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관광의 중심이 되다 ②

김주연_신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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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은 지루한 곳인가?

우리는 뮤지엄을 어떤 곳으로 인식하는가? 역사적 유물과 작품을 보고 감탄하고 음미하는 귀중한 보물창고인가? 아니면, 고리타분한 과거의 흔적이나 취향이 고상한 사람들만을 위한 예술작품을 모아 놓은 지루한 곳인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응답자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뮤지엄은 대체로 학창시절에 단체관람으로 첫발을 딛게 되는 곳이며, 주입식의 역사교육을 목적으로 한 견학의 형태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다분히 강제적으로 출발한 경험이다. 그러니, 호기심을 가지고 전시물을 찬찬히 훑어보며 감상하는 법을 우리는 배우지 못한 게 아닐까? 그래서 뮤지엄에 대해 학생들이 역사를 공부하러 가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2018, 국립중앙박물관 인지도 조사), 뮤지엄에 대해 ‘불편하다’,‘지루하다’는 이미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에 자리한 것을 모르는 응답자의 비중도 41%로 나타났다. (국립중앙박물관 미방문객 대상 수도권 782명 대상 조사) 이 결과에 꽤 놀랐지만, 누구보다도 국립중앙박물관의 충격이 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뮤지엄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조사결과가 실제로 맞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더니 학생들의 10% 정도만이 방문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용산에 자리한 것을 모르고 있는 학생들도 대략 반 정도나 되었다. 대학생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나타난 수치이지만 보고서의 수치와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방문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대체로 중학교 시절에 단체방문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개별적으로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루하고 재미없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기하고 재밌는 곳들이 많은데, 고리타분한 박물관을 왜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뮤지엄 관계자들은 이 대목에서 적지 않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최근의 뮤지엄은 전시 이외에 다채로운 이벤트나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뮤지엄의 본질은 역사적 유물이나 미술품을 보러 가는 정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어 직접적이며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여전히 지루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낯선 관광지에서 뮤지엄은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뮤지엄이 지루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있는 뮤지엄에 호기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도 해외여행을 가서는 그 나라나 지역의 뮤지엄은 방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앞의 조사결과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지 않은 응답자의 70%가 해외여행 시 그 나라의 뮤지엄을 방문한다고 하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관광에서 뮤지엄의 중요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일상적인 곳에서의 뮤지엄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지만, 낯선 곳에서의 뮤지엄은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 갔을 때 보이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느낀다. 여행지에서의 대수롭지 않은 풍경도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어대는데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관심 두지 않았을 그 어떤 것도 여행지에서는 몰입하게 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여행지의 모든 것에 호기심과 관심을 지닌 관광객에게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뮤지엄은 필수적으로 방문해야 할 관광지가 되고, 더구나 그 뮤지엄의 명성이 높은 경우에는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목적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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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루브르뮤지엄에서의 하룻밤

파리의 루브르뮤지엄(Musée du Louvre)은 세계 3대 뮤지엄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가장 높은 뮤지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이 뮤지엄은 2018년에 1,02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한 혼잡을 줄이기 위해 방문객 수를 줄이는 노력을 하여 2019년에는 960만 명으로 줄였을 정도이다. 관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방문객 수를 줄이는 노력을 할 정도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루브르뮤지엄에서는 지난해 특별한 이벤트를 실시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루브르뮤지엄의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년을 기념하여 숙박공유 기업 에어비앤비(Air B&B)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명을 선정하여 루브르뮤지엄 피라미드 아래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이다. 선정된 고객은 동반자와 함께 VIP 가이드 안내에 따라 박물관을 관람하고 모나리자 그림을 감상하며 식전주를 마시고, 비너스여신상 앞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나폴레옹 3세의 처소로 옮겨 어쿠스틱 콘서트를 즐겼다. 마지막으로는 루브르뮤지엄의 상징인 유리 피라미드 천장 아래 마련한 작은 유리 피라미드 침대에서 파리의 밤을 즐기며 잠을 자는 꿈같은 경험을 한 것이다.

 

이 이벤트는 뮤지엄이 관람객과 소통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시하면서 루브르뮤지엄이 다시금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 특별한 경험의 주인공은 선정자와 그 남자친구로 단 2명이었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이들이 경험한 것을 자기화하여 상상해보고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이로 인해 뮤지엄이 고리타분한 곳이 아니라 로맨틱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루브르뮤지엄 운영자가 뮤지엄은 엄숙한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러한 이벤트를 개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뮤지엄은 콧대 높은 자세로 방문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동안의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관람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화가 뭉크의 그림은 뮤지엄이 아닌 오슬로공항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것도 몇 달이 아니라 무려 10년 동안 작품을 바꿔가며 전시하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편하고 친숙하게 뮤지엄을 일상에서 접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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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뮤지엄, 친근한 뮤지엄

뮤지엄은 역사적 유물이나 미술품을 잘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는 의무도 있으나, 전시물을 감상해 줄 관람객이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그런 이유로 방문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진다. 뮤지엄은 관람객을 분석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나아가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때로는 감동을 주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뮤지엄에게 영화같은 자극적인 재미와 즐거움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에게 조금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유물이나 미술품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며 지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에 담긴 역사적인 이야기에 동감하며 자신을 반추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침묵을 배경으로 유물과 대화를 통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색다른 경험을 가질 수도 있다. 국립춘천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특별전시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투박한 모습의 나한상은 지친 현대인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었는데 방문객들은 나한의 다양한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친근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선정에 든 나한’의 평안한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마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 나한상을 찍은 사진을 자주 들여다본다는 관람객도 있었다. 유물과의 소통을 통한 치유가 이루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관람객의 이러한 교감을 끌어내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뮤지엄은 방문객들에게 귀중한 보물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