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관광의 중심이 되다 ①

김주연_신한대학교 교수

 

Ⓒ 김주연
두바이뮤지엄 Ⓒ 김주연

 

소박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두바이뮤지엄

 

필자는 지난 1월 두바이뮤지엄(Dubai Museum)을 방문했었다. 원래 요새(要塞)로 사용하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석유 발견 전 생활문화에서 두바이의 오늘날까지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두바이의 발전과정을 제시하며 아랍 사람들이 살아온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다.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모형을 통해 석유를 발견하기 이전에 아랍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아랍인들이 쉬면서 커피를 즐기고, 코란을 공부하거나 기도하는 모습, 목수의 일상, 사막에서 저녁을 보내는 모습 그리고 그 시대 서식했던 야생동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그들의 전통모습을 보며 만약 이들과 함께 사막에서 저녁을 맞는다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의 전시이겠지만, 사막을 경험하지 못한 다른 문화권의 방문객에게는 영화나 TV 속에서나 보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뮤지엄의 규모는 크지 않았고, 전시시설도 소박했지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뮤지엄이 지닌 가치는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는 그 지역, 그 시대의 삶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가장 빛난다. 우리는 유물에 담긴 과거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전시물과 연관된 이야기를 어떠한 형태로 전달하느냐는 관람객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바이뮤지엄은 규모가 작고 전시물도 소박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충분했다고 여겨졌다.

 

Ⓒ 김주연
루브르 아부다비 전경 Ⓒ 김주연

 

너무나 세련된 루브르 아부다비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수도는 두바이(Dubai)가 아닌 아부다비(Abu Dhabi)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건물이 즐비한 두바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도시인 아부다비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명성의 뮤지엄을 유치에 힘을 쏟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17년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를 개관하였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레이트 여행을 계획사면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아무래도 루브르라는 이름 때문이다. 사막 위에 엄청난 자본을 쏟아 도시를 만들어낸 이곳에 루브르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 여행자의 관점에서 너무나도 신선하고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1조 3천억 원이라는 입이 떡 벌어질 금액을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 지급하고 30년간 전시물을 대여하고 운영에 대한 조언을 받기로 했다.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치르고 도대체 어떤 전시물들을 가져 왔을지가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페르시아 만 바다 옆에 자리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단층건물의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의 세련된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물관 입구 루브르 아부다비라고 적힌 벽에서는 관람객들이 소위 인증샷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얀색 벽은 관람객의 모습이 도드라지게 나타나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존이었다. 마치 시상식에 온 연예인이 기자 앞에서 사진을 찍는 듯한 영리한 설정이다. 뮤지엄 건물 앞에서는 아랍 전통복장인 하얀 원피스 칸도라(Kandora)를 입은 남성 두 명이 아랍식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작은 종이컵에 따라 준 커피 한 잔은 관광객에게 루브르 아부다비를 넘어 아부다비, 아랍에미레이트에 대한 긍적적인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아랍 전통복장인 하얀 원피스 칸도라(Kandora)를 입은 남성 두 명이 아랍식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 김주연
아랍 전통복장인 하얀 원피스 칸도라(Kandora)를 입은 남성 두 명이 아랍식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 김주연

 

뮤지엄을 입장하여 키오스크(KIOSK)에서 셀프-티켓팅(Self-Ticketing)을 하면서 관광객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티켓팅을 위해서는 꽤 많은 항목의 방문객 정보 입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구매자의 이름, 성별, 나이, 국적, 이메일 등 기본적인 정보를 다 입력하게 하는데 이렇게까지 자세한 정보를 수집해서 마케팅자료로 사용할 것이므로 나에게 어떤 내용의 이메일이 올지도 기대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뮤지엄을에 방문하는 관광객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마케팅에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가능하다면 개별 관광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전시나 공연이 있는지 맞춤형으로 알려준다면 바쁜 현대인들이 더욱 자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2만 원에 가까운 금액인데 일부 특별전시를 제외하며 입장료가 무료인 우리나라의 대다수 뮤지엄이 관광객에게 얼마나 큰 혜택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입장료가 무료인 만큼 뮤지엄은 입장료 대신 방문객의 정보를 입력하게 하여 홍보 마케팅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티켓팅을 하고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하기 전에 카페테리아로 향했는데 홀에서 바다가 정면에 보이는 멋진 풍경이 나타났다. 카페테리아는 하얀 벽과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고, 널찍한 공간이 페르시아 바다 위 고급 요트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최근 국내 뮤지엄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특색있는 환경에서 제공하여 만족도를 높이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 뮤지엄 자체의 건축이다. 빛이 새어 들어오는 얽히고설킨 천장은 야자수가 엇갈려 사막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에서 착안하여 구조물을 8겹으로 만들어 자연광을 시간마다 다른 느낌으로 투시한다. 천장 자체가 햇빛의 약 1.8%만 투과하도록 설계하여 내부를 뜨거운 사막의 열기로부터 보호하고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수상자인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뮤지엄으로 만들기 위해 둑을 막아서 공사를 한 후 이 둑을 무너뜨려 다시 바닷물을 들어오게 했다. 그래서 전시공간을 나오면 어디서든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박물관 건물 자체의 세련됨이나 쾌적함은 훌륭했지만, 전시물에 있어서는 몇몇 인상적인 유물을 빼놓으면 파리의 루브르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규모였다. 다만, 특별전시가 인상적이었는데 「10,000 years of Luxury」라는 제목의 전시로 아랍에미레이트의 주요 수출품인 진주 장식품과 각종 보석, 중세시대 귀족의 드레스와 샤넬(Chanel), 루이비통(Louis Vuitton) 등 현대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함께 전시하여 사치품을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한 전시였다. 화려한 색과 문양의 귀족 여성이 입었을 드레스와 화려한 장신구는 특히 여성 방문객들의 관심과 탄성의 대상이었다.

