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밖에서, 뮤지엄 수다

권남희_뮤지엄교육연구소 대표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입구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입구

 

오랜 시간 동안 뮤지엄 현장 안팎에서 경험하고 있는 필자와 가까운 지인들과 뮤지엄에 대해 가볍지만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칼럼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수다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첫 번째 수다 : 여기가 뮤지엄? 근무 때문에 애를 데리고 주말에 뮤지엄에 갈 수가 없었지…….. 그런데 딸이랑 오랜만에 갔다가 깜짝 놀랬잖아! 전시장 양옆으로 쫘악~~ 너무 많더라! 여기가 뮤지엄 맞나 했어!”

주말이나 방학이면 국립중앙박물관 특정 시간대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솔자와 함께 손을 잡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아이들, 수업을 끝내고 줄지어 나오는 자녀를 기다리는 보호자들이 모여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풍경은 마치 공항의 풍경과도 같다. 전시실에서 전시품을 관찰하고, 전시실 내외에 모여 앉아 있는 모습에서 ‘뮤지엄은 역시 살아있는 교육의 장’임을 증명해 주는 모습인가 싶다가도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교육열로 읽히기도 한다.

 

전시장 내 관람 모습
전시장 내 관람 모습

 

초등학생에게 가장 인기가 많아 보이는 이러한 체험학습 형태는 언제부터인가 뮤지엄 관람 풍경에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고, 관람객 수 집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뮤지엄의 예약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고, 일부 뮤지엄에서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시간이나 학습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뮤지엄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사설단체’로 불리며, 때로는 중요한 관람객이자 다른 관람객이 제기하는 민원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체관람객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뮤지엄 교육이 학교 교육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이 현상에는 규모가 있는 국·공립관과 유명 전시품을 펼치고 있는 일부 뮤지엄에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도 숨겨져 있다.

 

두 번째 수다 : 스타 도슨트(Docent) 시대  그 도슨트! 들어봤어요?”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에 대한 정보를 나누다 보면,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관람객들의 반응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전시장에서 ‘사진찍기’가 중요한 관람의 방법이 된지는 오래되었고, 전시의 파급력을 위해 이 현상을 더 지지하고 유도하는 전시도 적지 않다. 때로는 특정전시에서는 도슨트(Docent)가 화제가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해설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시해설을 듣고 있는 관람객들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전시해설을 들었던 때이다. “아까 그 도슨트! 그림에서 나온 것 같지 않아?” 우리는 그날 보았던 전시품보다 도슨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전시품의 시기와 잘 맞는 스타일로 보였던 도슨트는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었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맥을 함께하며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또 일부 전시에서는 도슨트 들으러 전시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스타 도스트’를 정면으로 내세워 홍보하기도 한다. 이들의 활동에도 관심이 간다. 스타 도슨트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자체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자원봉사자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도슨트’를 하나의 직업 세계로 끌어올렸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대중의 관심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선두에서 작품을 보는 시선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 수다 : 가족 구성원이 변하고 있는데……“가족 프로그램이 가장 어려워!”

대부분의 뮤지엄에서 교육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은 교육 인원을 수용하는 것은 학교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학교단체의 경우 교과과정과 연계해 교사의 영향력이 크다면, 가족은 그들만의 취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가족프로그램 참여 가족
국립중앙박물관 가족프로그램 참여 가족

 

뮤지엄 현장에서 다양한 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던 필자의 경험으로 동료들과 내린 결론은 ‘가족 프로그램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었다. 뮤지엄에서 교육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의 손길에 도움을 받아 수월했다고 인식하기도 했다. 아이들만 교육실에 들여보내려는 부모도 있었고, 부모는 밖에서 기다리는 역할이라 생각했던 가족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의 열정적인 참여가 눈에 띄는 가족이 점차 많아지고, 부모의 역할이 ‘아이 학습의 조력자 역할로만 끝나야 하나?’라는 물음이 시작되었다. 또한 ‘가족’으로 제시된 프로그램은 ‘꼭 아이가 있어야 하나?’, ‘한부모 가족은?’라는 물음으로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가족 프로그램은 아이의 연령을 제한하고,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가 있어야 가족 교육프로그램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제한은 교육의 목표에 따른 것인데 계속 현장에서 부딪치고 있다. 재미교포인데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모녀가 가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가족, 나는 1인 가족이어서 혼자 왔다는 한 여성까지 실제 현장에서 경험했던 부분이다. 뮤지엄은 많은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여전히 관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족’을 그렇게만 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변화하고 있는 가족 구성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최근 여러 뮤지엄에서는 교육프로그램 참가대상이 ‘누구나’인 것이 눈에 띈다. 참여로 만들어가야 할 뮤지엄에게 ‘누구나’라는 말은 너무 매력적이다. 그러나 교육은 분명한 목표에 따라 대상을 한정해야 함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가족’이라는 대상은 어디까지이며 그들은 뮤지엄에 무엇을 기대할까? 가족프로그램은 어렵다.

 

S 복합쇼핑몰, 반려견 위생봉투함 비치 현황
S 복합쇼핑몰, 반려견 위생봉투함 비치 현황

 

“뮤지엄에 나의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얼마 전 모 기관의 학예사 면접에서도 반려동물 출입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다. 최근 인기 있는 한 쇼핑몰은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을 완비하고 입장을 반기고 있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반려동물도 뮤지엄에 데려와서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 우리는 어떤 경험을 할 때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개인의 의미 있는 경험 만들기에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의미를 위해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주거나 주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앞서 던진 3가지의 수다는 여러 관점에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현장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먼일일지도, 또 어딘가에서는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체감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뮤지엄과 그 주변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뮤지엄뉴스 독자들도 함께 생각하고 수다에 동참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