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중심을 꿈꾸는 박물관 ②

이한용_전곡선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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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선사박물관의 사례

전곡선사박물관의 건립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재 보존 운동의 결실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모범사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유적이 발굴되지만 결국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되거나 도로 아스팔트 포장 밑으로 쑤셔박히는 요즘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국가가 천억대의 예산을 투여하여 전곡리유적 내 개인소유 토지를 완전히 매입하고 거기에 다시 경기도가 500억이 넘는 예산으로 박물관을 신축하여 23만평 의 전곡리유적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고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곡선사박물관을 상징하는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프랑스의 생 타슐 지방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하여 그 지명을 따서 아슐리안 주먹도끼로 불리는 전기구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1978년 한탄강변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인도를 기준으로 한 동쪽 즉 동아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는 모비우스 교수의 학설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아시아의 동쪽 끝 대한민국의 한탄강변, 연천군 전곡리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들로 인해 당시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소위 세계구석기문화이원론은 그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세계구석기 연구의 흐름이 전곡리유적의 발견으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건립사업은 발굴 초기에 현장 작업을 지휘하고 미국에서 체계적으로 구석기 공부를 마친 배기동 교수(현 국립중앙박물관장)가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로 부임하면서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보내준 격려금으로 지은 발굴 현장사무소를 수리하여 자그마한 유적박물관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였던 199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10평 정도 되는 건물의 반쪽을 수리하여 꾸민 소박한 박물관이었으나 당시 언론에 크게 소개될 정도였으니 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의 초창기 유적박물관 중의 하나일 것이다. 1993년 가을, 이 전곡리 유적관을 개관하면서 개관기념 행사로 작은 축제를 개최하였다. 약 200여 명 정도가 모여 석기를 만들어보고 돼지도살체험을 한, 소박하지만 의미 있었던 이 행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대중고고학프로그램의 시작이었으며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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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리 유적의 발견과 발굴조사, 전곡리유적관의 개관행사로 시작된 전곡리 구석기 축제를 통해 지역사회와 대중의 관심이 차곡차곡 쌓여서, 마침내 2011년 4월 25일 전곡선사박물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200여 명이 모여서 시작한 구석기 축제는 2020년에 28회째를 맞게 되었고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축제가 되었다. 허름한 창고를 개조해 시작된 전곡리 유적관은 초현대식의 전곡선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하였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이 되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건립과정은 지역 내 문화유적의 보존과 활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문화중심지로서의 뮤지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포용과 혁신의 지역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0~2024)’을 발표했다. 이번 제2차 기본계획에서는 중앙 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 유관 기관 단체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 계획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혜자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전략이 핵심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실행정책 중에서 박물관과 관련되어 눈에 띄는 대목은 문화기반 시설 건립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노후화된 문화기반 시설을 재보수하고 서비스를 내실화한다는 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공립 및 사립박물관 중 상당수는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서 이번 문체부의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핵심 추진과제 속에 공사립박물관의 사회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들이 우선하여 시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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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박물관들은 이미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박물관이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그 노력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물관은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사회적 공공자본의 투자를 통해서만 궁극적인 활성화가 가능한 공공문화시설이다. 인구의 노령화, 저출산 등으로 야기되는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다시 여기에서 비롯되는 사회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지역으로 양분하는 이른바 지역 불균형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지역 불균형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인식에는 모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지역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문화적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일 것이다. 문화적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사회적 노력의 과정에서 박물관은 박물관에 맡겨질 지역문화진흥을 통한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도 전국 각지의 박물관들은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변화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중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