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박물관(Virtual Museum)과 새로운 참여문화

임학순_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4차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사회의 초지능화, 초연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상세계의 삶이 확대되는 것 또한 이러한 흐름의 하나이다. 사람들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콘텐츠와 지식 정보를 경험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일상적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기술의 발전, ICT산업의 발전, 디지털기술의 발전 등으로 이용자들은 가상공간에 몰입하면서 현장 보다 실감나게 경험하고, 더 세밀하고 풍부한 지식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상 또는 증강된 세계에 현존하는 느낌(presence)이 일상화되고 있다. 장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제시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의 하이퍼리얼 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1984년에 발표한 소셜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사이버공간을 탈육체의 가상몰입 공간,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 사용자의 감각과 사이버스페이스가 연결된 데이터베이스, 영원히 재생하는 메트릭스 세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가상세계는 가상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미국교육학자 프렌스키(Prensky)는 2001년에 1980년대 이후 탄생하여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분류하고 있다. 디지털원주민은 디지털 습성을 타고 났기 때문에, 디지털기술과 미디어로 구축된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생활에 친숙하다. 1995년 이후에 출생하여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앱(App)에 익숙한 iGEN 세대 또한 가상세계의 삶에 친숙하다. 미국 심리학자 트웬지(Twenge)는 2017년에 책 “iGEN”에서 스마트폰이 십대들의 사회생활, 정신건강 등 삶 모든 분야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아들이 스마트폰 영상을 보며 놀고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이와 같이 가상세계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삶의 깊은 곳까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가상세계의 발전은 박물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 무엇보다 가상박물관(virtual museum)의 출현이 가속화되고 있다. Virtual Multimodal Museum(ViMM)은 가상박물관을 “개인화(personalization), 쌍방향 상호작용(interactivity), 이용자 경험(user experience), 풍부한 콘텐츠(richness of content)를 바탕으로 박물관을 보완, 강화, 증강한 디지털실체 (digital entity)”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가상박물관은 하이퍼박물관, 디지털박물관, 사이버박물관, 웹박물관 온라인전시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CyArk의 디지털아카이브 (Digital Archive) 프로젝트 또한 가상박물관의 범주에 포함된다. CyArk는 2003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Oakland에서 설립된 비영리조직으로 세계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지털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Oculus Rift와 Samsung Gear VR 등을 이용하여 MasterWorks라는 가상현실 앱을 통해 디지털아카이브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 CyArk는 레이져 스캐닝, 디지털모델링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자료 수집, 디지털아카이빙, 디지털문화유산 콘텐츠 개발, 개방과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Google) 또한 2011년부터 Art Project를 추진하여 세계 문화기관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로 하여금 디지털 예술콘텐츠를 가상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CyArk의 Digital Archive Projects, ⓒCyArk
▲CyArk의 Digital Archive Projects, ⓒCyArk

이와 같이 가상박물관의 발전은 박물관을 디지털체험 공간, 정보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가상박물관의 형태 또한 카멜레온처럼 이용자 욕구와 취향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 가상박물관의 자료들은 디지털정보, 3D 콘텐츠, 가상현실콘텐츠, 증강현실콘텐츠 등 다양하다. 이용자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상박물관에 접속할 수 있다. 그리고 오감각에 바탕을 둔 다양한 몰입 장치들이 이용자들의 체험 환경을 증강시킬 수 있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미디어의 이해”(1964년 출판)에서 제시한 인간 감각의 확장, 중추신경계의 확장을 실감하게 된다. 브렛킹 외(2016)은 “증강현실 Augmented : life in the smart lane ”이란 책에서 “증강현실 기술은 빛을 못 보고 있는 유물들에 숨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그림 속에 있는 사람이 벽으로부터 걸어 나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동상들도 입을 열며, 공룡을 위시한 동물들의 뼈가 살아 움직이며 관람객들에게 즐거움과 교육의 기회를 선사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상박물관의 발전은 이용자의 참여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이용자의 참여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참여문화 이슈는 가상박물관과 이용자의 관계에 관한 이슈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4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클라우드(Cloud) 기반의 개인화(personalization)된 서비스 체계에 관한 이슈이다. 가상박물관의 특성 중의 하나는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인화는 정교하고 풍부한 이용자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미디어 등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용자 연구 및 개인화 서비스 체계는 한층 더 발전할 전망이다. 예컨대, 빅데이터 기술은 이용자정보, 이용자의 콘텐츠 및 플랫폼 정보 등 이용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가상박물관으로 하여금 이용자들에게 적응적이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용자 데이터는 가상콘텐츠의 창작과정 뿐 아니라 가상콘텐츠의 서비스 과정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나아가 가상박물관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체험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고객개발 성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용자의 데이터화 (datafication)는 이용자의 알고리즘 정체성(algorithmic identity) 뿐 아니라 이용자의 실천적이고 인간적인 총체적 특성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알고리즘 정체성은 이용자의 디지털 정체성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상박물관과 이용자의 쌍방향 상호 작용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이용자의 주체성, 창의성, 사회적 관계성에 관한 이슈이다. 가상박물관은 이용자의 접근성을 증진하는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 측면 뿐 아니라 이용자의 주체적, 창의적 참여를 촉진하는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 측면을 총체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컨버전스 컬쳐”(2006년)라는 책에서 컨버전스 시대의 참여문화를 “팬들과 다른 소비자들이 새로운 콘텐츠 창작 및 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초대되는 문화”라고 정의함으로써 컨버전스 문화에서 소비자의 주체적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능동적 소비자, 프로슈머, UGC(User Generated Content) 용어 또한 소비자들의 주체적 참여문화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가상박물관은 창의적 표현 공간, 사회적 참여 공간 맥락에서 접근될 필요가 있다. 이용자는 적극적으로 가상박물관 또는 가상 콘텐츠 개발에 참여 할 수 있으며, 이용자 스스로 자신의 가상박물관 큐레이터로 활동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상박물관은 이용자들의 큐레이션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상박물관은 이용자를 공동 창작의 파트너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가상박물관 콘텐츠의 의미(meaning)와 가치(value) 분석에 관한 이슈이다. 가상박물관이 제공하는 이용자 체험 콘텐츠는 이용자 관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 가상박물관의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는 디지털아카이빙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디지털아카이빙은 문화유산의 디지털화, 가상화의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아카이빙은 문화유산의 원형을 보존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로 하여금 문화유산에 흥미를 갖게 하거나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아카이빙 및 콘텐츠 개발체계는 문화유산 원형 분석에 대한 과학적 투명성과 역사적 엄격성을 갖추어야 하며, 이와 동시에 이용자 관점에서의 의미와 가치 분석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이용자 관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을 때, 디지털아카이빙 자료 및 콘텐츠의 활용 가치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상박물관은 이용자들에게 어떤 예술적,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용자들은 소셜 스토리텔링(social storytelling) 활동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소셜 스토리텔링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넷째는 가상박물관의 이용자 역량에 관한 이슈이다. 가상박물관이 이용자 분석, 활용, 소통과 협력, 서비스 체계 구축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ICT­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기술 활용, 전문 인력 확보, 학제적 기반의 창의적 협업체계 구축, 재원 조달 및 관리, 연구 개발, 디지털 아카이빙 및 다큐멘테이션, 가상박물관 콘텐츠 개발 프로젝트 추진, 연관된 기관 및 단체들과의 파트너십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세한 민간박물관이 이러한 역량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가상박물관과 새로운 참여 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적 관심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