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박물관협회(AAM)를 돌아보며

유호선_국립한글박물관 자료관리팀 팀장

 

AAM 사무실 입구 및 복도
AAM 사무실 입구 및 복도

 

필자는 작년 인사혁신처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미국 박물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s 이하 AAM)에 일 년 머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미국의 박물관은 주지하다시피 개인들의 수집과 기부 등으로 출발하였고, 官보다는 民의 주도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1773년 독립전쟁 중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한 도서관협회에서 동물, 식물, 광물의 샘플을 모았던 것과, 1786년 예술가 찰스 윌슨 펄(Charles Wilson Pearle)이 그가 모은 예술품을 필라델피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개방한 것을 미국 박물관의 시원으로 본다. 연방정부 박물관인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 역시 그 태생은 제임스 스미스손이라는 영국 과학자의 유언과 기부금이 발단이 되어 국회와 포크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독립적인 행정 법인으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

 

AAM은 워싱턴D.C.와 레이건 공항 가까이 접근성 좋은 오피스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2451 Crystal Drive, Suite 1005, Arlington, VA 22202) 직원은 40명 정도이고 각 부서는 두 명에서 네다섯 명의 직원으로 구성된다. 로라 롯(Laura Lott)회장이 2015년부터 최고경영자와 회장직을 함께 맡고 있다. CPA자격을 갖고 있는 로라회장은 국립지리학회 비영리 국제교육프로그램인 제이슨 프로젝트(JASON PROJECT)의 책임 재정관 및 운영관을 역임하였고 마르코폴로(MarcoPolo)라는 교실 프로그램의 인터넷 콘텐츠 창립자이다.그녀는 2012년 협회를 다시 브랜딩하고 회원자격과 엑셀런스 프로그램을 재설계하여 70%이상의 회원 성장을 주도하였다. 최근 로라회장은 협회의 전략계획으로, 회원들이 공히 인정하고 또 지지하는 주제인 박물관의 미래 생존력, 관계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박물관 프로그램과 구조의 모든 국면에 대한 다양성, 형평성, 접근성 및 포괄성(DEAI)의 개념으로 대표된다. 한편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고 학교 교육 생태계에서 박물관의 역할을 향상시키는 사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로라 회장은 매년 수많은 박물관 이사회에서 연설과 강연을 통해 이사회의 적극적인 활동을 독려하고 있으며, 회원 관리와 지원 체계를 강화하여 미국 전역의 박물관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박물관미래연구센터 연간지 <Trends Watch>
박물관미래연구센터 연간지

 

기실 AAM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00년이 훌쩍 넘어간다. AAM은 1905년 미국박물관협회 창립을 위하여 워싱턴 국립박물관(현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에서 비공식모임을 갖고 이듬해 공식적으로 출범한 유서 깊은 기관으로, 1923년에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캐슬 타워에 헤드쿼터를 두었다. 1966년 국립박물관법(National Museum Act)이 정식으로 통과된 뒤로 2012년 협회의 명칭을 Association of American Museums에서 현재의 AAM으로 변경하며 분야별 협회의 연맹으로 그 규모를 확대하게 된 것이다. AAM의 기본 업무로는 협회 회원의 등록, 평가, 인증, 관리 및 박물관 윤리와 규칙․규정(Code of Ethics) 제정, 전문가 활동 지원 등 제반 박물관 정책 기능과 박물관 연구 지원 및 전문 연구서적 발간, 박물관 정책 자문서비스, 관리자 과정 운영, 회원으로 가입한 하위 협회 활동의 홍보와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내부 부서로는 마케팅홍보과, 정부협력과, 정보기술미디어과, 회원관리과, 평가인증과 등이 있고 협회의 특화된 기능으로 콘텐츠팀과 박물관미래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연수한 부서는 콘텐츠팀으로 협회 웹사이트의 콘테츠들과 각종 블로그, 간행물, 박물관의 열린 토론마당(Museum Junction Open Forum) 관리, 홍보 동영상 제작, 컨퍼런스의 콘텐츠 운영과 관련된 섭외와 편집까지 담당하고 있다. 디렉터인 메건 란츠(Megan Lantz)는 콘텐츠와 커뮤니티 참여를 섭외하며 국제 파트와 교육 관련 전략․계획 수립 등을 담당한다. 씨실리아 월스(Cecelia Walls)는 콘텐츠의 전략적인 섭외와 편집 그리고 AAM 블로그와 웹사이트의 콘텐츠, AAM정보센터 관리를 맡고 있다. 알렉산드라 로(Alexandra Roe)는 전략계획의 프로젝트 매니저이고, 필자의 감독관인 딘 펠러스(Dean Phelus)는 리더십 프로그램과 특별 행사, 격월지 <Museum>간행 등을 담당하는데 우리 팀은 매주 목요일 10시에서 한 시간 남짓 팀 회의를 가졌다. 주된 내용은 각자의 업무 브리핑과 상호 협조에 관한 의견 교환, 5월의 연차대회 준비와 사후 관리 등에 관한 내용이었고 다른 팀의 협조가 필요할 경우 한두 명씩 함께 참석하거나 전화 회의로 진행하였다.

