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전시의 방향은?

유동환_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하나의 유령 – 4차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4차산업혁명(때론 디지털 전시라는 이름으로)’이 학교, 정책기관, 박물관 현장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흔히 인공지능(AI)을 엔진으로 한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의 폭격을 그 큰 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핵심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s, CPS)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센서(input)와 인공지능(think)과 제어기기(act)로 연결하는 패러다임을 말한다. 4차산업혁명은 그동안 분리된 것으로 여겨졌던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융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행위에도 가상현상과 물리현상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보면 2000년 도교대학교 사카무라 켄(坂村鍵) 교수가 제안한 ‘디지털박물관(DIgital Museum)’프로젝트에서 거론한 4대공간(물리공간, 전자공간, 유비쿼터스공간, 사용자체험공간)의 융합이 얼마나 앞선 발언이었는지 알 수 있다. 사카무라 켄 교수는 디지털박물관은 “가상의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박물관에서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디지털 전시)에 강조점을 둔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4가지 개념(cocept)을 꼽았는데 현재 우리의 고민과 연결해서 살펴보자.

 

첫째, 누구에게나 개방하라(who open). 왜 어린이전시와 성인전시를 분리해서 만들어야 할까? 유아-어린이-청소년-성인-애로계층(장애우, 실버 등)-외국인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갖고 있는 관람자(target user)의 요구 맞춤형 전시콘텐츠와 해설 제공이 가능한 ‘개인 맞춤형 디지털콘텐츠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장소를 개방하라(where open). 왜 박물관은 벽 안에만, 또는 일정한 범위(에코뮤지엄 등) 안에만 존재할까? 왜 전곡 선사유적지와 수양개 선사유적지를 연결하거나, 유럽의 선사유적지의 콘텐츠를 연결해서 비교하면서 체험할 수는 없을까? 박물관의 벽을 부수고 나가서 학교-기업-마을의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어떤 곳에서든 자유롭게 체험하는 ‘지리정보 기반 움직이는 디지털콘텐츠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시간을 개방하라(when open). 닫아버린 기획전시를 언제든 다시 볼 수는 없을까? 박물관 방문 이전-방문 중-방문 이후 또는 재방문 시에도 일관된 전시 콘텐츠의 준비-체험-소유가 가능할 수는 없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시의 모든 정보를 보존하고 있는 아카이브와 이를 언제 어디서나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를 적용한 ‘평생체험관리 디지털콘텐츠 시스템’과 ‘디지털아카이브 기반 디지털전시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넷째, 방법을 개방하라(how open). 최고의 진본 유물과 그 유물을 감싸고 있는 콘텐츠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감상(체험)방법과 해설방법을 구상해 볼 수는 없을까?’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제시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 가상현실(VR), 움직이는 도구(mobile), 착용하는 도구(wearable), 삼차원 프린터(3d printing)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아날로그 전시체험 활동에서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디지로그 멀티디바이스 디지털콘텐츠 시스템(Digilog Multi Device Contents System)’의 구상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4가지 개념은 기존 전시를 바라보던 관점의 ‘개방’을 촉구한다. 2000년대 이후 우리의 박물관들은 수 없는 디지털 전시의 도입을 시도하였다. 주로 전시 정보의 전달과 체험에 집중하여 디지털기술의 도입에 집중하였다.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디지털 마모 현상을 겪게 되고, 반복적으로 누르기만 하는 단절적인 콘텐츠 체험에 그치게 된다.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전시를 올바르게 규정해야 한다. 아날로그 진품 오브제의 가치와 디지털 콘텐츠의 활용성을 최대한 융합하는 디지-로그(Digi-log, Digital+Analog) 콘텐츠를 한 발 더 진전시켜 구상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고민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최근 선보인 미국 클리브랜드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의 아트렌즈 갤러리(ARTLENS Gallery)는 다음 5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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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LENS Gallery의 5대 기본 요소

 

미술관에 들어가면서 관람자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휴대폰(아이폰, 아이패드)에 다운로드된 어플 ArtLens App이 표현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내외부에 설치된 포인터(iBeacons)를 감지하면서 실시간 대화형 전시 안내를 제공 받고 전시과 만나게 된다. 더 나아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박물관 내외부 또는 개관 시간과 상관없이 전시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개인화 서비스는 한 발 더 나아가 ArtLens Studio의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가족들에게 운동과 놀이를 사용하여 컬렉션에 연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관람자는 독창적이고 활발한 메시지를 통해 다양한 작품에 노출되며, 스스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체험을 한다.
다음으로 ArtLens Exhibition은 2017년 6월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 전시회는 각종 뷰어를 통해 예술 작품과 대화하고 개인적, 정서적 차원에서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형 갤러리이다. 예술 선택 및 장벽 없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전시는 호기심, 자신감 및 이해를 바탕으로 박물관 컬렉션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전시관에 가장 큰 40피트짜리 인터랙티브 멀티 터치 MicroTile 벽인 ArtLens Wall이 현재 상설 컬렉션의 모든 작품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ArtLens Wall은 다른 방문객과의 함께 검색 및 대화를 용이하게 하며 오리엔테이션 경험을 제공하여 방문자가 기존 둘러보기를 다운로드 하거나 자신의 iOS 또는 Android 기기의 갤러리로 가져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4가지 관람자와 만나는 개인용 도구, 뷰어, 디스플레이 등의 기반에 ArtLens Digital Archive가 있다는 점이다. 이 디지털아카이브는 미술관의 상설 전시물(4,200 ~ 4,500점)을 유형, 테마, 목적, 모양, 상징성, 동작, 색상별 등 수십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전시물의 문화적, 시대적 연계성을 표현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 메타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하여  16가지의 게임 형태의 콘텐츠로 단순히 터치뿐 아니라 얼굴인식, 모션인식 등 다양한 인터렉티브 UX(User Experience)로 전시물을 체험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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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LENS Gallery의 활용 모습(ArtLens App / ArtLens Studio / ArtLens Exhibition / ArtLens Wall), ⓒCleveland Museum of Art

 

클리블랜드미술관이 보여주는 실험은 앞에서 언급한 디지털박물관의 4대 개방 개념을 반영하는 비교적 올바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섬세한 아카이브화 과정을 거친 상설전시 예술품의 ‘아카이브 기반의 디지털전시’ 전략은 적극 참고할 만하다. 결국 박물관에서 ‘사이버 물리 (융합) 시스템(CPS)’이란 박물관의 아날로그 유물(오브제)를 존중하는 아카이브, 관람자 개개인의 요구를 연결해 주는 대화하는 ‘사물인터넷(IoT, sensor+app+device)’, 다양한 검색과 체험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디지털 콘텐츠(Digital Contents)’ 사이의 열린 융합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