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M 교토 현대미술을 논하다 – ICFA와 뮤지엄 엑스포

백승이_환기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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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ICOM 교토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회의와 엑스포, 전시가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미술 분과인 ICFA(International Committee for the Fine Arts)에 참석하였다. Asian Arts in Western Museums, Western Art in Asian Museums I – Western Art Exhibitions at the National Museum of Korea 2006-2018를 주제로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발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루어진 해외 블록버스터 전시를 예시로 한국 블록버스터 전시의 특징과 방향성에 대한 발표였다. 발제자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의 약 14개의 전시를 예시로 삼아 발표했다. 특히 블록버스터 전시의 최대 장점인 관람객의 증가를 통계와 그래프로 보여주었으며 이에 대한 단점으로 임시적 관람객 증가와 반복되는 주제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관람객은 약 180만명 정도였으며 서양미술에 관한 전시가 70%이었다. 인기 있는 주제는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샤갈로 주로 서양의 19세기 인상주의 미술이었다. 전시 주체는 전시 에이전시가 80%이며 이외 한국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미디어 그룹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었다. 특히 관람객 수는 블록버스터 전시가 시작된 2000년과 비교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한 다음 현재에도 꾸준히 증가하여 박물관 관람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반 이상의 관람객이 블록버스터 전시를 보러 왔고 33%의 관람객은 한국 관련 유물을 보고 22% 기타 이유로 방문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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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발표에 대하여 외국 박물관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과 질문에 대해서 요약해 보았다.

첫째, 상설전시와 블록버스터 전시와의 비교와 상호연계 전시 계획은 없는가?

블록버스터 전시는 처음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을 하는 관람자들을 안내하는 역할은 한다. 방문객의 약 61%는 처음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일본이나 중앙아시아 관련 유물은 있으나 서양의 예술작품은 없다. 따라서 블록버스터 전시와 연계 전시를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2004년 오르세미술관(Musée d’Orsay) 전시 이후 초기 대형기획사에 의한 전시보다는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들도 적극 관여하고 있는 전시로 바뀌어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찬반 여론은 있는 편이다.

 

둘째, 블록버스터 전시 이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컬렉션으로 연결이 되는가?

페르시아 유물에 관한 블록버스터 전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은 실제로 페르시아 황금유물을 구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인상주의 미술 이외의 다른 주제의 전시를 할 계획은 없는가?

최근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관련 전시나 미디어 아트 전시로도 주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발표 이외에도 2017년 중국 난징에서 있었던 <Romantic Scotland>라는 특별전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정의부터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찬반 의견들이 오고 갔다. 긍정적인 측면은 새로운 관람객 방문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며 특히 젊은 관객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임은 대부분 동감하였다. 그러나 전시기관의 주체적인 연구조사가 없는 블록 버스터 전시에 대한 자제와 블록버스터 전시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관람객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함이 논의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주로 서양 근대나 현대미술에 집중되어 있어 이러한 발표에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과 같은 대형 국립기관에서 참석했다면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이번 ICOM 총회의 부제가 <The Future of Tradition>이긴 하지만 서구의 대형 현대미술관들의 참석이 눈에 띄지 않았고 미술관 Art Museum 으로 분리하고자하는 우리나라 미술관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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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개최한 뮤지엄 엑스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은 ARTIZON Museum이다. 이 박물관의 모체는 타이어 제조 회사로 유명한 브리지스톤타이어(Bridgestone Tire)의 창립자 이시바시 쇼지로(石橋正二郞, 1889~1976)가 설립한 브리지스톤 미술관(Bridgestone Museum of Art)이다. 원래 도쿄 긴자에 1952년 미술관을 개관하여 현대미술을 소개하였지만 2015년부터 새로운 건물 공사를 시작하여 그 동안 계속 휴관 중이었다. 새로운 미술관 건물과 함께 2020년 1월 재개관 소식을 알렸다. 동양의 근대미술 형성과정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로서 특히 본(Bonn)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약 3,200여점의 서양의 인상파 컬렉션과 일본 근대회화(양화)는 매우 유명하여 재개관을 기다려 왔었다.

