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의 문화유산 보존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박물관의 역할 ②

김병연_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사무관

 

DR콩고국립박물관 외부
DR콩고국립박물관 외부

 

문화유산의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UNESCO, ICPRCP, INTERPOL(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의 국제기구를 비롯해 각국의 정부 기관, 시민사회, 사회단체 등 다양하게 전개되었으나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ICOM(국제박물관협의회)이다. ICOM은 비영리적이고 윤리적 기관으로서 박물관의 역할과 위상에 주목했다. 특히 나치에 의해 약탈당한 유대인 예술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998년 워싱턴회의’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 박물관들이 소유권 분쟁에 따른 소송에 휘말리면서 대안 마련이 시급했다.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승자와 패자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했다.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진행된 24차 ICOM 총회
2004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진행된 24차 ICOM 총회

 

ICOM의 선택은 2004년 10월 8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24차 ICOM 총회>에서 시작되었다. 서울 총회에서 각 박물관은 소송 이외의 ‘대안적 분쟁 해결’(ADR)을 위한 제도 마련을 요청했다. 2010년 마콘데 가면(Makondé Mask) 사건에 ICOM이 조력자로 나서 해결하면서 ICOM의 ADR 마련은 탄력을 받았다. 이 사건은 1984년에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탄자니아국립박물관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마콘데 가면을 비롯해 16점의 예술품이 도난당했다. 1985년에 스위스 제노바에 있는 바르비에르 뮐러 박물관(Barbier-Mueller Museum)이 마콘데 가면을 구매로 취득하였고 관련 사실이 1990년에 공개되면서 논쟁이 발생했다. 바르비에르 뮐러 박물관은 선의로 취득하여 법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 ICOM의 조력을 받아 해당 문화재를 탄자니아국립박물관으로 반환했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ICOM은 WIPO(세계지식재산권기구)와 함께 2011년 5월에 ‘예술품과 문화유산에 대한 중개 프로그램’(The Art and Cultural Heritage Mediation Program)을 수립했다.

 

이 ICOM-WIPO 중개 프로그램은 소송의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를 비롯한 제3세계의 박물관에게 더 유익했다. ICOM의 이러한 노력은 무엇보다도 ‘ICOM 박물관 윤리강령’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ICOM 윤리강령은 박물관이 지켜야 할 윤리 성명서로서 바람직한 업무 활동에 대해 지침 역할을 한다. 198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제15차 총회에서 채택되어 2004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21차 총회에서 최종 개정된 것이다. 박물관으로 하여금 그들이 봉사하는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박물관 소장품이 유래한 국가나 지역, 민족, 지역과도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저개발국가에서 유래한 소장품이 있는 박물관의 경우 ICOM 윤리강령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국제교류의 장이 될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박물관의 노력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저개발국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직접 이바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이다. 공적개발원조는 저개발국의 빈곤 감소와 삶의 질 향상,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 인도주의 실현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는 총 3조 4,268억 원 규모로 양자 무상(1조 5,900억 원), 양자 유상(1조 1,849억 원), 다자(6,519억 원) 등 1,551개 사업이다. 문화유산 분야의 공적개발원조는 외교부(한국국제교류재단)와 문화재청이 협업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DR콩고국립박물관 개관식 테이프 커팅
DR콩고국립박물관 개관식 테이프 커팅

 

외교부의 대표 사업은 DR콩고국립박물관(MNRDC, Musée National de la RDC) 건립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1년 7월 전 DR콩고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통해 계획되었고, 수도 킨샤샤(Kinshasa)에 2016년 7월에 착공하여 콩고 전통 가옥의 만듦새를 반영하여 연 면적 6421㎡ 규모로 건축되었다. 지난 2019년 11월 23일 양국의 정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이 개최되었다. DR콩고국립박물관은 우리나라가 제3세계 지역에서 실시한 한국 최초의 문화원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DR콩고의 원래 명칭은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당시부터 자이레(Zaire)였으나 1999부터 2001년까지 2차례나 내전을 겪으면서 로랑 카빌라 정권이 현재의 국가명칭으로 바꾼 것이다. DR콩고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식민지 시절에 국가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재들이 이미 외부로 반출된 상황이었고, 특히 200여 개 종족으로 구성되어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 필요했다. 이것은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이 문화기관으로서 접근과 향유의 보장, 지역사회의 봉사자 역할뿐만 아니라 국가 정체성 확립이라는 국가 목적을 반영할 필요를 반증한다. DR콩고국립박물관은 문화재 보존과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전통 문화유산의 가치를 증진하게 시키며 국민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부와 달리 문화재청의 공적개발원조는 다양한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다. 수원국(受援國)을 신남방(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파키스탄)과 신북방(우즈베키스탄, 몽골)으로 구분하여 문화유산의 관점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지원한다. 라오스 홍낭시다 사원(Hong Nang Sida temple) 보존·복원(‘13~), 미얀마 바간(Bagan) 지진피해복구사업(’15~), 캄보디아 프레아피투 사원(Preah Pithu temple) 보존·복원(’19~) 등은 현지에서 훼손된 종교 사원을 복구하고, 지속 가능한 보존이 될 수 있도록 인력 양성, 전문기관 역량 강화 등을 병행한다.

 

신북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우즈베키스탄 사업은 경제개발뿐만 아니라 고대 한국과 사마르칸트(Samarkand)의 국제교류 역사를 복원하는데 부차적인 목적이 있다. 사마르칸트는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왕조, 알렉산더의 원정, 투르크, 중국, 이슬람 등 여러 세력의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도시로 성장했다. 특히 7세기 후반 조성된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Afrosiab Palacial Mural)에는 바르후만(Varxuman) 왕을 알현하는 12명의 외국 사절단 행렬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중에는 머리에 깃털이 있는 조우관을 쓰고 둥근 고리가 달린 환두대도를 차고 있는 두 명의 고구려인이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아프로시압 궁전벽화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지난 1,400년 간 우호적 역사 관계를 상징한다. 2019년 4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였고, 이를 계기로 4월 20일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문화재청과 우즈베키스탄 과학아카데미는 ‘한-우즈베키스탄 문화유산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사마르칸트 유적 보존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재인대통령 아프로시압박물관 방문
문재인대통령 아프로시압박물관 방문

 

선진국과 저개발국 간의 남북문제는 지난 100년간의 역사적 부침이 있었다. 천연자원의 국유화 문제는 지난 한 갈등과정을 겪으면서 이루어졌고 민족자결권을 비롯해 원주민의 권리를 인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 측면에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모부투 대통령의 이니셔티브(initiative)와 2008년 서울선언문은 식민지배 당시 문화재 약탈의 참혹함과 부당함을 지적하고 기원국으로의 반환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물관은 역사교육의 현장인 동시에 국가 정체성의 보고이다. ICOM은 문화재 반환에 대한 중개(mediation) 절차를 마련하여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박물관의 윤리적 역할을 강화했다. 우리 정부는 DR콩고국립박물관, 아프로시압박물관 등 저개발국의 박물관을 지원하여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문화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그것은 영화 기생충에서 제기된 격차사회의 갈등을 포용한 것으로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우스(Polybius)가 말한 ‘다른 나라의 불행으로 너의 나라를 장식하지 말라’는 격언을 정의로써 실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