Unboxing)’ 콘텐츠를 통해 뮤지엄의 콘텐츠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달랐다. 박스를 풀어 속에 있는 내용을 보여주고 정보를 주는 유물 상자 ‘언박싱’과 유명 유튜버들이 ‘언박싱’을 하는 이유는 다소 다르다. 그 상자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공개하는 과정을 통하여 나의 ‘소유욕’을 해소한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먹방과 마찬가지 매커니즘인 것이다. 유명 유튜버들이 ‘취향 또는 욕망의 공유’를 목적으로 언박싱 할 때 박물관 유물을 ‘언박싱’하여 유물해체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정보 제공 외에 큰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필자가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박물관이 언박싱 콘텐츠를 통해 과연 보는 시청자와 어떤 것을 ‘공유’ 또는 ‘공감’하고자 했는지 자못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따라가도록 영상을 설계했다면, 전시 영상이 단순히 현장 스케치와 같은 형식이 아닌, 적어도 그 영상을 보는 시간 동안 ‘현장’에 몰입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 높은’ 설명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 내용이 시청자에게 집중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

 

앞선 교육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미 ‘4차산업혁명’을 현장에 접근하려는 많은 시도를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도들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으려면, 이러한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뮤지엄의 주요 인력인 학예인력들은 소장품에 대한 전문지식과 이를 기획을 통하여 ‘현장성’에 최적화된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현재의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업무만으로도 매우 벅차다. AAM(미국박물관협회)에서 코로나-19에 대처 방안을 제시한 「Curatorial Dreaming in the Age of COVID-19 칼럼」에서 발견한 댓글을 보면, 비단 이러한 상황이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을 단 James Bryant는 “만약 다양성, 포용성 등의 주제가 현재 박물관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긴급한 문제들, 즉 건강, 안전, 지불능력, 보안, 직원 복지 등의 맥락에서 제시되었다면 이 기사가 더 유용할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의심의 여지 없이, 현재의 유행병은 혼란이다. 해석과 전시기획을 강조하는 것은 착취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AAM의 「Curatorial Dreaming in the Age of COVID-19 칼럼」에서 발견한 James Bryant의 댓글
AAM의 「Curatorial Dreaming in the Age of COVID-19 칼럼」에서 발견한 James Bryant의 댓글

 

이들이 ‘언택트’ 시대에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을 먼저 이해하는 외부의 도움이 있다면 좀 더 빠르게 그 변화가 우리에게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상황을 통하여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제작에 대한 인력을 박물관 현장에 충원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조심스럽게 현재의 혼란에 대한 이후의 상황 일명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책을 제안한다면, 필자는 두말없이 위에 말한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여건을 마련하여 박물관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꼽을 것이다. 이 ‘지속가능성’ 은 건물의 견고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언택트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박물관 환경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으로써 마련되는 것이다. ‘예약제’로 운영할 때, 관람객 행태를 이해하고 이들의 관리를 통합적 사고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역량 즉, 쌍방향의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더욱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량 등은 더는 부차적인 것이 아닌 뮤지엄 분야의 인력에게 새롭게 필요한 필수 역량이 될 것이며 이들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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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칼럼을 준비하면서(혹은 매우 매우 급하게 변화된 상황에 원고를 재정리하며) 이 혼란을 섣불리 ‘계기’로 해석하여 현장과는 동떨어진 내용을 담게 되지 않을까 많이 조심스러웠다. 이 자리를 빌려 ‘불확실한 시간’을 오롯이 버텨내고 있는 뮤지엄 현장의 모든 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혼란 속에서 우리의 상황을 명확히 알고 서로 연대하고, 혼란을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짧게나마 관련한 몇 가지 이슈를 짚어보았다.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 보여준 살신성인의 모습은 국민이 국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기에 충분하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신뢰가 해외 유수의 어떤 기사보다 더 높다는 얘기가 과장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K-방역을 통해 전 세계로부터 가장 부러운 나라가 되었던 것은 이와 같은 정부의 신뢰 있는 행동과 이를 믿고 따라준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뮤지엄 분야의 한사람으로서 뮤지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뢰 있는 앞장섬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앞장섬을 지지하는 현장의 목소리 역시 기대하고 싶다. 유네스코 문화부사무총장(Assistant Director-General for Culture of UNESCO)인 Ernesto Ottone이 한 말을 통해서 코로나-19에서의 뮤지엄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전 세계의 수백만의 사람들이 서로 뿔뿔히 흩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박물관들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Ernest Ottone, Assistant Director-General for Culture of UNESCO

 

 


 

※ 상기 칼럼은 작성일 기준으로 현재 상황과는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