 

애드보커시대회(Museums Advocacy Day) 기조강연
애드보커시대회(Museums Advocacy Day) 기조강연

 

AAM은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35,000여 개인 및 기관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과 남미를 중심으로 박물관, 미술관 및 관련 전문가 활동의 전반을 관여하고 미국과 전 세계 박물관과도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박물관미래연구센터”는 미국 박물관 정책의 최신 경향 알 수 있는 핵심 부서이며, 실제 AAM의 애뉴얼 미팅에서 센터장인 엘리자베스 메릿(Elizabeth Merritt)의 발표는 조기 마감되는 가장 인기 있는 세션이었다. 예일대에서 박물관경영 학사, 듀크대에서 석사를 취득한 베스는 AAM의 공동 부회장이며 R&D랩의 디렉터이다. 그녀는 협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Trends Watch>의 주간으로 주로 비영리기구의 미래를 계획하고 구성하는 트렌드에 대해 집필하고 강연한다.

 

필자는 한 해 동안 AAM이 개최하는 두 개의 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매년 예산 작업이 시작되는 2월 말이면, 박물관의 예산 확보를 위해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박물관 옹호의 날(Museums Advocacy Day)이 첫 번째 행사였다.

 

전 美州의 박물관 종사자와 관계자들 예를 들어 펀드 레이징과 관련된 직원뿐 아니라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자원봉사자, 박물관학이나 미술사 전공의 대학원생 등이 폭넓게 참여한다. 대회의장에서는 전직 국회의원과 예산 편성 관계 공무원, 박물관 종사자 등의 기조 강연과 AAM 주도의 박물관 정책과 트렌드 분석 강연이 개최되고 작은 회의실에서는 박물관 분야별 주된 이슈를 논의하는 워크샵과 강연이 개최되었다. 필자에게는 인상적이고 동시에 충격적인 자리였다. 이러한 예산 확보를 위한 집단적 전략회의는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이틀 동안 열띤 분위기로 이어졌다. 셋째 날에는 사전에 약속된 지역구 의원실을 방문하여 예산 설명을 하고, 면담이 끝난 몇 팀은 AAM 회의실에서 애드보커시 팀과 사후 토론회를 갖고 득실을 평가한 다음 차기 방문을 준비하였다.

 

애드보커시 데이(Museums Advocacy Day) 안내 책자(2018/2019)
애드보커시 데이(Museums Advocacy Day) 안내 책자(2018/2019)

 

다른 하나의 큰 행사로 세계박물관의 날인 5월 18일 즈음해서 AAM은 정기 연차총회 및 국제 박물관엑스포를 개최해 오고 있다. 개인적인 인상은 ICOM 연차대회보다 규모나 내용면에서 압도적이고 충실했다. 오히려 ICOM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박물관대회에 비견될 정도였다. 박물관 엑스포 역시 전 세계 박물관계의 신산업을 참관할 수 있었다.올해 대회는 5월 18일부터 남부 도시 뉴올리언즈에서 개최되었다. 필자는 이 행사가 개최되기 며칠 전 열렸던 全직원 점검회의에 참석하였다. 매년 계속되는 행사로 인한 매뉴얼과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외부 용역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 그리고 여느 유수의 국제회의를 능가하는 치밀함과 체계성에 탄복을 금할 수 없었다.

 

박물관미래연구센터 엘리자베스 소장의 발표
박물관미래연구센터 엘리자베스 소장의 발표

 

이러한 AAM의 활동은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이고 활발한 의견 수렴을 통한 정책 수립 시스템이 체질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이렇듯 비옥한 토양에서 AAM은 공격적으로 박물관 정책을 선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