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집] 코로나-19가 준 혼란,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①

김현경_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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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UNESCO)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Pandemic) 선언 이후 전 세계 90% 이상 약 60,000여 개의 뮤지엄이 잠정적인 휴관에 돌입하였다. 굳이 전 세계의 상황을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지난 2월 24일 다중이용 시설 가운데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휴관을 가장 먼저 발표 한 바 있다. 이러한 정부의 빠른 조치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다시 박물관·미술관(이하 뮤지엄)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었다.


 

 

위의 내용은 본 원고의 의뢰가 있었던 5월 초에 필자가 이 칼럼을 시작하고자 했던 서두의 말이었다. 이러한 시작과 함께 문화정책 분야에서 조심스럽지만,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코로나-19 이후의 상황, 즉 포스트 코로나에서의 뮤지엄의 변화에 대해서 함께 언급하고자 했다. 하지만, 운영 정상화를 기대했던 6월의 바로 코앞에서 정부는 수도권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함께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재휴관을 발표하였다(5월 29일 기준). 이쯤 되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에게 벌어진 상황이 ‘혼란’에서 ‘혼란 그 이상’임은 분명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시점’에서 뮤지엄에서의 현재와 같은 혼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포스트 코로나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 관련 AAM과 ICOM 누리집 페이지
코로나-19 관련 AAM과 ICOM 누리집 페이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또 주게 될 ‘혼란’에 대해서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에 본 칼럼은 필자가 짧게나마 수집한 현장의 목소리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을 비롯하여 미국박물관협회(AAM) 같은 해외 유수의 뮤지엄 협회들이 언급하고 있는 현재의 뮤지엄 분야의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이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월 말에 이뤄진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휴관 결정은 그 영향이 지자체 소속의 공립박물관·미술관은 물론 사립박물관·미술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음은 자명했다.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집합적 감염을 초기에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빠른 판단과 대처였지만, 그로 인하여 전염병 시국에 대다수의 박물관·미술관은 ‘공식’적인 방문 금지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 큰 타격을 받은 주체는 당연히 관람료를 통하여 운영의 일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사립박물관·미술관이었다. 관람 인원의 감소 또는 관람 인원의 없음은 곧 운영비 부족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문을 닫으면’ 되는 타 업종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뮤지엄은 ‘문이 닫혔을 때’ 더 많은 일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마치 매우 예민한 신생아를 안고 있는 인큐베이터(Incubator)와 같다. 인큐베이터는 신생아에게 가장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24시간 밤낮없이 열심히 돌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뮤지엄은 소장품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가장 우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24시간 밤낮없이 돌아가야 하며, 당연히 문을 닫아도 이에 해당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비용을 개인의 자비로 충당하고 있는 사립기관으로서는 운영에 가장 중요한 ‘관람료의 부재’가 주는 타격이 실로 클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이슈는 AAM(미국의 박물관 협회), AIM(영국독립박물관협회) 같은 해외 뮤지엄 관련 사이트에서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부정적인 영향과 이슈 중 1순위의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뮤지엄 ‘휴관’은 그 이후 발생 되는 이와 같은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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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외의 경우 해당 국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따라 뮤지엄 운영 방식이 전액 국고 지원이 아닌 경우가 다수이고 그에 따라 이와 같은 문제가 국내보다 더 크게 이슈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뮤지엄 분야의 상황이 해외와 다르다고 볼 수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발행하는 2019년도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전국 뮤지엄의 절반 가까이가 사립 운영 기관으로 2019년 국내 박물관과 미술관은 전체 1,139개 관이며, 이중 사립기관은 535개 관으로 전체 대비 약 47%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100%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공 뮤지엄과 같은 임무를 수행함에도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적어도 국가의 뮤지엄 환경을 고려하고 다양한 지원과 인증 및 평가 등을 주관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 기관들의 상황에 대한 대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뮤지엄 분야의 경우 설령 정부의 결정이 ‘국립’기관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도 대부분 중·대형 이상급의 뮤지엄인 이들의 움직임이 전체 뮤지엄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그러므로 더욱 이에 대한 고민은 해외만큼 국내에서도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할 것은 분명하다.

