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 :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를 보다 ②

조은경_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기획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방문한 북측 응원단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방문한 북측 응원단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마지막으로 남북문화재교류협력의 또 다른 특성은 바로 연계와 확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공동발굴조사가 2007년에 시작되었다고 말했지만, 실제 이 사업은 2005년 개성에서 개최되었던 ‘개성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남북공동 학술토론회 및 유적 답사’(2005.11.18.~21)가 시작이다. 학술대회는 남북 학자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는 전문가들의 학술교류로 볼 수 있는데 당시의 학술대회는 북한이 개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측의 지원 협력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었고 이 대회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류협력의 목적으로 남북공동발굴조사가 제안된 것이었다. 이렇게 학술대회가 공동발굴조사로 이어졌고 공동발굴조사는 다시 학술회의와 전시회로 이어졌다. 조사연구 성과를 관계전문가와 일반에 공개하는 학술회의는 학계 분위기를 환기하고 후속 과제와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속성을 갖는다. 또한, 남북공동으로 조사결과보고서의 발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학술회의는 현장조사의 최신성과를 정리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를 한 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2019년 1월에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신라왕경에서 고려 개경으로-월성과 만월대->를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통시적으로 신라와 고려의 도성과 궁성을 살펴보는 기획은 연구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조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2개 도성의 모습과 이의 연결고리를 모색하는 시도는 색다른 접근으로 평가받았다. 2019년 11월에는 <고려도성 개경(開京) 궁성 만월대(滿月臺)>를 주제로 제8차 조사성과를 포함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조사성과 학술회의를 통해 관련 연구자들의 주제발표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학술회의는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뿐 아니라 언론 보도와 참석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할 기회로 활용된다. 향후 남북공동학술회의가 남과 북에서 열리는 것을 기대해본다.

 

개성 고려박물관(성균관)에서 열린 남북공동 개성 만월대 출토유물전시회에 참석한 남측 인사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개성 고려박물관(성균관)에서 열린 남북공동 개성 만월대 출토유물전시회에 참석한 남측 인사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한편, 전시회는 국민이 더욱 쉽게 개성 만월대와 남북교류협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5년 10월에는 제1~7차까지의 조사성과를 토대로, 광복 70주년과 6.15 공동선언 15돌을 기념하여 서울 고궁박물관에서는 「남북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이, 개성 고려박물관(성균관)에서는 「남북공동 개성 만월대 출토유물전시회와 학술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특별전에서는 현지 조사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의 체험 관람과 3D 프린팅을 활용하여 제작된 유물의 복제품이 전시되었다. 서울의 전시회에 북측 인사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개성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남측 각계각층 인사 500여 명이 방북하여 전시회를 관람하고 만월대 현장을 방문했다. 물론 여전히 제한성을 가지고 있지만, 전시회는 더욱 대규모로 직접 접촉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파급력이 높은 방법론으로 제시될 수 있다. 2018년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고려건국 1100년, 고려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평창특별전」이 개최되었다. 이 특별전은 남측 단독으로 개최한 것이기는 하였지만 우리 국민뿐 아니라 평창을 방문했던 북측 응원단 250여 명이 관람하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일반 대중에게 남북교류협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는 의미가 남다르다.

 

한편 2019년 11월에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이라는 주제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성과전시회가 있었는데, 2018년 제8차 조사의 성과를 공개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만월대에서 출토된 금속활자 6점의 복제품을 공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울 정동의 덕수궁 선원전(璿源殿) 터에서 열린 이 전시는 장대한 규모나 화려한 연출보다는 인근의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쉽게 접근하고 어렵지 않게 개성 만월대의 남북공동 조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친연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또한, 처음부터 이동식 순환전시 개념을 도입, 전시공간과 시설을 설계하여 올해 인천, 파주, 광명, 경주 등의 여러 도시의 박물관이 아닌 장소에서 순회전시로 열릴 예정이다. 역시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 남북교류협력이나 북한에 있는 고려 궁궐유적의 생소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과 6.15 공동선언 15돌을 기념하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의 전시 모습.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광복 70주년과 6.15 공동선언 15돌을 기념하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남북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의 전시 모습.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밖에 아카이브 구축을 통한 기록자료의 공개 역시 남북교류협력의 확장성으로 언급될 수 있다. 최초 조사 때부터 현장에는 전문사진작가와 영상감독들이 참여하여 유구와 유물을 기록하고 이 못지않게 조사단의 활동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10여 년간의 기록이 2회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하였는데 이밖에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을 통한 활용도 점점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장기간 추진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고려하여 많은 양의 유적과 유물, 공동조사단의 활동, 다양한 행사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 영상물, 도면 등 조사데이터 등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시스템의 구축과 이의 유지관리는 향후 그 중요성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남북교류협력의 의의를 말할 때 흔히 ‘민족동질성의 회복’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 사용되는데, 이는 실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8조 ①항에 등장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제8조(민족동질성의 회복) ①정부는 사회문화분야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함으로써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도록 노력한다.

 

법에 언급되는 것을 보니 역시 모호한 개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조사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남과 북의 사람들, 공동조사단, 그리고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든 사람의 노력이 있기에 남북문화재 교류협력이야말로 이 모호한 개념을 실감하는데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적절하며 또한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앞으로도 추진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