 

특히 재개관과 함께 미술관명을 ARTIZON으로 새롭게 바꾸었는데 ART와 HORIZON의 합성어라고 한다. <창조의 체감>을 새로운 모토로 전시관을 2배로 확장하고 새로운 건물을 완공하였다. 또한 이름에 영문명을 사용한 것은 국제적 흐름에 따라가며 세대나 국경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전시 이외에도 여유 공간과 교육프로그램 강화, 후원 프로그램을 국제적으로 확대하여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의 소장품 중 20세기 초반 회화는 우리나라에 서양미술이 도입되는 시기의 연구와 관련이 깊은데 필자는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초기 회화를 연구하기 위해 구루메 이시바시 재단 미술관에서 열린 “니카텐(二科展) 100주년” 특별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이시바시 재단(石橋財團)의 소장품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와 같이 관련 기관의 소장품을 알고 연구를 할 수 있다면 한 시대를 다각도로 연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해외에서 들어오는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반복되는 경향이 많은데 비해 일본 유수의 기관들도 서양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과 국제교류를 한다면 새로운 작품을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최근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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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엑스포를 관람한 후에는 교토에 자리한 국립교토현대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이하 MoMAK)를방문하였다. MoMAK는 오카자키 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는 교토시박물관 있으며 바로 옆에는 교토부도서관이 있다. 무엇보다도 헤이안신궁이 지척에 있어 입지조건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시내를 순환하는 100번 버스가 자주 있었고 교토 역까지 가는 길에 국립박물관을 지나고 교토역까지 2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건물은 1986년 마키 후미히코(槇文彦 Maki Fumihiko : 1928~ )라는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가 완성하였지만 이후 대규모증축은 이루어지지 않아 오래된 느낌이 들었고 현재 메인 홀에서 각 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다른 전시실 공사로 사용할 수 없게 하여 공간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동선은 정문 옆의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내데스크를 거쳐 아트샵을 통과하면 현재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4층, 5층 전시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1층 로비에는 레스토랑과 휴식 공간, 아트숍, 사물함과 화장실, 4층 메인 전시실의 작은 휴게실, 카탈로그 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홀에는 이번 전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올려 패션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 가에 대해 공유하는 곳이 있었고 상설전이 아닌 특별전인 경우 전시안내 도구보다는 안내 가이드(Free Audio Guide Map)을 앱(App)을 통해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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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K는 이번 ICOM Kyoto 총회를 위해 2개의 특별전을 준비하였는데 하나는 <Dress Code : Are You Playing Fashion?>(2019.8.9.~10.14)이고 소장품과 연계하여 복식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특별전은 사진 촬영이 불허하였지만 총 12장으로 구분된 주제에 따라 복식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과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 일반적으로 복식 관련 전시는 극적인 구성을 하여 관람객을 사로잡지만 이번 전시는 복식에 숨어있는 문화, 사회, 소속집단 속 숨어있는 고유한 코드에 집중하였다.

 

0장 : Is it a violation of the code to walk around outside naked?

1장 : Do you have to exhibit noble decorum?

2장 : Do you have to follow organizational rules?

3장 : The one who is unwilling to work shall not be clothed?

4장 : Is it necessary to flight to survive?

5장 : Do you have to determine an items’s authenticity?

6장 : Is it necessary to be artistically and culturally literate?

7장 : Do you have to intentionally choose your clothes?

8장 : Do you have to be aware of how others look at you?

9장 : Is it wrong to listen to what adults say?

10장 : Can everybody be fashionable?

11장 : Is fashion an endless game?

12장 : Give, and it will be given to you…?

 

특히 각 장을 구분하는 패널은 한국어가 포함된 다국어로 작성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각 나라별로 전시 안내문, 브로슈어 등의 내용들이 다른데 일본의 경우 출품작 목록은 일본어와 영어 이외에 한국어로 된 목록도 준비된 경우가 많아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작품 캡션, 설명, 목록 등의 텍스트들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특별전시와 함께 기존의 소장품 중 복식과 연계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소장품을 해석하였다. 이를 6개의 주제로 묶었는데 ‘A. 일본 의상 이모저모 B. 여름의 일본화 C. 옷차림 : 일본의 드레스 코드 D. 일본의 차림새 E. 가와이 간지로 작품선 F. 입은 사람/벗은 사람’으로 구분하였으며 전통 복식 이외에 회화, 공예 작품들도 전시되었다. 그 외 ICOM 개최기념으로 이번 대회를 기념하는 <Light Descends on Kyoto>(2018)의 작가 기누타니 고지(絹谷幸二)의 작은 전시회도 함께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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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ICOM 총회를 위하여 박물관·미술관이 주최하는 특별전 이외에도 ICOM 대회 기간 동안 팝업 전시들이 많았는데 니조조(二条城)에서는 <Throughout Time : The Sense of Beauty>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작가 9명의 전시가 4일(8.31~9.4) 동안만 있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인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에서는 미디어 설치그룹인 TeamLab의 전시도 2주(8.17~9.2) 있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전시나 아트 이벤트들이 있었는데 ‘Art Kyoto’ 포스터에 그 내용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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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어 위주로 설명이 되어 있어 대회 기관동안 대부분 참석자들이 알지 못할 정도로 홍보에는 부족했던 것 같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국제적 규모의 행사가 있을 때 유관 기관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전시를 해야 하며 어떤 내용들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