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의 문화예술 활용

정광렬_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빅데이터는 초대용량의 데이터 양(volume), 다양한 형태(variety), 빠른 생성 속도(velocity), 가치(value)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가 우리나라에 확산된 시기는 2012년도로 당시에도 단순히 데이터 양이 많아진 것 뿐이며,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적 의견이 있었다. 기존의 방법으로도 분석이 가능한 정형적인 (대규모) 관객데이터를 빅데이터 분석 결과라고 소개하면서 오해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와 있다. 이세돌과의 대결로 유명해진 인공지능 알파고는 방대한 기존의 기보(棋譜) 빅데이터 축적과 학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왓슨의 질병 진단과 판례의 조사도 각각 의료와 판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우승한 독일 축구대표팀의 전략은 빅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빅데이터는 단지 소비자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누리는 큐레이팅(추천서비스)이나 기획사의 마케팅 활용에 국한되지 않고, 기획에도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 측면을 보면 실제 스마트폰의 인공지능 서비스,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통하여 개인의 취향과 소비이력을 파악한 맞춤형 추천서비스는 이제 우리 생활에 점차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멜론에서는 소비이력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개발하여 고객에게 추천서비스를 하고, 기획사는 유망한 잠재고객을 추출하여 마케팅을 하도록 하며,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창작기획 자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Norman Rockswell Museum의 고객의 구매이력과 패턴 분석을 통한 마케팅 전략은 빅데이터 활용의 성공요인에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멜론의 빅데이터는 10년간 소비이력이 877억건 이상이 될 정도로 빅데이터이지만, 박물관 고객데이터는 규모나 다양성, 고객 정보의 파악이 제한적이다. DigiWorks사에서 담당한 빅데이터 분석은 단순히 박물관에서 축적한 고객자료만이 아니라 고객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하여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단체나 문화시설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할 경우 가장 먼저 자체내에 축적된 고객데이터만을 대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고객관리체계와 크게 차이가 없다. 국립극장의 경우에도 자체발권시스템으로 축적한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활용을 시도하였으나, 제한된 정보와 효과성 문제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시설의 고객정보는 대개 인터파크 등의 예매대행사 및 카드사가 보유하고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의 한계 때문에 활용이 제한적이다. 개인식별이 가능한 개인정보를 삭제한 플랫폼을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으나 예매대행사나 카드사들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수익모델 우려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정보에서 가치 있는 정보는 누가 무슨 프로그램을 예매하고 시설을 이용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접근과 탐색경로, 결정과정 등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러한 정보를 문화예술단체, 문화시설, 카드사, 예매대행사는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PC에서 인터넷으로 탐색을 할 경우 대개 로그인을 하지 않고 검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석을 가능하지만, 맞춤형 분석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바일 앱은 대부분 상시 로그인 상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정형적인 고객정보 데이터만이 아니라 해당 단체·시설·예매사이트의 실시간 고객반응(후기·댓글·유형·성향)을 파악하여야 가치가 있다. Norman Rockswell Museum의 사례처럼 박물관 자체내의 고객데이터, 고객의 소셜미디어 데이터, 모바일 등의 검색정보데이터 등을 결합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하게 되면 가치 있는 정보가 산출될 수 있다. SNS를 활용한 홍보는 단순히 밀어내기 방식이 아니라 정보의 전달경로와 키워드를 분석하여 기획과 홍보에 활용하고 빅마우스를 파악하여 활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건상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을 개별 문화예술단체나 시설에서 활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영세하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문화예술단체에서 빅데이터 분석에 비용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공공인프라 구축의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플랫폼을 구축하여 문화예술단체·시설에서 활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영국의 예술위원회(ACE)에서는 이미 문화예술 분야 공공데이터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문화예술 분야 빅데이터 관련 정책이나 프로젝트가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에 발표한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에도 빅데이터 관련 정책은 제대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등의 공공데이터의 경우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며, 이를 비정형 고객 소셜데이터와 연계하려는 관점은 매우 미흡하다. 문화예술지원 프로그램도 빅데이터와 관련된 사업은 없는 실정이다.

개별 문화예술단체나 시설에서는 정부정책을 기다리기 이전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빅데이터의 가치는 실시간 분석과 대응에 있다. 박물관에서 고객에 대한 만족도나 관람실태를 파악하려고 할 경우 설문조사 등에 의한 사후 분석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바일과 RFID를 결합하여 활용할 경우 고객의 실시간 관람동선과 관람행태 파악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오디오 가이드가 필요 없는 서비스를 가져오고, 오디오 해설만이 아닌 영상, 가상현실 등 고객의 만족과 체험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도하는 별도의 전용단말기를 통한 복합적인 서비스와 체험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은 문화예술의 본질은 그대로일 수 있지만, 기획과 접근 및 서비스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은 초연결화·초지능화이다. 이러한 특성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중의 하나인 빅데이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문화예술 분야 빅데이터에도 기존의 칸막이와 관점을 뛰어넘는 접근이 필요하다. 빅데이터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가치와 생활화를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