 

국가 전체로 봤을 때, 다중 이용시설 자제 권고 및 주요 문화시설의 휴관 조치 그중에서도 박물관·미술관이 가장 먼저 이뤄진 것은 매우 신속하고 적절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업계의 한 사람으로 이 상황을 지켜봤을 때, 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과연 현장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조율된 상황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몇몇 지인들에게 수소문하여 문의해본 결과 ‘혼란’ 그 자체였다는 공통된 의견이었다. 뮤지엄은 ‘문만 닫으면’ 되는 기관이 아니다. 앞선 소장품 관리 차원뿐 아니라 공공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최전선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을 닫을 때는 벌어지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며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코로나-19의 전파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지금 그 누구도 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대처가 모든 것을 고려하여 판단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관의 ‘휴관’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예측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엄의 기능은 명확하고 분명하며, 휴관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우리는 뮤지엄의 기능 수행에 대하여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으로 바로 휴관이라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이러한 시나리오의 기준은 현재 협회를 통해서 게시된 방역 지침과 함께 박물관을 위한 ‘운영 지침’이 있어야 한다.

 

이베르뮤즈(Ibermuseums)박물관플랫폼이 ‘팬데믹(Pandemic)시대의 박물관-혁신과 균형’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토론회를 한 화면
이베르뮤즈(Ibermuseums)박물관플랫폼이 ‘팬데믹(Pandemic)시대의 박물관-혁신과 균형’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토론회를 한 화면

 

칼럼을 준비하면서 연락드렸던 현장의 어느 선생님께서는 ‘눈치껏 알아서’라는 표현을 하셨다. 국립기관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눈치껏 알아차리고 본인이 속한 기관이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 2월 말 그 누구도 예측 못 한 혼란한 상황을 대처하기란 정부는 물론 모두가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2020년 상반기에도 막아내지 못한, 4개월 넘게 지속하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적어도 혼란을 잠재울 목소리가 분명히 있어야 하며, 그 목소리의 방향은 분명 주무부처와 협회 차원에서 먼저 가장 명확하게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의 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언급한 주무부처의 고민과 노력이 중요한 만큼, 그들이 정확한 정책적 판단과 빠른 대처를 위해서 현장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으로 사립기관과 협회는 현장의 이 혼란을 최대한 정확하게 많이 수집하여 주무부처에 알려야 한다. 해외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하여 관련 활동 지침 등을 지속하여 업데이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수집하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예술업계에 준 어려움을 함께 타개하기 위해 조직한 ‘ResiliArt’ 운동의 가장 첫 번째 주자가 뮤지엄 분야였던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siliArt란 Resilience(회복력/탄력성/복원력)와 Art(예술)의 합성어로 유네스코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ResiliArt 운동을 제안하였다. 목적은 “코로나-19가 예술계 및 예술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전 세계 예술인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가시화하여 정책결정자들에게 전달하며, 예술인들을 위한 각국의 정책과 재정적 메커니즘의 개발에 기여”함으로 하고 온라인 가상토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 이니셔티브(initiative)로 이루어진다. ResiliArt 운동의 첫 번째 활동으로,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이베르뮤즈(Ibermuseums)박물관이 플랫폼을 통해 ‘팬데믹(Pandemic)시대의 박물관-혁신과 균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혼란의 파장을 겪는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상황을 정책 결정권자들이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었을 때, 또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혼란에 대하여 사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의 잘못도, 현장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모른 채로 결정된 정책은 고스란히 현장의 어려움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장은 정확한 목소리를 내어 정부의 정책 추진이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협회를 중심으로 하여 실질적인 민관 협력의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이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상기 칼럼은 작성일 기준으로 현재 상황과는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