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큐레이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은미_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덴마크국립박물관에 객원연구원으로 체류한 2년 동안 두 번의 큰 특별전이 열렸다. 2015년 6월에 문을 연 ‘화이트 버스’ 특별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에서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과 시민의 역할을 담은 전시이다. 덴마크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이 전시는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당신은 행동하는 시민입니까?’라는 전시 제안서의 제목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이 관람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주 대상으로 과거의 경험을 통해 시민의식의 중요성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교육적 전시이다.

 

또 다른 전시는 ‘삶을 위한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덴마크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에 관한 특별전이다. 전시 소개, 목숨을 걸고,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혼란 속의 질서, 여행, 환영?, 기다리는 시간, 새로운 집이라는 전시의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난민이 자국을 떠나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덴마크에 정착하는 과정을 스토리텔링 전시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난민이 처한 상황에 관해 조사와 연구의 객관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나도 난민이 될 수 있다’는 공감과 토론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덴마크국립박물관은 1892년 개관, 덴마크 역사 및 세계 문화에 관한 자료를 수집, 연구, 전시, 그리고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막대한 콜렉션을 자랑하며 연구소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전통적인 의미의 박물관이다. 덴마크국립박물관에 객원연구원으로 도착했을 때, 박물관교육이 전공분야이고 어린이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자, 그렇다면 덴마크국립박물관에서는 교육부의 메트와 기트를 만나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소개해주었다.

 

메트 보리츠는 교육부장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것 뿐 아니라, 박물관의 주요 전시 개발팀에 항상 함께 참여한다. ‘화이트 버스’는 메트 보리츠 교육부장이 주도적으로 이끈 전시이다. 현재는 전시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트 잉홀름 큐레이터는 어린이박물관 전시를 기획했으며, 당시 난민 전시를 위해 그리스 난민캠프 등 관련 현장을 다니며 조사, 연구, 유물 수집 등의 활동을 수행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현재는 난민이 참여하는 사회통합을 위한 3년짜리 장기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위에 소개한 두 전시의 공통점은 현재 덴마크 사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었다. 그리고 박물관의 교육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박물관교육의 개념을 교육 프로그램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시로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시들의 주 기획자는 박물관교육에 기반하고 있는 큐레이터이다. 2016년에는 조사 및 연구, 전시와 교육 등 학예부서를 총괄하는 부관장으로 코펜하겐박물관 교육부장 경력의 캐밀라 모어호스트가 임명되었다.

 

박물관교육의 개념이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서 전시, 그리고 박물관 전체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은 비단 덴마크국립박물관만의 일은 아니다. 2017년 미국 박물관협회(AAM)의 연차총회에 ‘에듀큐레이터의 부상’이라는 세션이 개설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분과를 이끈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앤 로손 러브 교수와 팻 빌레뉴브 교수는 박물관교육의 개념이 전시로 확장되는 현상을 「미술관에서 관람객 중심 전시와 에듀큐레이션」이라는 책자를 통해 ‘에듀큐레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지난 수십년간 전통적인 유물 중심의 박물관에서 이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박물관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박물관교육은 유물 중심의 박물관에 박물관 이용자의 관점을 가져옴으로써 이러한 전환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관람객의 옹호자로서 에듀케이터의 역할과 전문성이 확립되고 박물관 교육부서 또한 위상을 확장하였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전시개발팀에 에듀케이터가 합류, 중심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1992년 미국박물관협회가 발간한 박물관교육에 관한 최초의 공식 보고서 「수월성과 공평성 : 박물관의 교육과 공공성」 그리고 1997년에 발표된 영국의 보고서인 「공통의 유산 : 영국의 박물관과 학습」에서도 박물관의 존재 의의는 ‘교육’에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에듀큐레이션은 교육에 한정되었던 에듀케이터의 확장 개념이기도 하며, 유물에 대한 전문가로 한정된 기존 큐레이터의 확장된 개념이기도 하다.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큐레이터에게도 에듀케이터에게도 에듀큐레이션의 자질과 훈련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방식의 전시 제작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흔히 큐레이터를 학예사라고 번역을 한다. ‘박물관미술관진흥법’에 의하면 박물관은 사업을 담당하는 학예사를 둘 수 있으며, 박물관의 사업으로 자료의 수집, 조사, 연구, 전시, 교육 등 다양한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박물관 법상 박물관의 전문직인 학예사는 이미 큐레이터 뿐만 아니라 에듀케이터 등을 포괄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많은 논의와 노력을 거쳐 박물관교육 전공자가 박물관 학예사가 채용되고 박물관 교육부서가 생긴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에듀큐레이터라는 확장된 해석이 박물관교육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한편 박물관교육의 전문성과 입지가 확립되기도 전에 이러한 에듀큐레이션의 개념은 오히려 박물관교육 전공자들의 설 땅을 더 좁게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 자료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 등 박물관의 기능의 전문화와 세분화, 그리고 융합과 통합 이라는 정반대의 과제가 우리의 박물관 앞에 놓여져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박물관교육의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만은 명확하다. 학예직과 교육직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오고 있다. 학예직이든 교육직이든 에듀큐레이션의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물관 성격에 따라 여건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 중점을 두면서 박물관 성격에 적합하게 유연성을 가지고 융합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