 

Ⓒ Louvre Abu Dhabi, Photography: Mohamed Somji
Ⓒ Louvre Abu Dhabi, Photography: Mohamed Somji

 

이 전시는 한 마디로 유럽 귀족의 명품과 아랍에미레이트 귀족의 명품 전시로 자신들의 명품과 유럽의 명품을 대등한 위치에 놓고 현대 사치품과의 연계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 전시는 너무나 아랍에미레이트다운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력은 있지만, 역사 문화적인 자원이 부족한 이들의 콤플렉스를 만회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세계적인 박물관인 루브르를 유치하고 이러한 전시를 통해 그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느껴졌다. 루브르 아부다비 근처에는 구겐하임 미술관(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이 중동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지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아랍에미레이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국가 정책적으로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짓는데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자원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아랍국가들의 뮤지엄은의 특징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독특한 랜드마크 건축물로 관광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이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던 두바이뮤지엄과 세련된 건축물과 화려한 전시물에 감탄은 있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 루브르 아부다비. 두 개의 뮤지엄은 극명히 대조되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뮤지엄 건물이나 공간은 인상적이었으나 이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전시에 더 신경을 썼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에 소박한 규모의 두바이뮤지엄에서 인형으로 전시된 사막에서의 생활모습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친근한 형태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가 풍부한 아야소피아박물관

 

Ⓒ Müzekart
Ⓒ Müzekart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박물관(Istanbul Ayasofya Museum)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스탄불은 동로마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었던 로마시대의 대표적 유적지이며,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로마시대의 문화 유적지가 있는 도시이다. 360년 비잔틴제국시대에 최초로 세워진 아야소피아성당은 화재로 소실된 후 동로마제국시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인 532년부터 5년에 걸친 공사로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석재들을 이용해 화려하게 건축되었으며,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성당이었다. 중앙 돔은 지름 31m, 높이 56m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이다. 이 화려한 성당은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정복당하게 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었다.

 

이슬람의 정복자들은 성당을 모스크로 바꾸기 위해 내부의 모자이크화를 회벽으로 칠하고 코란의 문자로 덮었다. 500년이 지난 이후에 터키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곳을 뮤지엄으로 바꾸면서 원래의 성당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복원한 모자이크화와 코란의 문자들을 통해 가톨릭과 이슬람의 역사를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서 장구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곳곳에 배치한 성화에 담긴 로마역사와 교황과 황제에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이곳은 건축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지름보다 훨씬 긴 높이로 지어진 중앙 돔 내부의 성화는 마치 천국의 모습과 같은 느낌을 주며 훤히 트여 있어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되어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빛이 내리는 것 같다.

 

뮤지엄의 스토리텔러 도슨트의 역할

 

내부의 벽 기둥에 찍힌 천사의 손자국 Ⓒ 김주연
내부의 벽 기둥에 찍힌 천사의 손자국 Ⓒ 김주연

 

아야소피아박물관은 공간 자체도 훌륭했지만, 친절한 도슨트의 안내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한국어가 능숙한 터키인 도슨트는 수신기를 통해 박물관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해주며 사진 찍기보다도 자신의 눈으로 감상하라는 주문과 함께 바깥쪽 복도에서 돔의 중앙지점까지 가는 동안 바닥만 보며 걷다가 중앙에 다다라서야 돔을 바라보게 하는 등 섬세한 동선 안내를 하며 관람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내부의 기둥에 얽힌 이야기 중에도 흥미로운 것들이 있었는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두통이 있었는데 이 기둥에 머리를 대고 나서 두통이 나아서 아픈 곳을 대면 낫는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기둥에 아픈 곳이 낫기를 기원하거나 소원을 비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많은 관람객이 만져서 청동판을 덧대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이 청동판 구멍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한 바퀴를 돌리며 소원을 기원했다. 그리고 어떤 기둥의 윗부분에는 마치 손가락 자국 같은 형태가 있었는데, 이것은 이 성당을 만드는 걸 도와줬던 천사의 손자국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풍성한 이야기는 관람객이 뮤지엄 관람에 있어 더욱 흥미롭고 깊은 인상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청동판 안내 손가락을 넣어 돌리며 소원을 비는 기둥 내부의 벽 기둥에 찍힌 천사의 손자국 Ⓒ 김주연
청동판 안내 손가락을 넣어 돌리며 소원을 비는 기둥 내부의 벽 기둥에 찍힌 천사의 손자국 Ⓒ 김주연

 

곳곳에 얽힌 역사적 혹은 신화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공간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중앙 돔까지 바닥을 보며 걸어가다 중앙에 이르러 천장의 성화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오랫동안 잊기 힘든 순간이 될 것이다. 아마 안내서를 들고 혼자서 관람했다면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뮤지엄에서 도슨트의 세심한 안내 해설은 관람객에게 감동까지 줄 수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정보기기를 활용한 안내방법이 뮤지엄에 활용되고 있으나, 사람을 통한 안내만큼 흥미와 감동을 전달하기는 아직은 어렵다고 본다. 뮤지엄 관람의 경험을 보다 인상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심한 해설의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흥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더한다면 관람객을 몰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뮤지엄일수록 관람객들은 더욱 선호할 것이다. 뮤지엄을 흥미롭고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스토리텔러인 도슨트의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체계적으로 지원을 통해 이들의 역량을 발전시킨다면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호에서 <뮤지엄, 관광의 중심이 되다 ②>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