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 확장된 시선 – 세계문화박물관으로의 도약을 꿈꾸다

윤상덕_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수업을 하는 모습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수업을 하는 모습

 

우리는 요즘 ‘생물학적 다양성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양한 종이 공존해야 생태계가 유지되고 인간의 생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종이 서로 경쟁하며 진화한다는 진화론의 시각에서 볼 때도 여러 가지 종·유전자·DNA를 가진 집단이 단일한 집단보다 생존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수질을 평가해보면 맑은 물에는 생물의 종류가 많고 안정된 군집을 형성하는 반면, 오염된 물에는 생물의 종류가 적고 특정한 생물이 다량으로 번식한다고 한다. 물론 수질 측정 기준을 인간 사회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특정한 생물 종만이 다량으로 번식하는 경우를 위험 신호로 본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단일민족 국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증가하며 지금은 전체 결혼의 9% 이상이 국제결혼이다. 이른바 ‘다문화 사회’에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많은 문제도 일어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자퇴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밝힌 기사도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관점과 같이 이제는 나와 다른 피부색,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달에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개관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 테러나 종교적 갈등의 원인으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들었다. 이처럼 다른 문화에 관한 관심과 이해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아울러 문화를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은 우리 시각을 넓히고 상상력도 키울 수 있어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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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양함이 중요한 가치가 되는 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국립중앙박물관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아마도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물론 ‘다양함’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선 문화권의 다양함에 초점을 맞춰보자).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문화를 보존, 연구하여 전시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려는 노력을 일찍부터 해왔다. 그 시작은 1986년에 구 중앙청 건물로 이전하면서 중앙아시아실, 중국실, 일본실을 마련한 것이다. 2005년 용산 새 박물관에는 별도로 ‘아시아관’을 신설하여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동남아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문화를 소개하였다. 이번에는 그간의 노력에 더해 시선을 세계로 넓히고자 한다.

 

세계문화관은 기존의 아시아관 전시실 중에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실, 중국실, 일본실의 전시는 유지하면서 전시공간을 조정하여 이집트실을 추가하였다. 신안실은 세계도자실로 바꾸어 도자를 매개로 한 세계 문화교류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일본실과 세계도자실은 내년에 개편 예정이다). 이집트실은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상설 전시실이다. 이집트 문명은 세계 4대 문명 중의 하나로 이웃했던 그리스, 로마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양 문화의 심연을 형성하였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신전, 건축물에 새겨진 상형문자, 그리고 미라는 언제나 우리에게 호기심과 흥분을 일으켰다. 세계 각국의 박물관은 앞다투어 이집트 전시를 개최하였고, 학생들에게 세계 역사를 교육할 때도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이집트 문명은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주제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9년과 2016년에 이집트 문명을 주제로 특별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높은 관심 속에 열렸지만, 전시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많은 관람객이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아울러 유료 전시였기에 어린이와 학생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이번에는 2년간 계속되는 상설 전시이므로 많은 분이 더욱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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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실을 꾸미기 위해 세계적인 이집트 문화재 소장 기관인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과 협력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부터 다년간 브루클린박물관 한국실을 지원해왔으며, 2016년에는 공동으로 특별전시 〈이집트 보물 展〉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전시도 두 기관의 장기적인 협력의 결과이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은 그간 세계의 주요 박물관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왔기에 앞으로 세계문화관 운영에도 이러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집트실 이후에는 세계 4대 문명 중에 아직 제대로 전시된 적이 없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 문화에 대한 전시도 추진 중이다.

 

몇 년 전 뉴욕의 브루클린박물관 이집트실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피부색이 다양한 아이들이 미라 앞에 앉아 수업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상상력은 어쩌면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들이 부러웠다. 세계문화관은 작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더 넓은 공간과 전시품을 확보해 2년마다 전시를 바꾸지 않고 세계 각지의 주요 문화와 다양한 작품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세계문화 박물관’으로 도약하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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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12월부터 기존 아시아관을 세계문화관으로 개편하였고, 새로 문을 연 이집트실은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의 유물 94점을 2년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2021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